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슴슴한 도다리국을 먹었는데 고요함이 입 안으로 확 들어오는 느낌. 도다리 매운탕만 먹었는데, 온통 축제 같은 분위기라 도다리의 맛은 뒷전이고 뻘건 양념 맛이 후려쳤는데 이렇게 고요한 맛이 묵직하게 입안을 채우다니, 너무 맛있는 거였다.


이 독립영화 ‘은하수’를 보고 나니 슴슴한 도다리 국을 먹은 느낌이다. 이런 영화라면 양팔을 벌려 격하게 환영하고 싶다.


영화는 가타를 잃어버려 그 기타를 찾으러 다니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나이가 많은 인디밴드 3인조 혼성 ‘은하수’는 자신들의 노래를 알아주는 곳을 찾으러 다니지만 그 어디에서도 받아주는 곳은 없다. 버스킹을 해도 아무도 듣지 않는다.


맏형 동은은 어린 시절 가정폭력에 집을 나와 펜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그곳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최호섭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가 두고 간, 사인이 된 그 기타를 아르바이트 비로 기타를 구입한다. 그 기타는 자신의 심장과도 같다.


하지만 그 기타는 어쩌다가 당근으로 팔려 나가고, 기타가 바뀌고, 다시 사채업자에게로 갔다가 어떤 할머니에게로 간다.


모두가 기타에 얽힌 사연이 하나씩 있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에게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주고 싶고, 누군가는 태어날 아이를 위해 과거를 청산하고 노래를 만들어 주고 싶다. 또 다른 누군가는 30년 전에 실종된 기타를 치던 아들을 위해 기타를 준비한다.


기타라는 게 악기 중에서 가장 접하기 쉽다. 하지만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면 작은 오케스트라의 음을 낸다. 기타 하나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은하수는 노래를 부른다. 가사 중에 ‘우주 속 작은 빛이라도 의미가 있어’라는 부분은 우리 모두에게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먼지 같은 존재지만 먼지가 하찮지 존재는 하찮지가 않다.


이 영화에 카메오로 나오는 사람들이 대단하다. 노브레인의 이성우, 플라워의 고유진, 김현정과 박선주 등 마지막에는 최호섭도 나온다. 재미있었다.


영화의 유머를 장착한 대사도 겉돌지 않고 웃음이 나온다. 이 영화는 확고한 진실보다 흔들림이 많은 가능성이 훨씬 낫다고 말하는 것 같다. 밴드 은하수가 그렇게 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 아주 따뜻하고 재미있는 영화 [은하수]였다.


고해형이 연기도, 게임도 잘하는데 노래까지 잘 부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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