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는다는 건 그 사람의 온기를 나눠 갖는다는 것인데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그냥 수족냉증인 걸까.



잘 시간은 지났고, 잠도 쏟아지는데 잠들기 싫은 밤이다.

눈이 감기고 졸다 깨고 잠들었다가 놀라서 깬다.

이렇게 아침을 맞이하면 너무 피곤하겠지.

나는 왜 이 밤을 잠으로 채우지 못하는 걸까 – 새벽 3시에.



그는 밤일이 시원찮아서 아내에게 꽉 잡혀 산다. 안 그래도 화가 많은 아내가

근래에 더 화가 났다. 아내는 그를 벌레 보듯 밤일도 시원찮은 놈아 나가서 

빨리 어떻게 좀 해봐.라고 해서 추워서 나가기 싫어 죽겠는데, 눈까지 펑펑 

내려서 너무 나가기 싫은데 결국 밖으로 나가야 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좀 더 나이 들어 아내에게 버려지지 않을까 오직 그 생각뿐이라 아내가 하는 

말은 다 들어야 했다. 아내가 회사에 늦게 나가라고 하면 개처럼 바짝 엎드려 

그렇게 했고 그러면 그럴수록 회사 직원들에게는 강압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덕분에 그의 옆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말았다.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 이건 그냥 이야기야.



저녁 8시가 예전 같지 않다.

붐벼야 할 시간인데 다운타운이 썰렁하고 허전했다.

모두가 잠들어야 할 새벽 한 시 sns 세상은 너무나 떠들썩하고 활발하다.



진지하고 진지해서 너무 진지해도 괜찮아.

심각하지만 않으면 돼.

진지한 건 환영이지만 심각해지면 답이 없어.



부어도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술병이 있잖아.

그런 술병이 있어.

아무리 부어도 채워지지 않지.

계속 부어도 누군가 자꾸 마셔 버려.

채워지지 않는 술병은 매일 밤 추위에 내몰리는 거야.

추위에 떨다 떨다 참지 못하면 몸을 던져 깨지는 수밖에 없어.



하루키가 그런 말을 했는데 사람에게는 자신의 분수령이 있다고.

하지만 그 분수령이라는 게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10대에 찾아오는 사람이 있고 60대에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분수령에 도달하면 내려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직 나의 분수령이 아니라도 

생각되면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기보다 오늘 하루 그냥 존나게 열심히 살자.



창에 부딪히는 바람소리가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랫소리보다 더 크게 들린다.

바람소리는 꼭 억울하게 죽은 마녀의 울음소리처럼 들린다.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라는 말은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말은 정말 무책임한 말이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그 사람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하는 

말은, 한국이 망할 때까지 듣지 못하겠지.



우리가 세상에 드러내고 싶은 건 우리 음악이지 허벅지가 아니잖아 – 더 런어웨이즈



상처가 다 낫지 않고 흉터가 생기더니 흉터는 꺼끌꺼끌 심술이 되어 나를 

찌르곤 한다.

상처가 다 낫지 않은 이유는 상처를 받았을 때 제대로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피하려고 했기 때문에 흉터가 깊게 상흔을 남기고 

결국 심술이 되어 버렸다.



어제 외계침공 영화를 또 봤다.

지구에 머틀리 크루가 살아 있는 한 침공한 외계인들이 두 손 두 발 다 들고 

떠날 거야.



포근하더니 제주도에는 벌써 매화가 피었다고 한다.

이렇게 어수선해도,

이렇게 시끄러워도,

이렇게 지랄 맞아도 봄은 오고 있다.



오늘을 어제에게 반납하고 내일을 오늘로 받아들이는 시간.

지나간 하루의 미련을 버리고 꿈속으로 들어도 좋을 시간.

너는 너의 세계를 살고 나는 나의 세계를 살아야 할 시간.

받았던 상처는 조금씩 흉터로 남아도 되는 시간.

우리는 전부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는 시간.

이제 격렬한 결락으로 떨어져도 괜찮을 시간 – 밤 열두 시(밤 열한 시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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