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스트들아 오늘은 하루키 단편 소설 ‘침묵’에 대해서 얘기해 줄게 ㅋ 이 소설은 뭐랄까 하루키 식 공포야. 폭력을 다루고 있어. 흔히 주먹다짐의 폭력이 아니라 언어적 폭력과 가짜뉴스의 폭력을 말하고 있어.


폭력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하루키의 장편소설이 있는데 ‘어둠의 저편’이야. 사실 따지고 보면 하루키의 모든 소설이 어쩌면 폭력을 다루고 있는지도 몰라.


소설 ‘침묵’은 주인공 나에게 오자와,라고 하는 회사 동료가 자신의 고등학교 때의 일을 들려주는 이야기야. 오자와는 어렸을 때부터 내성적이고 책을 좋아했어. 아이가 집에만 있는 것이 걱정이 된 부모님이 친척이 운영하는 복싱장에 보내게 돼. 복싱을 배우게 된 오자와는 복싱이라는 운동은 상당히 고독하고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게 하는 운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 그리고 복싱을 배우는 사람들은 링 밖에서는 사람을 때려서는 안 된다는 철직을 가지고 있었어.


그런데 복싱을 배우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오자와가 다른 사람을 때리는 일이 발생하고 말아. 바로 동급생인 아오키라는 친구를 때리게 돼. 아오키는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많은 아이였어. 하지만 친해지기 전에도 오자와는 아오키에게 느껴지는 거부감 같은 것이 있었어.


그건 아오키가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많은 것이 딱 집어낼 수는 없지만 거짓처럼 보였기 때문이야. 말하자면 아오키는 진짜로 하지 않고 허울과 껍데기뿐인 위선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오자와는 느끼고 있었어.


그러던 중 복싱을 하면서 학교의 어떤 시험이든 일등을 하면 무엇인가를 사주겠다는 부모님의 약속 때문에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영어시험에서 오자와는 일등을 해버려. 영어 시험은 아오키가 늘 일등을 하던 과목이었어. 일등을 빼앗긴 아오키는 그 뒤로 소문을 퍼트리고 다니기 시작해.

오자와가 커닝을 한 것이라고 해. 소문은 돌고 돌아 오자와의 귀에 들어와. 화가 난 오자와는 사람을 때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아직 수련이 덜 된 오자와는 아오키와 말다툼을 하던 끝에 때리는 일이 발생하고 말아.


하지만 그 뒤로 생활은 조용하게 흘러가.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어. 떨어져 있다가 다시 같은 반이 된 아오키와 오자와. 어느 날 같은 반의 마쓰모토라는 친구가 지하철에 몸을 던져 자살을 하게 되는 일이 발생해. 학교의 분위기도 안 좋아지지.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말아. 아오키는 오자와에게 맞았던 그 일을 잊지 않고 지내고 있었어.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아오키는 몇 가지 ‘사실’만을 이야기해.


첫째, 마쓰모토는 왕따를 당했고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다.

둘째, 오자와는 오랫동안 복싱을 배워왔다.

셋째, 나는(아오키는) 중학교 때 오자와에게 맞은 적이 있다.


이런 몇 가지 사실을 흘리게 돼. 그 뒤로 사실이 진실에서 벗어나게 되거든. 마치 복싱을 배운 오자와가 마쓰모토를 때리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차가운 시선과 냉대, 집단 따돌림을 당하게 되지. 오자와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지만 누구도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어.


어느 날 오자와는 아오키를 같은 지하철에서 만나게 돼. 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치지. 오자와는 제대로 아오키의 눈빛을 봐. 후에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 소설 속에는 이런 대목이 나와.

내가 정말 무섭다고 생각하는 건, 아오키 같은 인간이 내세우는 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그대로 믿어버리는 부류의 사람들입니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주제에, 입맛에 맞고 받아들이기 쉬운 다른 사람의 의견에 놀아나 집단으로 행동하는 무리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뭔가 잘못된 일을 저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한 무의미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결정적인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고는 짐작도 못하는 무리들이지요. 그들은 그런 자신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정말 무서운 건 그런 부류의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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