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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에 꼬마 두 명이 손을 잡고 티격태격하며 어딘가 가고 있더라.

오빠는 한 8살 정도 여동생은 6살 정도로 보였다.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오빠가 동생의 손을 꼭 잡고 가는 건 엄마가 동생의 손을 놓지 말고 꼭 잡고 가라고 오빠에게 말했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보니 귀엽기도 하면서 어딘지 모르게 짠하면서 예전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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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면 불안하다.

도대체 불안하지 않을 때는 언제일까.

나의 불안은 고고하다.

높고 깊다.

그래서 쳐다보고 있으면 그대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검은 강물과 같다.

나는 언제부터 불안했을까.

분명 불안하지 않았을 때가 있었을 텐데.

늘 불안에 떠니까 어쩌다 불안하지 않으면 왜 불안하지 않지? 하며 불안하다.

불안이 바늘이 되어 여러 곳에서 찌른다.

불안해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잠을 자야 한다.

몇 시간 못 자는 잠이지만 잠이 들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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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총장은 밤이 되면 장막 뒤에서 여자들의 치마폭에서 놀았지만 낮에는 학교 건립을 위해 직접 현장에 나와서 막걸리를 마시며 인부들과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덩치 크고 뚱뚱한 총장은 그런 가식조차 없다.

자신의 눈에 싫은 건 그냥 싫은 것이고 좋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수들도 자신이 싫으면 잘라 버린다.

뚱뚱한 총장이 술을 좋아하는 건 학교 학생들은 다 알지만 막강한 교수들과 함께 폭탄주 자리를 마련한 것을 경비로 처리했다는 의문을 사고 있어서 학총회에서 경비를 까 달라는 공문을 받았다.

그러나 학교의 기밀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했다.

만약 술자리의 경비가 공개가 되면 학보사에 의해 64살의 그 덩치의 그 뚱뚱함 때문에 이만큼의 술을 마시게 되면 앞으로 어떤 종류의 질병이 오게 되며 어떤 위험이 온다는 게 다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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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가 점점 유사종교가 되어 간다.

요즘 뉴스는 진실을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진실을 만들어낸다.

진실이 아닌 진실.

뉴스 하나가 진실을 만들어 내면 다른 채널에서 같은 뉴스를 또 내보낸다.

그리고 파뿌리처럼 여러 채널에서 같은 뉴스를 뿌린다.

사람들은 뉴스가 만들어낸 진실을 진실이라 믿어버린다.

종교화되어서 그 믿음에 토를 달거나 의견을 달리하면 죄인 취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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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이란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핍이 없다면 행복이라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면 결핍인 상태다.

그건 곧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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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받으면 그대로 통증이 되는 사람이 있잖아.

통증이 가득한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야기가 참으로 슬프네.

독도를 우리나라 지도에서 빼버린 우리나라 국방부장관을 보며 경성 크리처를 보고 있으니 존나 슬프고 또 슬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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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조깅을 하다가 5월에 강아지를 잃어버려서 지금까지 전단지를 붙여가며 찾으러 다니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아주머니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강아지를 찾으러 다닌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몹시 슬퍼했다.

내일부터 기온이 뚝 떨어진다며 어디서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걱정이 너무 된다고 했다.

나는 유기견 두 마리를 키웠다.

한 마리는 18년을 살았다.

또 한 마리는 뒷다리가 안으로 꼬였고 이전 주인인지 누가 그랬는지, 가위로 혀를 조금 잘라서 그런지 데리고 왔을 때 6개월을 짖지 않아서 수술을 했는지 알았다.

병원에 데려갔을 때 심장이 너무 안 좋아서 얼마 살지 못한다고 해서 그냥 키웠다.

7개월이 지나가면서 좀 친해져서 그런지 짖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다리를 주무르는 것으로 일과가 시작되었다.

1, 2년 정도 살 거라던 강아지도 11년 정도 살았다.

두 마리를 키우면서 잃어버린 적은 없었지만 만약 잃어버렸다면 끔찍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점점 추워지는데 7개월째 매일 강아지를 찾으러 다니는 아주머니의 품으로 돌아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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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새해 계획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참 난처하다.

그놈의 계획이란 게 나는 없다.

계획 같은 거 짜봐야 계획대로 되지도 않는다.

계획이라고 한다면 계획 없이 내년 오늘이 되었을 때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이런 놈도 있고 저런 놈도 있다.

새해가 되어서 살뜰하게 계획을 짜서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듯이 새해 계획이 없다고 비난하지 말고 이러쿵저러쿵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새해 계획 따위 없는 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사강도 그랬잖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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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싫다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책만 쓰는 마루야마 겐지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책을 사줘서 깊은 산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람이 싫다지만 사람과 떨어져서 살아갈 수 없는 게 또 사람이다.

나는 여행을 가면 경치 좋은 곳을 가지 않고 늘 도시로 들어갔다.

도시 속으로 들어가 그 도시를 이루는 건물과 그 속의 사람들을 구경하는 게 좋았다.

도시 속 사람 구경이 제일 재미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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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내가 사는 곳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서 일가족 4명 중 3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고레에다 감독의 괴물을 보면 첫 장면에 아파트에 불이 나잖아.

모두가 원하는 아파트에 산다는 건 사실 위험천만한 일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살기 싫다며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불을 피워 죽으려다 불이 나면 그 주위 모두가 위험하다.

편리하고 편해서 사람들은 아파트를 선호하지만 그만큼 위험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아파트에 불이 나는 일이 점점 더 일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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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컨트롤이 안 될 때가 있다.

분명 내 마음은 이렇게 하기로 했는데 그 사람 앞에서는 감정이 먼저 앞선다.

분명 감정이라는 것도 나의 것이고 나인데, 감정은 마치 나에게서 떨어져 나온 나와는 다른 기이한 존재 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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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목에 작은 카페가 생겨서 들어갔는데 공일오비에 ‘H에게’가 나오고 있었다.

그대로 앉아서 커피를 주문하고 노래를 들었다.

날은 흐릴 대로 흐려서 마치 사랑의 열병을 앓는 미술가가 심술궂게 그려 놓은 그림 같고, 난 수많았던 아픔밖엔 없지만 더 큰 아픔 주는 네가 되면 싫다는 가사가 나를 그림 속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

갈비탕을 먹고 나면 바닥에 깔린 미미한 찌꺼기처럼 마음속에 늘 남아 있는 건 그리움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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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흐리고 날이 차고 세하다.

여긴 비와 눈이 내리지 않아 건조할 대로 건조해서 누군가 성냥이라도 들고 확 그으면 대기 중에 불이 확 붙어 버릴 것만 같다.

코 안도 마를 대로 말라 푸석푸석한 냄새가 여기저기에서 밀려 들어온다.

사람들은 1월인데도 불구하고 고개를 숙이고 등을 구부리고 무표정으로 걸어 다니고 건물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발자국을 따라 권태도 함께 딸려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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