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커피를 받으러 가는 길에 어디선가 곰탕국물에 후추가 쏠쏠 뿌려진 냄새가 났다. 날이 조금 흐리고 포근한 겨울의 아침이다. 정말 크리스마스 같은 날이다. 크리스마스에 흰 눈이 펑펑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좋다지만 고요하고 포근하고 외투를 벗으면 조금 추울 정도의 그런 날이 크리스마스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일기예보에서 오늘부터 영하에 한파에 어쩌고 하던데 어제와 별반 다를 바 없이 포근하고 고요하고 조금 차가운 겨울의 날이다.


이런 날 음악을 듣고 있으면 시끌시끌한 세상만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고요함이 주욱 이어져 저녁, 밤까지 지속된다. 아마 오늘 밤에 강변을 조깅하면 너무나 고요한 풍경을 만날 것이다. 겨울의 이런 포근하고 고요한 날은 얼마 되지 않으니 매년 이런 날을 만나는 나는 이런 날을 기록한다. 그리고 기억한다. 기억은 늘 제멋대로라 믿을 게 못 되지만 기록은 믿을 수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폰은 태양광에서는 사진처럼 보이지만 색온도가 6000도 이상이 되지 않는 밤, 태양이 숨어버린 밤에 사진을 찍으면 그림처럼 사진이 찍힌다. 뭉개지고 빛은 번질 대로 번지고. 그래도 그 나름대로의 멋이 있어서 괜찮다. 또 대부분 작은 폰 화면으로 보기 때문에 크나큰 컴퓨터 화면으로 보는 것만큼 그림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아무튼 나니아 연대기에서 장롱 문을 열고 들어 갈수록 하얀 눈밭이 나오는 것처럼 점점 날이 추워질 것이다. 그러면 강변에 사람들이 줄어든다. 늘 그 시간에 나와서 으쌰으쌰 운동을 하던 어르신들은 거의 나오지 않고, 달리는 사람들도 급격하게 줄어든다. 코로나가 덮치기 직전의 말도 안 되게 추운 날 레깅스를 두 장을 껴 입고 조깅을 하러 나갔던 날에는 아무도 없었다.


미친것처럼 불어오는 바람과 기온이 너무 낮은 날이라 마스크 위로 입김이 올라와서 눈썹에 붙어서 살얼음이 되었고 강이 얼어붙었다. 그날도 일일이 사진으로 담아 놓고 기록을 해놔서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추운 날에도 일단 달리기 시작하고 15분이 지나면 등이 후끈후끈하다.


기억나는 건 그렇게 추운 날 저 멀리 마주 오는 자전거 한 대가 보였다. 그 사람과 스치고 지나가면서 그와 나는 서로 곁눈질로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분명 둘 다 속으로 이런 미친놈을 봤나, 이렇게 추운 날 자전거를 타러(달리러) 나오다니, 했을 것이다. 나는 그랬거든.


매년 드는 생각은 날이 아주 추워지면 오리들은 평소보다 많이 나타난다. 그 추운 강물 위에 삼삼오오 앉아서 잠을 자거나 휘청이는 강물에 몸을 실어서 묘한 풍경을 자아내는데, 그렇게 많았던 강변의 길고양이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이 추운 겨울밤을 보내는가, 하는 거다. 강변에는 길고양이들이 아주 많다. 사람들이 길고양이들에게 우호적이며 캣맘들이 사료를 챙겨 와서 매일 먹인다.


배부른 고양이들이 벌러덩 드러누워 배를 하늘로 까고 아아 기분 좋은 걸, 하는 모습을 거의 매일 본다. 하지만 몹시 추운 겨울날에는 말이 다르다. 없다. 고양이들도 추워서 거의 볼 수 없다. 고양이가 인간보다 추위를 타지 않는다. 그들의 심장은 아주 빨리 뛰어서 펌프질을 계속하여 피를 빨리빨리 돌게 한다. 그래서 수명이 인간보다 짧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몹시 추운 날에 대부분 보이지 않는 것은 어딘가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서 추위를 피하고 있다는 말이다. 도대체 어디로 전부 숨어서 추위를 피하는 걸까.


고양이들과 말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들의 입장을 잘 정리해서 책이라도 내 볼 텐데. 누구나 입장이라는 게 있다. 아이에게는 아이의 입장이 있고, 버스기사에게는 버스기사의 입장이 있다. 고양이들에게도 그들만의 입장이 있을 것이다. 터키인가, 터키의 어느 지역에도 길고양이들이 아주 많은데 거기의 고양이들은 사람들이 곁에 와도 도망가지 않고 집고양이처럼 부비부비한다고 한다. 모든 고양이들이 그렇다. 올해 난방비 걱정하는 내가 고양이들 입장까지 생각할 건 아니지만.

커피 받으러 가는 길에 후추 쏠쏠 뿌린 곰탕국물 냄새가


달을 떠서 갈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이토록 고요하고 적요하고


저어기 달과 별이 보이는 이런 풍경


여기서부터는 예전의 한파 속 풍경

날이 아주 차가우면 오리가족들이 오손도손 몰려나온다


이런 적은 잘 없지만 한파에는 이렇게 꽁꽁


한파에도 달리는 사람들


너는 한파 속에서는 어디에서


추워 옹크리고 있는 고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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