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어머니의 등살에 며칠 묵게 된 외삼촌의 아파트는 거대했고 주택이었던 우리 집처럼 춥지 않았다. 외삼촌은 저녁에 잠깐 볼 뿐이었지만 사촌동생과 노느라 즐거운 것도 잠시 저녁이 어스름 다가오면 나는 외삼촌을 마주하는 게 무서웠다.


자다가 일어나 새벽에 소변을 보러 화장실에 가려고 거실에 나왔다가 배를 벌리고 천장에 매달려 있는 가오리는 마치 그 벌어진 배로 나를 잡아먹을 것 같았다. 새벽에 보는 가오리는 너무나 컸다. 어둠의 열매를 먹고 살아나서 날개를 펄럭이며 나를 덮칠 것처럼 보였다. 화장실에 가려면 천장에 매달려 있는 가오리들을 지나가야 하는데 그게 무서웠다. 중학생이나 되어서 무서운 게 왜 이리도 많은지.


그럭저럭 3일이나 외삼촌 집에서 보냈다. 3일째 되는 날 저녁, 사촌동생은 학원에 갔고 막내는 도우미에게 맡긴 채 외숙모는 나를 데리고 저녁에 나왔다. 저녁이면 외삼촌이 퇴근해서 올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외숙모는 괜찮다는 얼굴을 한 채 나의 손을 잡고 63 빌딩으로 데리고 갔다. 63 빌딩을 보니 밝게 빛나고 있는데 길쭉하고 아름다운 성 같았다. 차가운 겨울 저녁을 밝히는 찬란한 불빛에 놀랐고 너무 따뜻하게 느껴져서 또 놀랐다. 외숙모는 잡은 손에 힘을 주고 나를 빌딩 안으로 이끌었다.


지하에 있는 아쿠아리움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거기서 거대한, 정말 거대한 가오리를 봤다. 서서히 움직이는 비행물체처럼 보였다. 머리 위에서 천천히 날개를 움직이며 날아가고 있었다. 내가 꼼짝없이 서서 가오리를 보고 있으니 외숙모가 가오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가오리가 왜 그런 톡 쏘는 맛이 나는지 알아? 가오리는 온몸으로 소변을 배출하는 거야. 가오리는 자신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온몸을 전부 사용한다. 사람은 자신을 설명하는데 입으로만 하잖아. 그런 점에서 가오리는 너무나 멋진 생물이야]


외숙모는 외숙모 같지 않았다. 가오리는 보기와는 달리 ‘시’적이었다. 수족관에서 나와서 외숙모는 나를 데리고 63 빌딩 안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 스테이크 전문점이었는데 외숙모는 내가 잘 먹을 수 있게 고기를 썰어 주었다. 그리고 63 빌딩 모형을 사주었고 초라한 나의 외투를 벗기고 좋은 패딩도 사주었다. 팝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프린스 앨범도 사주었다. 프린스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다.


마이클 잭슨과 나이가 같으며 라이벌 같아서 두 사람이 늘 비교된다고 했다. 한국에는 프린스가 마이클 잭슨만큼 유명하지 않지만 외숙모는 키가 작은 프린스가 더 마음에 든다고 했다. 노래도 마이클 잭슨보다 프린스의 노래를 더 좋다고 했다. 아마 그 뒤로 나는 지금까지 프린스의 음악을 꾸준하게 듣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반짝이는 불빛 아랫 누나 같은 외숙모에게 몇 개의 질문을 했고 외숙모는 큰 웃음을 보이며 대답을 해주었다. 그날 밤 외숙모는 사촌동생과 나를 욕실에서 목욕을 시켰다. 어쩐지 조금 부끄러웠고 조금은 어른스러워진 것 같았다.


이후 무섭기만 했던 외삼촌과 대적하듯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밥 한 공기를 다 먹었다. 거실에 널려 있던 가오리가 밥상에 올라왔을 때 가오리 한 점을 집어 먹었다. 난생처음 맛보는 맛이었다. 하지만 나는 내색하지 않고 야금야금 코끝으로 퍼지는 킁함을 느끼며 씹어 먹었다. 그해 겨울을 지내면서 조금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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