
마잭의 이야기는 너무 많지만 하나를 꼽으라면 83년의 일이다. 때는 1983년 3월 25일 모 타운 25주년 기념 공연이 있던 날이었다.
모 타운은 퀸시 존스의 레이블 같은 회사로, 간단하게 말해서 흑인 음악은 전부 여기에서 생산된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이런 모 타운의 상업적인 흑인 음악에 반기를 들고나가 버린 아티스트도 있었는데, 마빈 게이였다. 마빈 게이는 흑인의 소울이 담긴 음악을 생산하는 게 아니라 백인들이 좋아하는 흑인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에 모 타운을 나가 버린다. 마빈 게이의 이야기는 나중에 또 하자.
아무튼 이날, 모 타운 메들리를 여러 가수가 부르고 마잭은 당시 잭슨 파이브의 막내로 형들과 노래를 불러 사람들의 갈채를 받는다.
잭슨 파이브는 무대를 사로잡으며 노래를 부른다. 사람들은 환호한다. 마잭은 잭슨 파이브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었다. 무대를 이끄는 탁월한 마잭 만의 매너를 볼 수 있다.
잭슨 파이브는 마지막 ‘아일 비 데어’를 부르고 형제들은 서로 끌어안고 수고했다며 인사를 하고 무대 뒤로 전부 들어간다.
그런데, 모두가 무대 뒤로 들어가는데 마잭만 무대에 남아서 마이크를 만지작거린다. 형인 티토 잭슨은 그때 ‘아니 저 녀석 왜 들어오지 않고 저기서 얼쩡대는 거야?’라고 의아해했다.
모 타운의 사장이었던 베리 고디는 67년 떠돌이 가수였던 마잭에게 큰 기회를 주었고 이제 다시 한번 마이클에게 엄청난 기회를 주려고 했다.
모 타운 메들리 이후 마잭의 단독 무대가 있다는 걸 아무도 몰랐다. 잭슨 파이브 멤버들도 몰랐다. 오직 베리 고디와 마잭 본인만 알고 있었다.
모 타운 25주년 무대에서 모 타운의 곡이 아닌 ‘빌리 진’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된다. 베리 고디는 철저하게 모 타운의 곡이 아니면 허락하지 않았는데 마이클에게 배려해 준 것이다.
잭슨 파이브의 막내가 아닌, 마이클 잭슨이라는 이름이 세계로 뻗어나가게 된 무대가 바로 모 타운 25주년 공연이었다.
마잭은 아주 수줍게 “특별한 무대, 새로운 곡이 있어요”라며 손으로 신호를 보낸다. 무대의 조명이 꺼지는가 싶더니 이내 스포트라이트가 마잭에게 비치고 세계가 놀란 그 노래 ‘빌리 진’을 부르며 마잭은 신들린 것처럼 몸을 음악에 실어 춤을 춘다.
그 손짓과 강렬한 눈빛, 하체만 따로 움직이는 그 춤사위는 전설이 되어 지금까지 후배 가수들에 의해서 생산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제이홉이 마잭의 부활을 알리는 것 같은 댄스를 보여줬었다.
마잭이 빌리 진을 부르며 춤을 추니까 사람들이 전부 일어나서 환호를 보내고 손뼉을 쳤다. 이 장면은 지금 봐도 흥분이다.
이 장면 하나도 마잭의 팬이 아니었다면 그의 팬이 될 것이라고 음반 제작자는 말했고, 86년 3월 25일 이후 고요하던 팝계는 마잭의 파도 속에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 전체가 술렁거렸다.
한 사람의 노래와 춤은 충격이자 감동이었다. 오바마는 마잭의 죽음 앞에서 “나는 채무자다, 그가 아니었다면 흑인들은 어디에서도 위로받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 장면 한 번 볼까요? 8분 53초부터 보면 되는데, 그 앞의 알 비 데어를 부르는 마잭도 보면 좋다. 너무 노래를 잘 불러서.
https://youtu.be/BUcUS2cIieA?si=GohkLJAsnsbL0D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