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싶을 때 시끄러움 속으로 들어간다 소음 속에서 나만의 하나의 소리를 찾는다. 소음공해는 시끄럽지만 소리는 마음을 고요하게 해 준다.
그것이 흐름이라는 거야. 그 흐름이라는 건 어느 지점을 통하고 나면 다시 되돌아올 수 없는 거야. 손을 쓸 수 없는 거야. 음악이 울리는 동안에는 어떻든 춤을 추는 거야. 의미 같은 건 애당초 없는 거야. 양사나이는 말했다.
거스턴의 그림, 커플인 배드가 세상에서 제일 로맨틱한 거 같애. 피곤에 찌들어 침대로 들어 사랑하는 이를 껴안고 잠이 들어.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더 사랑스러운 거 같아. 이불 속에서 서로의 얼굴을 보며 잠이 들거나, 입술을 보며 피곤에 겨워 깜빡 잠들어 가면서 사랑한다고 속삭일 수 있잖아.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여러 이야기를 상상하게 돼. 로맨틱하면서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저 그림 속에 있어. 그래서 안타까워, 그래서 사랑스러워, 그래서 덜 불행해 보여.
약이 떨어졌다. 약을 먹어야 하는데, 약을 먹어야 할 텐데. 아픈 게 싫어서 아프기 전에 미리미리 약을 먹어야 하는데 약이 떨어졌다. 아파서 누워있는 것도 싫고, 아파서 모호한 정신으로 부옇게 보이는 세상도 싫어서 약을 먹어야 한다. 아무리 찾아도 약통에 약이 없다. 약이 떨어질 리가 없는데 약이 없다니. 이럴 때 무력감을 느낀다. 아픈 것과 다르게 무력감은 무럭무럭 자라서 생각을 갉아먹고 뇌를 씹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