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젤리비가 내린다. 골목에 내리는 젤리비를 맞으면 똥이 젤리가 되어 나온다. 젤리비는 골목에만 내린다. 몸에서 나온 젤리는 꿈틀꿈틀 움직여 서로 붙어서 새로운 골목을 만든다. 젤리비를 맞은 후 48시간 안에 젤리똥을 누면 괜찮은데 48시간이 지나도 젤리똥이 나오지 않으면 몸이 점점 젤리로 변한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몸이 녹아서 없어진다. 정부는 이 세계에서 골목을 전부 없애려 하고 골목은 전부 사라지는 골목길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골목은 하늘에 물질을 쏘아 올려 먹구름에서 비를 뿌릴 때 젤리비를 내리게 했다. 그렇게 세력을 확장하려 했다. 정부는 애써 막으려 했고 골목은 악착같이 살아남아서 정부에게 위협을 가했다. 어느 비가 오는 날 골목에 내리던 젤리비가 화학반응을 일으켰다 :)



골목이 사라지고 있다. 뭐 당연한 것이겠지만. 어릴 때 골목에서 놀고 시간 가는 줄 몰랐지. 엄마가 몇 번이나 불러야 겨우 집으로 마지못해 들어갔다. 동네 아이들과 골목에서 노는 게, 그게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다. 뭘 하며 놀았냐고 한다면 뛰어다니며 놀았던 것 같다. 보자기 울러 매고 슈퍼맨 놀이를 하기도 했고, 칼 들고 마징가가 되기도 했다. 골목에 있는 집들은 전부 대문을 열어 놨는데, 이 집 저 집 아이들이 나와서 놀다 보니 이 집 저 집으로 마구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가 우르르 몰려다녔다. 대체로 아버지들은 회사에 다 나가고 엄마들이 집에 있었는데 나무라지는 않았다. 간혹 야간하고 들어와서 잠자는 김 씨 아저씨가 이놈들아!라고 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아이들은 옥상과 옥상을 건너뛰어 다녔다. 옥상과 옥상은 거의 붙어 있지만 그래도 공간이 있다. 떨어지는 죽는 거지.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떨어질 것 같은 공포가 있었다. 그러나 어디서 나왔는지 용기가 불쑥 올라올 때가 있는데 동네 형들이 다 옥상에서 옥상으로 건너뛰고 나면 우리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또 보자기를 등에 착용하면 정말 슈퍼맨이 되어서 날아갈 것만 같은 용기가 생겼다. 하지만 꼭 누구 하나가 넘어지거나 떨어져서 다리가 부러지거나 팔이 부러졌다.


봄이 오면 골목에는 표가 확실하게 났다. 블록 사이에서 잡초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저녁에는 집집마다 고등어를 굽고 된장찌개를 끓이는 냄새가 골목에 가득했다. 아버지가 회사에서 퇴근하고 오시면 놀던 아이들도 뿔뿔이 흩어져 집으로 들어가서 밥상에 빙 둘러앉아서 저녁밥을 먹었다.


한 십 년 동안 내가 살던 동네로 조깅을 하면서 돌아왔다. 사람들이 여전히 동네에 빼곡하게 들어앉아서 생활을 했는데, 재개발 구역에 들어가더니, 사람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철거가 찍히고, 집들이 하나 둘 허물어지고, 동네 고양이들도 다 떠나고, 벌판이 되더니 철근이 박히고 아파트 단지가 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그래도 갈 때마다 사진을 찍어놔서 점점 변해가는 과정을 기록할 수 있었다.


골목은 감성에 기인한다. 이성적으로 골목의 오래된 집들은 불안해 보인다. 아주 긴 시간 버텨왔기 때문에 담장이 무너질 것 같기도 하고, 장마나 폭설에 위험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화재에 대해서 취약하다.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놈의 골목 빨리 떠나야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사진으로는 운치 있어 보이지만 70년대부터 있던 전깃줄이 신경줄처럼 골목에 널어서 있어서 간당간당하다. 몇 번이나 새 전깃줄로 갈았을까. 아마 한 번도 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골목은 기묘하지만 동네마다 느낌이 다르다. 골목의 분위기? 골목의 스타일이 동네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저 뛰어다니며 놀기 좋은 골목이 있는가 하면 연인끼리 몰래 키스하기 좋은 골목도 있다. 저녁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나와서 장판 깔고 소담을 나누기 좋은 골목이 있다.


골목은 상당히 없어졌지만 그럼에도 아직 골목이 많이 남아 있다. 골목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것도 재미있다. 혹시 모르지. 시간이 흘러 신문사에 팔아먹을지도.




여기서부터는 지금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동네다. 21년도에 찍은 사진들인데 마치 오래된 사진처럼 느껴진다. 21년도 초반에는 골목 집집마다 사람들이 살고 있다가 점점 사람들이 빠져나가더니 철거가 시작되고 벌판으로 바뀌고 지금은 몽땅 아파트 단지가 되어간다.




여기 골목은 스타일이 다르다.




여기서부터는 시에서 밀어주는 골목이다. 오래된 골목이기는 하지만 도심지 중앙에 있는 골목이라 없애지는 못하고 사람들이 더 모이게끔 문화의 거리로 만들었다. 꽤 긴 시간 공을 들여서 이쪽 동네는 모든 것이 바뀌어서 골목 어디에서나 사진 찍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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