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살아가는 일반적인 사람에게 닥치는 불행은 막을 수 없다. 그런 일이 현실에서도 너무 많이 일어난다. 학교에서 집으로 가다가 묻지 마 폭행범에게 맞아서 죽은 여고생의 가족은 그 날로 더 이상 행복한 일상은 사라진다. 범인은 가족에게 웃으며 재미있게 죽이려 했는데 실패네 같은 말을 남긴다. 딸이 집에 오면 다 같이 삼겹살을 구워 먹으려 했는데 이제 영영 그런 저녁상은 없다. 일상이 망가진다. 의도와는 무관하게 불행은 매복하고 있다가 덮친다.
아내는 강령술사로 영혼의 자취를 느낄 수 있고 남편은 방송국 사운드스케이프를 녹음하는 일을 한다.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 같은 일이다. 깊은 산속에서 소리를 채취하던 중 납치범에게 납치된 10살 소녀가 납치범에게서 도망쳐 녹음 장비 중 큰 철제 가방에 들어가 몸을 숨긴다.
집으로 온 남편은 철제 가방을 원래 두던 곳에 둔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 경찰은 미해결 사건 때문에 늘 그렇듯이 아내에게 와서 납치된 딸의 물건을 주며 살았는지 죽었는지 강령술로 알아봐 달라고 한다.
그런데 아내는 사라진 소녀의 손수건을 만지는 순간 자신들과 아주 가까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남편과 내려가서 철제 가방을 여니 그 안에 소녀가 누워있었다. 그 뒤로 평온하던 일상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신고를 하려고 했지만 신고를 해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에 경찰이 집으로 오고, 그때 소녀가 깨어나서 소리를 지르는데 놀란 남편(야쿠쇼 코지)가 소녀의 입을 막다가 기절시킨다. 그런 반복을 겪다가 결국 소녀가 죽고 만다.
평범하던 가정이 지옥으로 둔갑하는 순간이다. 그 뒤로 부부는 경찰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되면서 죽은 소녀가 아내인 준코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영화는 아내와 남편의 식사 장면을 많이 보여준다. 한 가정의 단란한 모습을 떠올리면 아무래도 부부가 맛있게 식사를 하는 모습이야말로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낸다는 걸 알 수 있다.
가정은 가장 안전하고 평온한 일상을 보내는 소중한 곳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지옥이 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폭력이 난무하는 곳이기도 하며 가장 더러운 곳이 되기도 한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공포를 느낄 수 있으며 야쿠쇼 코지의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듯 한 남편의 연기를 볼 수 있다. 더불어 쿠사나기 츠요시와 후부키 준, 키타로의 젊은 시절의 연기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