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잭에 대해서 논하는 건 하지 않겠다. 의미가 없어도 너무 없으므로. 내가 학창 시절에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했는데 사장님이 나가면 내가 가지고 있던 팝을 줄곧 틀었다. 사장님은 언제나 칙칙하고 또 칙칙하고 자꾸 칙칙한 노래만 틀었다.


그때는 카페에서 흡연자들이 실컷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의 사명은 재떨이를 얼마나 재빠르게 자주 갈아주느냐 하는 것이었다. 요즘도 아르바이트를 뽑을 때 면접을 보겠지만 그때도 면접을 봤다.

셀프가 아니기에 테이블에 음료를 서빙해 주는데, 추라이에 음료 다섯 잔을 올리고 가는 것도 카페에서 면접으로 봤다. 그리고 영국의 야외 카페에서 서빙을 보는 지긋한 직원의 복장처럼 타이를 매고 아주 깔끔하게 입어야 했다.


나는 남고를 다녔는데 주말에 아는 여학생들이 카페에 많이 왔다. 우리 학교 문예부와 사진부와 교류를 하고 있던 여고생들이 놀러 와서 눈치가 많이 보였다. 주말에 어울려 사진이다, 문학이다, 이야기를 하고 치킨집에서 맥주를 마시곤 했는데, 애들이 찾아왔다. 다행히 내가 일했던 카페는 2, 3층이었는데 3층에 전부 몰아넣었다.


한 학년 적은 애들은 “오빠야, 재떨이 빨리 갈아두가”라며 재촉했다. 담배를 피우는 애들은 저쪽 구석에 몰아넣고 또 축제 때 협연하는 애들은 이쪽에서 부르고. 사장님 몰래 주방장이 여고생들 왔다고 파르페를 잔뜩 만들어서 갖다주라고 하고. 2층에서는 일반 손님들이 부르고. 정신없었다.


그러다가 사장님이 나가거나 일찍 집에 가면 마잭의 노래를 튼다. 마이클 잭슨의 노래 장점은 ‘잼’이 나올 때 볼륨을 높였다 줄였다 하면 마치 클럽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데인져러스 앨범은 두 장의 앨범으로 되어 있다. 들을 동안 3층은 신난거지. 마잭의 이 앨범을 다 듣고 나면 기운이 빠질정도로 심취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온갖 팝 앨범을 사장님이 없을 때 틀었다. 폴라 압둘, 마돈나, 머라이어 캐리부터 미트로프, 엔야, 존 세카다 등. 그러다가 일요일에는 슬슬 포이즌, 신데렐라, 넬슨으로 시작해서 스키드로우, 판테라, 바쏘리 같은 것들로 점점 강도를 올렸다.


그런데 그게 소문이 나서 일요일에 사람들, 손님들이, 주로 남자들이 우르르 오기 시작했다. 질문하면 아는 것들을 대답해 주고 잘 모르면 거짓말로 막 지어내서 해버렸다.


테이블 회전이 안 되는데 한 테이블에서 음료를 몇 번이고 시켜 먹었다. 카페에 다양한 음료가 있었다. 칡즙도 있었고, 들어는 봤나 체리 콕도 있었다. 나는 문예부이자 사진부이기도 했는데 카페의 메뉴판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사진을 일일이 찍고, 편집하고 문구를 넣어서 메뉴판을 새로 만들어서 출력했다.


그랬더니 사장님이 나를 너무 예뻐해 주셨다. 이런 일들이 주위 카페에도 소문이 나기 시작하니까 사장님의 친구 사장이 하는 카페에서 돈을 더 줄 테니까 오라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거기로 갔다 ㅋㅋㅋ.


나는 돈은 됐고 대신 나 보러 오는 애들의 음료는 공짜로 주기로 약속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기 카페의 주방장 형이 좋았다. 어릴 때였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이 좋으면 그 일자리는 아주 좋은 거였다.


내가 고등학교 쩍 학교 축제는 규모가 컸다. 3일 내내 축제했고 도시의 모든 중고등학생이 우리 학교 축제에 구경을 왔다. 나는 부모님도 오셔서 축제를 즐기고 가셨다. 축제하면 교내에서 가장 몫이 좋은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치열하다는 말은 학교 내 클럽 서열 1, 2위가 그 자리를 가린다. 축제 준비부터 축제 동안 선생님들은 일제 터치를 하지 않았다. 문예부는 글솜씨를 뽐내 교지를 만들어 지역 신문사에도 내고 원고료를 받아서 회식했는데 그것에 교장도, 교감도, 하주도 그 어떤 선생님도 간섭하지 않았다.


물론 맞기도 많이 맞았다. 인문계니까 부모들은 이런 축제를 탐탁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받은 스트레스를 마음껏 풀어줄 수 있는 시간을 주었고 간섭은 없었다.


축제 기간에 악대부는 대학교 록밴드와 합주했고 여상 콰르텟과도 연주했다. 인기가 좋았다. 교류하고 있던 여고의 사진부와 문예부 아이들이 와서 여고생들에게 음료를 대접하고(술을 달라고 하면 음료병에 섞어서 준다) 축제를 즐겼다.


마이클 잭슨의 데인져러스 앨범은 명반이니까 그 속의 곡들은 전부 좋다. 당시 잘 나가던 셀럽들은 마잭의 뮤비에 전부 나온다. 마잭의 영원한 꼬마 친구 맥컬리 컬킨도 나오고, 자기네 별로 돌아간 데이빗 보위의 아내, 모델인 이만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앨범 중에 잼을 들어볼까. 잼의 뮤비에는 마이클 조던(가장 최근의 소식에 조던의 36살 먹은 아들놈이 마약에 취해 도로를 질주하다가 경찰에 걸려 횡설수설하다가 잡히는데 내가 누군지 알아? 시전 ㅋㅋ 나 마이클 조던 아들이야. 아빠의 얼굴에 똥칠하는구만. 아들이 하는 건 아빠의 굿즈샵 주인 정도)과 마이클 잭슨이 농구도 하고, 량현량하의 전신 격인 크리스크로스도 나온다.


크리스크로스 정말 핫핫핫이었다. 꼬마 둘이 나타나서 세계 평정. 서태지도 당시 이동하면서 내내 크리스크로스 또 맥 게러 맥킬락 웅얼웅얼거렸고, 두 시의 데이트 김기덕은 거의 찬양 수준이었다.


그랬던 크리스크로스도 둘 중 한 명은 몇 해 전에 총 사고인지 죽고 말았다. 추억은 너무나 아름답고 행복하기만 한데 현실은 전부 왜 이런지 모르겠다. 마잭의 뮤비는 보는 재미가 영화보다 좋다.


일단 마잭의 댄스가 인공지능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며 항상 어린이들과 여러 사람과 같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좋다. 마지막 영화 디스 이즈 있을 나는 극장에서 봤는데 숨죽여 울 뻔했다. 이 사람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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