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쫓아서 가고만 있다. 지금까지 이렇게 오기만 했는데 앞으로는 점점 자신이 없다. 아무도 듣지 않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기분이다. 일주일째 비가 오고 날이 흐리다. 날씨가 흐린 건 참겠는데 이러다가 마음이 메말라 비틀어져 버릴 것만 같다. 아무리 물을 마셔도 마음은 점점 메말라 가는 것 같다. 입구는 있지만 출구는 없는 방에 들어와 버린 기분이다. 그 방에 들어가면 나오는 게 어렵다. 그런 방에서 출구를 찾지 못해 불안해하다가 숨이 막혀 죽어 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는 것도 싫고 사람이 없는 곳에 혼자 있는 것도 싫은 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마음의 여자는 남자를 찾아간다.

좋아하는 것을 서른두 살까지 찾아 헤매는 여자와 잘 하는 것을 놓으려 하는 남자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같아서 나란히 걸으려 하는 이야기. 하지만 같은 것을 잡으려는 사람과 놓으려는 사람은 사소한 것에서 균열이 간다.

그 균열의 발화는 남자의 옛 애인이자 여자의 친구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는 사실 어울릴 수 없다. 여자는 남자를 아주 싫어했기 때문에. 재수 없어서. 그러나 지금은 남자가 놓으려는 음악을 여자가 붙잡고 싶어 하기 때문에 같이 있다. 둘 사이에는 옛 애인이자 친구의 민경이의 부재가 형태를 띠고 있다.

두 사람은 만나면 한 번은 민경이의 부재가 몰고 온 존재를 확인한다. 두 주인공은 영화 속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노래를 너무 잘 부른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영화 속 주인공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노래 가사를 들으며 영화를 보다 보면 영화에 드러나지 않는 어떤 이야기를 상상하게 된다. 두 사람은 바다를 보러 가는데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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