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의 외할머니와 깻잎으로 밥을 먹는 적은 없다. 아니 거의 없다. 한두 번은 있었을지도 모른다. 외할머니는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외할머니에게 붙어서 지냈던 때가 어린이였을 때다. 어렴풋한 기억에 그때, 그 어린이 시절에 외할머니와 깻잎으로 밥을 한 번 먹었던 것 같다. 그런 기억이 있다.
나는 4살인가 5살인가, 어린 시절에 집 안의 사정으로 인해 1년 정도 외가에서 외할머니와 지내야 했다. 매일 밤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고불고했을 때 나를 달래준 사람은 외할머니 밖에 없었다. 외삼촌, 외숙모, 사촌 형 누나들은 전부 무섭게 보였고 외할머니 품에서만 외로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시골이지만 낮에는 동네 아이들과 같이 놀면 된다. 하지만 해가 달에게 하루를 반납하고 나면 외로워지는 것이다. 외로움이란 나이를 막론하고 찾아온다. 외로움이 밀려오면 나는 외롭다고 표현하는 게 얼마나 다행인 것인지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어린이는 그런 표현이 어렵다.
분명 외로운데 이게 외롭다는 감정이 어떤지 알지 못한다. 괜히 투정을 부리게 되고 엄마가 보고 싶어 진다. 우는 밤이 매일 이어지면 외할머니는 나를 안고 어부야 어부야 노래를 불러주며 내일은 엄마 보러 가자며 나를 재웠다.
여름에는 외할머니를 따라 밭에 가서 밭일을 도왔다. 도왔다기보다는 외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깻잎을 뜯었다. 상추도 뜯고. 점심에는 잘 씻어서 상추와 깻잎으로 밥을 먹었다. 밭일을 하고 앉아서 밥을 먹으면 밥맛이 최고지만 어린이 입맛에 이런 것들은 별로였다.
할머니는 냉장고에서 깻잎무침을 꺼내서 밥을 싸서 한 입, 고기를 싸서 한 입 먹였다. 먹기 싫다고 징징 거렸지만 외할머니는 맛있다며 나를 먹였다.
성인이 되면 살이 많이 찌는 이유가 맛없는 음식이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 때 빼빼 마른 건 다 맛이 없고 편식이 심하기 때문이다. 깻잎 따위 어린이 입맛에는 당연하지만 맛이 없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깻잎만큼 맛있는 음식이 있을까 싶다. 수육에 싸악 감싸서 먹는 깻잎의 맛은 정말 굿이다.
깻잎은 우리나라 사람들만 먹는다고 하던데, 깻잎의 맛에 미쳐버린 외국인들의 영상이 유튜브에 많다. 느닷없는 이야기지만 외국 언론사들은 우리나라 대통령이 독재채재가 되었다고 해서 망신이고, 그렇게 위상이 높던 케이팝 역시 코첼라 무대에서 라이브가 너무 엉망이라 국제적으로 망신이 되었다. 하지만 불닭볶음면부터 먹거리는 외국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여기에 깻잎도 넣으면 좋을 것 같다.
단짠단짠이 맛있으니까 깻잎을 식빵 사이에 넣어서 먹는 맛도 좋을 거야. 오늘 그렇게 해 먹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