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착실하게 간다. 심술궂은 5세 아이에게 부탁하여 시계를 고장 낸다고 해도 시간은 차곡차곡 앞으로 가기만 할 뿐이다. 시내버스도, 대형트럭도 가끔 후진을 하는데 시간은 앞으로만 갈 뿐이다.

여름이다. 매미소리가 강하게 들린다. 매미 소리는 기분이 좋다. 도심지에서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자연의 소리처럼 들린다. 매미가 울면 사랑의 열병을 앓는 미술가가 그려놓은 하늘이 펼쳐지고 바람은 얼굴에 시원하게 닿는다.

여름에는 다른 계절보다 양치질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양치질을 하다가 문득 든 생각은 칫솔이 지구상에 없다면 너무나 끔찍한 세상이 될 것만 같았다.

전국의 칫솔을 만드는 공장에서 “아아,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먹고살기가 힘들군” 하며 칫솔 공장 전부가 “우리는 이제 그만하렵니다” 라면서 두 손을 놓아 버린다면 세상은 얼마나 암울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칫솔이 없으면 뭐 어때? 흥. 아무거나 가지고 닦으면 되지, 치실도 있고 수건도 있고 소금도 있으니 괜찮아, 아무런 문제가 없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어쩐지 이는 칫솔로 이리저리 쓱싹쓱싹 하면서 닦아야 깨끗해지는 것 같고 상쾌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어느 날 칫솔 없이 생활해 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칫솔 대신 수건이나 거즈로 이도 닦아보고 밥을 먹자마자 물로 헹구기도 했다. 칫솔 대신에 할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이를 닦아봤지만 하루 만에 포기해 버렸다.

집을 떠나 여행을 가서 일박을 하게 되었을 때 씻지 못하고 잠이 들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 얼굴이나 발은 못 씻어도 이는 닦아야 편하게 잠이 온다. 칫솔이 아닌 다른 어떠한 것으로 이를 닦는다고 해봐야 답답할 뿐이다.

어린 시절에는 왜 그리도 이 닦는 것을 싫어했을까. 어린 시절의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요즘의 어린이도 비슷하다. 사실 지금도 샤워하는 건 좋은데 씻는 건 싫다. 아이도 이 비슷한 마음일까.

치과에서는 양치질만으로는 이가 깨끗해질 수 없다고 한다. 밥을 먹고 바로 물로 여러 번 헹군다든가 식사 후 많은 시간이 지나기 전에 양치질을 해준다거나 양치질을 한 후 치실 질을 해주라고 한다. 하지만 인간의 생활이 밥을 먹고 그 이후의 모든 것을 매일매일 하기란 통일이 되는 것만큼이나 힘든 것 같다.

치아가 치과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아주 깨끗한 사람들은 위의 귀찮고도 힘든 관리를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로서리 쇼핑을 위해 퇴근길 마트에 들르면 칫솔 코너가 있는 곳에서 이것저것 칫솔들을 구경하고 만지작거린다.

여러 종류의 칫솔들이 있군, 이건 아주 부드럽겠는데, 이건 좀 모양이 이상한데, 음 이건 작아서 어금니 안쪽까지 닦이겠는데. 뭐 이러면서 이 칫솔 저 칫솔 구경하다가 하나씩 사 나른다. 양모가 붙어있는 모양과 색도 천차만별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칫솔, 노인들을 위한 칫솔, 개를 위한 칫솔.

어릴 때부터 우리는 연필이나 볼펜을 손에 쥐고 생활을 해왔다. 칫솔의 생김새는 연필처럼 손에 꽉 움켜쥐게 되어 있다. 그것이 칫솔이 사람에게 부여한 의미가 있다. 세상에는 아주 많은 물품들이 존재하고 사람들의 생활을 영위하게 해 주지만, 손으로 움켜잡고 무엇을 할 수 있는 물품은 드넓은 물품 중에 몇 없다.

그렇게 손으로 꽉 쥐고 무엇인가 할 수 있는 물품은 인간사에 반드시 밀접하게 필요한 물품들이고 그 종류는 생각만큼 넉넉하지는 않다. 칫솔이 언제 어느 순간에 인간사에 짠하며 나타났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칫솔 역시 세대에, 시대에 맞게 진화가 되어 전동칫솔까지 나왔다.

세상에는 없어서는 안 될 물품들이 아주 많다. 컴퓨터가 없어도 안 되며 냉장고가 없어도, 자동차가 없어도 안 된다. 칫솔은 여기에 비하면 아주 하찮은 물품일지도 모른다. 있으면 다행이고 없어도 다른 것으로 대처하면 그만인 물품이 칫솔이다.

하지만 없어져 버리면 서서히 불편해진다. 그리고 불편함은 불안으로 번진다. 사소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는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물품일 수 있다. 사람들 중에서 칫솔 같은 사람이 있다. 아니 어쩌면 칫솔 같은 사람이 대부분일지도 모른다.

자동차나 냉장고 같은 사람도 분명히 있다. 회사나 학교나 그 단체, 조직에서 컴퓨터나 자동차 같은 사람은 한두 명씩은 있다. 하지만 회사나 학교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칫솔 같은 사람들이다.

언젠가 필요 없어지면 갈아치워 질지, 닳고 못쓰게 되면 버려질지 모르면서 생활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 비록 칫솔은 하찮고 어디를 가나 널려있고 일회용으로 한 번 쓰이고 버려지는 물품이지만 분명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물품이다. 회사를, 학교를, 가정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 하나하나처럼 말이다.

칫솔을 사랑하는 구매자가 있으니 칫솔 공장 사장님과 직원 분들은 지치지 마시고 분발해 주세요. 으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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