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니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큰 이모는 가족이 없어서 큰 이모 돌아가셨을 때 내가 상주를 봤는데 그때가 코로나 터지고 몇 달 지나서여서 장례식 장에 사람들이 올 수 없었던 때였지.


그때 장례를 치르는 맞은편 한 곳도 조용하게 장례를 치루더라고. 적막과 고요가 장례식장을 가득 메우고 있고 들리는 소리는 냉장고가 우웅 돌아가는 소리뿐이었지.


큰 이모에게 용돈 하라고 한 달에 오만 원씩 보냈는데 그럴 때마다 촌에서 큰 이모는 김치, 깻잎, 문어 같은 것들을 보내셨지. 용돈 이런데 쓰지 말고 큰 이모에게 쓰라고 했는데도 뭔가를 택배로 막 보내주셨어.


통장에 카운터가 되어 있는 걸 보니 돈을 보낼 때마다 우체국에 가서 통장을 밀어 넣어서 확인을 했나 봐. 매달 5일에 보냈는데 깜빡하고 하루가 지나가면 전화가 왔었지. 무슨 일 있냐고. 그러면 깜빡해서 그렇다고 6일에 돈을 보내 드렸지. 아마 큰 이모는 통장에 카운터 되는 걸 보는 재미가 있으셨던 거 같아.


그렇게 오만 원을 보내면 어김없이 김치나 깻잎무침이 집으로 날아왔지. 명절이 끼면 십만 원을 보냈는데 그러면 더 많은 음식을 만들어서 보내주곤 하셨어. 제발 좀 용돈으로 써라고 했지만 말도 듣지 않으셨어.


장례를 다 치르고 며칠 지나서 큰 이모 집도 정리를 하는데 내가 큰 이모에게 보낸 용돈이 든 우체국 통장이 나오더라고. 열어서 보니 그동안 내가 보낸 용돈을 한 번도 꺼내 쓴 적이 없었어. 그래서 천만 원이 넘는 돈이 그대로 있더라고. 한 동안 가만 서 있기만 했지.


아파서 방구석에서 몸을 말고 끙끙거리면서도 통장을 들고 계셨다는데.


나는 무릎에 덴 자국이 있는데 이 자국이 어릴 때 사정이 있어서 큰 이모와 외할머니 손에서 몇 해 지냈거든. 그때 큰 이모가 계셨던 영주에서 있었는데 매일 밤 엄마 보고 싶다고 울고, 친구도 없어서 큰 이모 일할 때 밖에서 놀다가 오토바이에 데었는데 큰 이모는 그게 내내 마음에 걸렸나 봐.


어젯밤에 큰 이모가 보내준 깻잎의 마지막을 먹었어. 냠냠 맛있게 먹었다. 감사합니다. 큰 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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