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월의 어느 일요일이었다. 친구와 나는 친구의 부탁으로 친구 동생을 만나러 가는 길에 같이 가기로 했다. 4월은 봄의 중간에 있어서 언제나 꿈을 꾸게 한다. 미래의 꿈이 아니라 잠이 들면 꾸는 꿈을 말한다. 부옇고 희미하고 코가 간질간질 거리는 계절에 까무룩 잠이 들면 꼭 꿈을 꾸게 된다. 전혀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친구와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나는 부옇고 코끝을 간질이는 공기를 맡으며 봄날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봄의 중간에 있으면 언제나 공중으로 부양할 것 같은 기분이다. 이런 기분은 4월에만 느낄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 흐음 하고 봄기운을 들이마시면 꿈을 꾸는 것 같다. 주위가 온통 4월의 냄새로 가득하다. 일요일 오전이라 아직은 광장에 사람들이 별로 없지만 곧 약속장소로 유명한 이곳은 사람들도 가득 찰 것이다. 약속을 하고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그들의 표정이 부드럽게 빠져나와 나의 가슴에 꽂혔다. 기분 나쁘지 않은 통증을 느낄 수 있었다.     

  

친구는 가방을 두 개 들고 왔다. 동생에게 가져다 줄 물품이 들어있는 가방이었다. 하나는 무거웠다. 그 가방은 친구가 들고 비교적 무겁지 않은 가방은 내가 들었다. 그러나 등에 맸을 때 다리에 힘을 줘야 했다. 뭐가 이렇게도 많이 들었을까. 나는 늘 그런 생각을 했다. 친구의 동생은 생활하는데 필요한 것들은 전부 생활하는 곳에 다 있다. 음식도 집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잘 나오고 맛있다고 했다. 음식을 가져가지도 않고 옷도 필요 없는데 늘 가방은 항상 무거웠다. 친구와 나는 광장에서 만나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갔다. 시내버스를 탔는데 자리가 없어서 일어서서 갔다. 우리는 평일에도 학교에 갈 때 버스에서 늘 일어서서 갔다.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 속에서 앉아서 가는 건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친구는 동생에게 물품을 한 달에 한 번씩 동생이 있는 곳에 갖다 주었다. 별일이 없는 한 나는 친구와 동행을 했다. 나에게 별일이라는 건 여자 친구를 말한다. 일요일에 같이 보내기를 바라는데 여자 친구가 교회에 가게 되면, 그리고 그 일요일에 친구가 동생에게 가자고 하면 나는 친구를 따라나섰다. 그렇게 친구와 친구의 동생에게 갔다 오면 대체로 저녁이었다.      


친구의 이름은 명수다. 명수는 친구들이 많은 녀석이다. 인기가 좋다. 운동을 잘하고 공부도 잘한다. 특히 수학을 잘해서 커닝이지만 우리의 수학 점수를 책임지고 있어서 주위에 친구들도 많다. 그러나 동생에게 갈 때면 다른 친구들보다 내가 동행을 했다. 오직 나만이 동생의 사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동생을 만나러 가는 것에 혼자서 가기보다 내가 따라와 주기를 바랐다.    

  

[동생이 그렇게 된 건 나 때문이야]     


명수와 나는 가끔 가는 이 길을 좋아한다. 평소에 다니지 않는 생소한 도로로 달리는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길거리 풍경을 말이다. 도로변의 가게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뒤로 달려갔다. 한두 달에 한 번씩 가는 길이라 바뀐 가게나 없어진 점포가 눈에 띄기도 했다. 명수와 나는 시외버스 터미널에 가는 동안 버스에서 보는 풍경을 일일이 외우기라도 하듯이 바라보았다. 사춘기 또래처럼 우리는 평소에는 말이 많았지만 동생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말수가 줄어들었다. 대신 신기한 것을 훔쳐보는 단단한 시골의 토마토처럼 지나치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명수는 반에서도 가장 활기찬 녀석이다. 일단 축구를 잘해서 우리 반뿐만이 아니라 학년에서 제일 인기가 좋은 축에 속했다. 3학년 선배들하고 축구를 해도 명수가 해트트릭을 성공하기도 했다. 그런 명수도 동생을 보러 가는 날에는 평소의 명수 같지 않았다.     

 

[동생을 그렇게 혼자 둬서는 안 되는 거였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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