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봄 같은 날 때문에 그런지 친구가 사고로 죽은 후 죽음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한 번 죽으면 더 이상 죽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자꾸 맴맴 돌면서 죽고 난 그 후의 아무것도 없음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 생각을 한다고 해서 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생각이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머릿속으로 밀려 들어온다. 그 생각이 강하게 들 때는 매일 다니는 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 힘들고 슬프게 느껴진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데 죽음이 너무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친구가 죽고 난 후에 그 부재가 기묘한 형태로 존재를 알리니까 이상하고 또 이상하기만 하다.


감기기운이다. 물약을 찾아 먹었다. 나는 아프기 전에 미리미리 약을 챙겨 먹는다. 남들은 아프면 약을 먹지만 나는 아픈 게 너무 싫어서 아프게 전에, 감기기운이 오면 미리 약을 먹는다. 작년에는 한 번도 아프지 않았다. 나는 아직 코로나도 한 번 걸린 적이 없다. 아프면 그 핑계로 푹 쉬고, 그러면 괜찮지 않으냐고 하는데 나는 괜찮지 않다. 아파서 오는 고통에 몸이 잠식되어 가는 그 느낌이 너무 싫다. 그래서 매일 조깅을 하고, 샤워를 하고, 적당히 먹고, 팬티를 매일 갈아입는다. 그럼에도 감기기운이 왔다는 건 참 짜증 나는 일이다. 미리미리 약을 챙겨 먹자.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약을 챙겨 두자.


어릴 때는 아버지가 골라준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요즘은 아이스크림 하나 고르는데도 선택이 어렵다. 어릴 때 선택의 폭이 좁았을 때 아버지가 골라준 아이스크림은 뭐가 됐든 만족도가 높았다. 요즘 내가 고르고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은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다. 단지 맛 때문은 아닌 것이다. 그 속에는 방대한 자유가 주어져도 결국 그 속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 만만찮다. 만만찮은 게 아니라 어렵다. 고르는 건, 선택을 하는 건 이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너무 어렵다.


그러는 와중에 누가 잘 지내냐고 물었다. 나는 잘 지낸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별 탈 없고, 매일 조깅하고, 책 읽고, 글 쓰고. 잠 잘 자고 아침에 무사히 눈 뜨고. 일어나자마자 바로 화장실에 가서 대소변을 해결하고. 밥 잘 먹고. 잘 지낸다.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잘 지내냐고 물으니 내가 못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잘 지내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은데 잘 지내는 건가, 잘 지내는지 어떤 그것조차 알 수가 없다. 어제 이전 까지는 잘 지냅니다,라고 당당하게 말을 했는데 갑자기 잘 지내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알 수 없어졌다. 잘 못 지내는 걸 못 알아차리면 잘 지내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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