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알 수 없는 나의 위(장)
나는 날 때부터 안 좋은 위를 달고 태어났다. 그래서 조금만 위에 부담이 가게 먹었다면 소화가 안 된다. 소화가 안 되는 게 뭐 대수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서 소화제 하나 마시면 되는 일이잖아,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남다르다.
소화가 안 된다는 게 단순하게 소화만 안 되는 게 아니라 머리도 어지럽고 가슴도 뛰면서 이만저만 고생스러운 게 아니다. 그래서 늘 적당한 수준의 양으로 먹으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예나 지금이나 늘 비슷한 체형과 몸매가 유지되고 있다.
물론 일 년에 360일 정도 조깅을 하는 덕분이기도 하지만 적당히 먹었을 때 숟가락을 놓는다. 그러나 나는 사람인지라 맛있는 음식이 가득 있으면 그 유혹에서 벗어나는 게 참 힘들다. 너무 맛있잖아? 이거? 하는 음식을 먹을 때에는 평소보다 당연하지만 더 먹게 되니까 그때는 밥을 거의 먹지 않는다.
같은 음식이라도 소화가 안 되는 게 있고 소화가 잘 되는 게 있다. 나는 두부를 거의 매일 먹는데 두부를 지지거나 삶아서 먹다가 남아서 다음 날에 먹게 되었을 때 수분기가 날아가서 굳어버린 두부는 소화가 잘 안 된다. 그래서 다음 날 남은 두부를 먹을 때에는 라면이나 국물에 넣어서 팔팔 끓여서 먹는다.
소화가 안 되는 사람은 국물 요리를 먹으면 괜찮지 않냐고 하는데,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국물 음식을 먹어도 좀 많이 먹었다 싶으면 소화가 잘 안 된다. 그래서 국물 음식은 거의 해 먹지 않는다. 국물 음식은 적은 양으로 조리하기가 힘들다. 보통 하면, 전골이든, 탕이든, 국이든 3, 4인분을 하게 되는데 뜨겁게 팔팔 끓여서 먹게 되면 평소보다 빨리 많이 먹게 된다.
햄버거도 롯데리아나 맥도널드 햄버거보다 편의점에서 파는 햄버거가 소화가 잘 된다. 전문점 햄버거는 하나를 다 먹게 되면 이상하게 소화가 안 되는데 편의점 햄버거는 소화가 안 되고 하는 게 없다. 나도 왜 그런지 그게 신기하다.
또 신기한 점은. 위가 소화를 못 시키는 대신 약간 상한 음식을 먹어도 배 아픈 게 없다. 요컨대 잡채 같은 경우 상온에서 보관하다 보면 완전 상하기 전에 시어 가는 맛이 나는데 같이 먹던 사람은 배가 아프고 약을 먹고 하는데 나는 그런 게 없다.
좀 맛이 간 음식을 먹게 되면 한 시간 안에 어김없이 신호가 오고 화장실에서 밀어내기를 한다. 그러면 배가 아프거나 그런 게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배가 아프다거나 장염이라든가, 그런 게 없다. 예전에는 다 같이 횟집에서 회를 먹었는데 나 빼고 전부 병원 신세를 졌다. 그때 약간 상하기 일보 직전의 반찬이 있었는데 다 그걸 집어먹었다.
나는 집으로 와서 시원하게 으샤 밀어내기 한판하고 그것으로 끝났는데 일행들은 전부 병원 신세였다. 그런 것을 보면 나의 위는 이상하긴 참 이상하다. 집에서 음식을 했는데 버리기는 아깝고 먹기에는 상한 맛이 나는 건 지금까지 내가 먹어 치웠다. 나는 괜찮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