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그룹은 노래뿐 아니라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이 묘했다. 일단 머리가 길고 대부분 날씬했다. 머클리 크루, 포이즌 같은 그룹은 안 그래도 예쁘장한 얼굴인데 눈두덩에 화장까지 해서 마초가 파괴될 것 같지만 노래를 할 때에는 전부 씹어 먹어버릴 듯한 마초성이 강한 모습이라 여자들, 남자들이 전부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메탈그룹의 멤버들은 근육도 좋았다. 그러나 근육이 요즘처럼 기구를 들어서 강력한 근육이 아니라 울끈불끈 하지는 않지만 탄탄한 근육이 자리 잡고 있어서 가죽바지와 가죽재킷을 입어도 잘 어울렸다.


70년대부터 활동하던 그룹들은 90년대 거의 슈퍼록스타가 되었다. 반 헤일런, 딥 퍼플, 롤링 스톤스, 에어로스미스 등 당시 록스타의 위상은 스포츠 스타 그 위에 있었다. 지금도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스타는 테일러 스위프트니까 큰 골자, 미국을 지나가는 강력한 줄기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다가 80년대 글램록이라는 음악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다. 사운드도 신나고, 노래도 좋고, 따라 부르기에 편하고. 무엇보다 나온 메탈그룹들이 실력도 좋은 데다 잘 생기고 몸매가 좋았다. 이런 그룹들이 여기저기 막 나오기 시작했다. 공연장에는 사람들이 떼 지어 몰려들었고 답답함을 풀어버리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공연장에서 가수들과 팬들이 한 몸처럼 미친것처럼 떼창을 하고 나면 꽉 막힌 속이 전부 뚫렸다.


사건사고도 많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은 록스타들에게 열광했다. 아마 90년대가 최고이지 않을까 싶다. 엠티비가 본격적으로 돌입함으로 메탈밴드의 사운드가 보는 것으로 바뀌면서 야호였다. 남자밴드의 전성기였다.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글램록, 팝메틀 밴드가 나타났고 그들은 엠티비를 타고 전 세계로 뻗어가면서 인기를 얻었다. 이들의 외모, 의상, 스타일은 현실에서 잘 볼 수 없는, 그야말로 영화나 만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밤새도록 공연을 하고 술을 마시고도 지치지 않고 다음 날에 그 날렵한 몸으로 또 무대 위에서 강력하게 노래를 불렀다. 스키드로우의 세바스찬 바(는 의외로 일찍 결혼을 해버린다)의 외모는 요즘 AI가 구현해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아무튼 남자들이 모든 판을 휩쓸어버리는 판 속에 여자들로만 구성된 메탈그룹이 나타나게 된다. 가장 강력한, 금녀의 영역인 헤비메탈 세계에 여성 4명이 등장했다. 밴드 이름은 ‘빅슨’ Vixen-암여우, 성질 더러운 여자를 내세워 강력하게 등장한다. 빅슨의 공연에서는 뒤에 여우를 프린트한 깃발을 걸어 놓기도 했다.

빅슨은 81년에 등장했지만 음반회사를 잘 만나지 못해 끙끙하다가 87년에 세계적인 음반회사 EMI를 만나면서 수면 위로 강력하게 오르게 된다. 빅슨의 등장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우리나라로 치면 투애니원이 처음 나왔을 때? 아니지 투애니원은 개성이 강한 멤버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투애니원보다는 블랙핑크가 등장했을 때? 암튼 빅슨의 멤버들의 비주얼이 마치 인형 같은 것이었다.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저 남자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얼굴이 예쁜 여자들을 급조해서 만든 그룹이구나. 왜냐하면 보면 안다. 마치 플레이보이지 표지에서나 볼 법한 외모와 얼굴이니까. 그러나 리드 잔 퀘네문드의 기타 연주와 자넷 가드너의 보컬은 그런 사람들의 생각을 그대로 폭파시켜 버렸다.


그러니까 빅슨의 음악은 듣는 것, 보는 것 모든 감각을 열어서 듣게 되는 음악이었다. 그녀들의 히트곡 '에이지 오브 어 브로큰 하트‘를 보면 와 이런 그룹은 현재도 없을 거야. 하는 생각이 든다. 뮤직비디오 속에 리처드 막스(프로듀서라서 등장한 모양이다)도 아주 잠시 등장한다. 좀 웃기네. ‘크라인’ 역시 빌보드 상위를 넘나들며 인기를 끈다. 그러나 하나의 현상이 되어 그대로 아이콘이 될 것 같았던 빅슨은 2집부터 주목을 끌지 못한다. 인기를 얻지 못하다가 하락세를 걷다가 긴 공백기를 맞이한다. 91년에 해체하고 97년에 다시 뭉쳐 98년에 노래를 다시 내놓지만 전혀 반응을 얻지 못한다.


리드 기타였던 잔 퀘네문드(는 미스터 빅의 천재 기타리스트 폴 길버트와 같이 음악학교 동창이었다) 때문인지 천재여성밴드라는 수식어 덕분에 기타 회사 깁슨에서 시그니처 모델을 발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잔 퀘네문트가 암으로 죽고 그대로 끝나는가 싶지만 이 누님들 지금까지 활동 중이다.


현재의 원년 멤버는 보컬 자넷과 드럼 록시 밖에 남아있지만, 비록 나이가 많아서 거의 할머니가 되었지만 여전히 멋진 몸매에 가죽 바지와 가죽 재킷을 입고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다.


빅슨의 등장과 활동은 하나의 현상을 넘어 아이콘이 될 것 같았지만 흘러가는 수순, 현실이었다. 영화 야구소녀를 보면 주수인의 성장을 보여준다. 남성의 구장인 야구장에서 여자인 주수인이 공을 던진다는 건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야구라는 건, 특히 프로 야구라는 건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모든 선수들에게 넘어야 할 벽이 크고 높다는 것이다. 그건 현실인 것이다.


빅슨은 비록 벽을 넘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고 버티고 견디고 있었다. 그 하나만으로도 빅슨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감동이 될 것이다.



가장 유명한 노래 Edge Of A Broken Heart https://youtu.be/mQOmDUnt8Hs?si=Eaeb0D4H0a0G8lkl


비주얼쇼크다


라이브에서 진가가 발휘된다. 89년 엠티비 Edge Of A Broken Heart + Cryin' (MTV Big Bang '89) https://youtu.be/MoSNsdSjED4?si=8CS0zxVjGNeRvnd5



Vixen - Edge Of A Broken Heart, 5–7-2023 https://youtu.be/uJnH5LrojUk?si=82x_fqCqtIMDDo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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