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나간다


올여름도 조깅 덕분인지 에어컨 없이 선풍기만으로도 밤을 보냈다. 수요일부터 폭염이 칼로 싹둑 자르듯 잘려 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수요일까지는 조깅을 하면 땀이 잘 나지 않는 정강이에서도 땀이 퐁퐁 솟아났다. 지금도 조깅을 하면 땀이 엄청나지만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


저녁의 강변에 부는 바람은 여름을 장식했던 한 여름의 바람이 아니다. 저녁에는 꺼져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는 매미소리와 귀뚤이 소리가 동시에 들려온다. 이런 자연에 대고 신비하다고 계속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거의 매일 한 시간 반 정도 조깅을 하고 있는데 마음 같아서는 한 시간 반 내내 미친 듯이 달리고 싶지만 조금씩 거리와 속도가 줄어들어가고 있다. 이제는 온전한 조깅보다는 중간중간 몸 푸는 곳에서 근력 운동에 좀 더 집중을 해야 할까 싶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여름이면 12킬로미터 정도를 달리고 나서 흠뻑 젖은 몸으로 상쾌함을 느꼈다. 이제는 그렇게 달리지 못하는 게 별로다.


여름에 조깅을 하면 체온이 엄청 오르기 때문에 밤에 부는 덥덥한 바람도 시원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찬물로 샤워를 하고 선풍기 바람만으로도 선선한 밤을 보낼 수 있다. 너무나 더운 열대야라면 에어컨을 가장 약한 바람의 27도로 맞춰놓아도 시원하다. 평소에 땀이 나면, 땀이라는 게 찝찝한 영역에 속하는 물질인데 조깅을 할 때 흘리는 땀의 느낌은 정말 좋다. 정강이, 귀 안에서도 땀이 흘러서 나오는데, 이런 건 짜릿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이때의 땀은 대체로 수분이라 짭짭한 맛도 별로 없다.


얼마 전에 션이 조깅 때문에 발톱이 여섯 개 빠진 기사를 봤다. 션만큼 긴 거리를 달리지는 않지만 매일 달리는 덕분인지, 요즘 같은 이런 무더운 날에 조깅을 해서 인지 나도 발톱 두 개가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조깅을 멈출 수는 없다. 숨이 끊어질 것 같으면서도 숨이 잘 쉬어지는 기묘한 경험을 하는 거다.


강변은 매일 달리면 마주치는 사람도 매일 비슷한데 다르고, 계절의 변화도 오감을 통해 보고 느낄 수 있다. 매일 보는 구름이지만 매일 다르다. 매일 사진을 담아서 인스타 스토리에 올리고 있다. 여름이 되면 구청에서 강변의 벌초를 해 놓아서 풀냄새가 확 나는데 그 냄새를 맡으며 달리는 게 좋다.


슬슬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오늘도 무척이나 무덥지만 하늘은 가을 하늘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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