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라면이라고 들어봤나. 굴라면이 아니다. 굴라면은 라면에 굴을 넣어서 끓인 라면이 굴라면이다. 그렇다면 귤라면은? 그렇다 귤을 라면에 넣고 끓인 라면이 귤라면이다.


도대체 왜 귤을 라면에 넣고 그러지? 같은 말을 하는 사람도 한 번 먹어보면 오 하게 된다. 라면에 아이스크림을 넣어서 먹어도 맛있는 것처럼, 닭갈비에 아이스크림을 넣어서 먹으면 정말 맛있는 것처럼 말이다.

제주도에서 귤이 한 박스가 왔는데 집에 있는 귤과 함께 흘러넘치는 것이다. 이렇게 묶음으로 해서 사람들에게 나눠줬는데도 불구하고 많이 남았다. 한 두 개씩 까먹어도 남은 귤이 점점 물컹해지면서 상해가려고 해서 라면을 끓일 때 두세 개씩 넣었다.


뜨거워진 귤이 이렇게 맛있다니. 매콤한 라면의 국물을 잔뜩 빨아들인 귤이 이렇게 맛있다니. 나 같은 맵찔이가 조금씩 매콤함에 매료되어 가는 과정이다. 매운 라면에 땡초를 넣었어도 귤 덕분에 너무 맵지 않게 먹을 수 있다.

그래, 라면에 넣어서 먹는 귤이 맛있다면 볶음에도 귤을 넣어보자. 그래서 정체불명의 요리지만 뭔가 잔뜩 넣고 달달달 볶을 때 역시 귤을 넣어서 볶았다. 역시 뜨거워진 귤은 맛있었다.


예전 파인애플 볶음밥을 먹으러 갔을 때 뭐야? 파인애플을 볶음밥으로 먹는다고? 했지만 파인애플은 뜨거워야 맛있다는 일행의 말이 떠올랐다. 아마 그때가 10년 전이다. 파인애플 볶음밥을 먹으러 가면 파인애플을 잘라서 그 안에 볶음밥이 있다. 맛있었다.

요 며칠 아주 추워졌다. 이렇게 추울 때 끓여 먹는 라면만큼 맛있는 음식도 없다. 2016년까지만 해도 라면 끓여 먹으면 세 개를 끓여서 먹어도 거뜬했다. 그런데 두 개는 물론이고 이제는 한 개를 끓여서 밥을 말아먹으면 엄청난 포만감이 든다. 그래서 밥은 포기해야 한다. 위가 상당히 작아졌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살이 찌니 먹는 걸 줄이는 습관으로 생활을 하다 보니 위가 작아진 모양이다.


이제는 배가 너무 불러 포만감이 빵빵 들면 기분이 아주 안 좋다. 살이 찌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이 드는데, 아쿠아 맨 2편을 볼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면 메리도, 아쿠아맨도 동생인 옴도 1편에 비해 전부 살이 붙었다. 할리우드에서는 입금되면 확 바뀐다는 룰이 있는데도 생각만큼 날씬하지 않았다. 나이가 드련 살이 붙는다. 철저하다는 외국 배우들도 예외는 아니다.


록스타들도 마찬가지다. 절대 살이 찌지 않을 것 같았던 머틀리 크루의 닐 형도, 건즈 앤 로지즈의 엑슬 로즈도 나이가 들면 살이 붙는 것에서 피해 갈 수 없다. 빅슨 누님들도 그렇게 서로 고소하니 마니 하면서 해체하고 난 후 바로 살이 찌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 살이 찐다고 해서 젊었을 때처럼 매일 극한의 다이어트를 할 수도 없다. 르세라핌의 사쿠라는 그 호리호리한 몸에도 식단조절이 잘 안 되어서 조금이라도 살이 붙었다고 느끼면 울고불고다. 살이 찌는 건 일반인에게도, 유명인에게도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의 숙제 같은 것이 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병헌이나 이정재, 정우성, 전도연, 이영애 같은 우리나라 배우들은 도대체 얼마나 처절한 노력을 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든다. 입금전후가 그렇게 완전 다른 디카프리오도 이번 영화에서는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영화에 임했다.


라면 하나 끓일 때 귤도 넣고, 방울토마토도 넣고, 양파도 넣고, 대파도 넣고 이것저것 넣으면 양이 꽤 많다. 먹다가 포만감이 들 때 그때 딱 젓가락을 놓으면 되는데 라면은 그게 참 어렵다. 귤은 간식 개념이었다. 예전 같으면 라면을 끓여서 먹고 난 후 귤을 까먹었다. 배부르지만 귤은 또 술술 들어갔다. 그렇게 먹다 보면 살이 붙는다.


이렇게 추운 날에도 매일 한 시간 반정도 조깅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거의 매일 조깅을 해야 비슷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 나의 경우가 그렇다는 것이다. 나의 체질은 조깅하는 거 하루 빼먹고 맛있게 하루 많이 먹으면 일 년을, 이년을 매일 같이 달린 것들이 아무런 소용이 없는 몸뚱이다.


하고 싶은 말은 귤라면은 맛있다는 말이다. 맛도 좋고 배고픔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렇다고 굉장한 포만감은 들지 않아서 괜찮은 라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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