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전부 해결되고 정우도 재심으로 무죄를 선고받는다. 노상철은 장인을 찾아간다. 장인은 노상철과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다가 이젠 멀쩡하게 지내라고 한다. 노상철은 웃으며 멀쩡하게 못 살아요.라고 한다.
노상철은 자신 때문에 아내가 죽었다는 생각 때문에 멀쩡하게 살아갈 수가 없다. 하지만 노상철은 장인에게 말한다.
멀쩡하지 않지만 이대로 살아가려고 한다. 그냥 이대로 지내려고 한다. 보니까 전부 멀쩡하게 사는 사람이 없는 것 같더라고 한다.
이 시리즈는 시작부터 멀쩡한 사람이 없다. 친구를 성폭행한 자식들을 구하기 위해 죄를 덮는 현구탁도.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아들을 위해 삽으로 머리를 쳐 죽이는 신추호나 오직 자신의 아들만 지키면 된다는 양흥수도 멀쩡하지 않다.
친구들에게 따까리 쓰레기 같다고 말하는 보영이도, 의사 박형식을 꼬셔서 어떻게 한 번 해 먹으려는 박다은도, 딸과 아내를 매일 폭행하면서 자신을 합리화하는 심동민도, 아내에게 받은 자격지심 때문에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는 박형식도 멀쩡한 사람이 아니다.
남편이 총에 맞아 죽을 까봐 휴학한 대학생 하설에게 말리라는 잔인한 말을 하는 김정숙도, 정우를 향한 집착을 사랑이라 여기도 미쳐버린 나겸이도, 잘못을 10년이나 숨기면서 정우에게 면회 한 번 가보지 않은 수오, 건오도, 출세를 위해 친구도 배반하고 자신이 한 성폭행은 치기 어린 한때의 실수라 여기는 양병무, 착한 척 하지만 모든 사건에 깊이 관여해서 여기저기 입신을 위하기만 하는 신민수도 멀쩡한 인간이 없다.
무엇보다 친구들이 인생에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했지만 친구들에게 내내 상처를 주고 있던 정우도, 아내를 위하는 길이라 여겼던 신념이 아내를 죽음으로 몰게 만든 노상철 역시 멀쩡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이 시리즈에서 사장 멀쩡한 사람은 하설이다. 그러나 하설도 주류에서 이탈해서 폭력을 본 본채 하지 않는다. 이런 정의감 때문에 자신의 목숨 위험한 줄 모른다.
현구탁이 최고의 악이고, 심동민이 덜한 악일까. 덜 멀쩡하고 완전 멀쩡하지 않은 인간으로 나눌 수 있을까. 이 시리즈에 나오는 멀쩡하지 않은 인간들이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인간군상의 모습이다. 나 역시 멀쩡하지 않고 주위에 멀쩡한 인간이 있나? 없다.
대부분 멀쩡한 척 지내고 있을 뿐이다. 이 말은 인간의 얼굴에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이 시리즈에도 넌지시 말하고 있지만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우리가 구분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시리즈를 보니 예전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 떠올랐다. 그 영화 속 등장인물 모두가 잔인했다.
그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늘 우리가 옆에서 보던 사람들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잔인하다. 멀쩡하지 않다. 하지만 노상철의 대사처럼 멀쩡하지 않지만 이대로 지내야 한다. 이대로 지내면 된다. 변영주 감독이 지대로 한건해부럿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