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고디바 1898
1800년대 이런 고급망토를 두른 말을 탈 수 있는 신분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녀는 고디바 백작 부인이었다. 그녀는 당시 농민 착취에 맛을 들인 남편 레오프릭 3세에게 농민의 신음에 귀 기울여 달라고 부탁했고, 농민의 세금을 깎아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남편은 콧방귀 하나 끼지 않았다. 고디바는 그렇게 해 준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했다. 남편은 그제야 그러면 알몸으로 말을 타고 영지를 한 바퀴 돌라고 했다.
고개 숙인 그녀의 얼굴과 머리카락으로 가린 가슴, 그녀는 천천히 말을 타고 마을의 모든 곳을 천천히 돌았다. 그녀의 사연을 전해 들은 마을 사람들은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창문을 닫았다. 그녀의 말은 천천히 마을의 상점가를 또각또각 돌았다. 딱 한 사람, 마을의 재단사가 고디바를 훔쳐봤지만 눈이 멀고 말았다. 고디바에 감동한 레오프릭 3세는 농민들의 세금을 크게 깎아 주었다. 초콜릿 고디바의 영감이 바로 이 아름다운 백작 부인에게서 얻은 것이리라.
존 콜리어의 ‘육지의 아이’ 역시 너무나 아름다운 여성, 여성의 모습을 한 세이렌의 모습이 있다.
존 콜리어는 당시 동시대에서 여성을 가장 아름답게 그린 화가였다. 그러나 아름다움 그 뒤에는 사연, 섬뜩함, 관계 같은 관념이 가득 스며있다. 다른 화가들에 비해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 속 주인공 여성은 바로 그림밖으로 뛰쳐나올 것만 같지만 어쩐지 서늘하고 섬뜩하다. 존 콜리어에 대한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쓴 기사가 있다.
https://n.news.naver.com/mnews/ranking/article/016/0002223216?ntype=RANKING&sid=001
기사에서도 나오지만 존 콜리어의 ‘육지의 아이’는 몹시 기기괴괴하다. 세이렌의 뒷모습이 몹시 섬뜩하다. 아이를 부르는 세이렌은 곧 아이를 어떻게 할지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세이렌은 아름다운 선율로 선원을 홀려서 뜯어먹는다. 세이렌이 나오는 영화는 너무나 많다. 캐리비안 해적에도 세이렌을 잡았을 때 세이렌은 괴물 같은 얼굴로 변하기도 했다. 여러 세이렌이 나오는 영화가 많지만 2018년에 미드로 ‘세이렌’이 개인적으로는 최고였다.
세이렌의 특징은 노래를 불러 인간을 꼬드긴다. 그런데 그 노래가 기존의 영화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다. 마치 돌고래가 음파를 쏘아내듯 공명으로 노래를 사람에게 전달해서 뇌의 어떤 부분을 건드린다. 그래서 그 노래를 듣는 사람은 무기력하고 공상에 젖어있고 잠이 들면 머메이드의 공명이 계속 맴돌며 떠나지 않는다. 그러다 시름시름 앓게 된다. 기묘하지만 시즌1을 보는 동안 그 묘한 음악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돈다. 세이렌이 부르는 구슬픈 음악은 로드 멕퀸의 '유'의 리듬과 닮았다.
세이렌은 물 밖으로 나오게 되면 탈피를 한다. 변태를 하고 껍질을 버리고 육지로 올라오게 되는데 처음보다 두 번, 세 번 물 밖으로 나올수록 육지에 적응이 더 잘 된다. 보기에는 40킬로그램 밖에 안 되어 보이는데 실제는 80킬로그램이 나가고 심장박동이 굉장히 빠르다.
힘이 엄청나고 민물이나 수돗물에 빠져도 머메이드로 변신을 하지 않는다. 바닷물이어야만 변신을 한다. 그리고 바닷물에 닿아서 세이렌으로 변신할 때 엄청난 고통을 겪는다. 무엇보다 육지화되어 있을 때는 인간처럼 생각을 하지만 머메이드가 되면 포식자의 본능만 가진다. 그래서 머메이드보다 상위 포식자, 즉 상어 같은 절대 포식자를 제외하고는 모든 바닷속 생명체를 공격한다. 그러니까 날 때부터 그들은 그렇게 생겨먹은 것이다.
세이렌은 기존의 미드에서 보여주는 답답함이 덜하다. 시즌1이 물 흐르듯 흘러간다. 미국 영화의 특징인,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마주하고, 우리가 어릴 때 그랬지, 너는 내게 모든 걸 털어놓기로 했지, 같은 대화를 세이렌을 사이에 두고, 급박하게 흘러가야 하는 가운데 답답하게 보내지 않는다. 받아들이고 주인공들을 믿어주고 같이 해결하려는 모습들이 잘 나타난다. 무엇보다 바닷속 세이렌의 변신모습과 탈피하는 모습이나 공격성 등이 이전의 머메이드 영화보다 표현의 질감이 대단하다.
https://youtu.be/QlZoXG0BJm4?si=u8lR_z1B_OdgBxVi
무적소녀
우리는 그 자경단을 무적소녀라 불렀다. 당연하지만 여성이며 단독으로 움직였고 소녀라는 것을 알고 있다. 무적소녀는 데이트폭력으로 시달리는 여성을 구출하고 폭행을 일삼는 남자의 성기를 떼어 내 남성의 입 속에 틀어 박은 후 사지를 전부 분질러 놓고 밧줄로 묶어 놓고 경찰에 연락을 했다. 무적소녀의 움직임을 본 사람은 없었다. 무적소녀는 어둠을 타고 움직였다. 무법천지가 된 밤길의 골목에서 강도들이 한 사람을 에워싸고 난도질을 하려고 할 때 무적소녀가 어둠을 타고 나타나 강도들의 팔다리를 전부 못 쓰게 만들었다. 마치 불도저가 지나간 것처럼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영화에서 처럼 강도들이 헉헉 거리며 도망을 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팔다리가 종이처럼 짓눌러져 이동이 전혀 불가능했다. 사람들은 환호했고 범죄자들은 무적소녀를 두려워하면서도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범죄 집단끼리의 난투국도 멈춘 채 휴전을 선언했다. 그렇게 된 것에는 무적소녀가 개개인의 범죄자 처단을 넘어 조직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무적소녀에게는 여러 무기가 있지만 아직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맨주먹과 발차기로 범죄자를 응징했다. 어둠 속에서 마치 난 다 알아 하는 것처럼 휙휙 움직여 강도들의 팔다리를 짓눌러 놓았다. 무적소녀가 조직에 선전포고를 한 것은 조직에서 마약관리와 유통을 드러내놓고 하기 때문이다. 성형외과 의사들과 피부과 의사들 그리고 정신과 의사들과 약사들을 포섭해서 합성마약 진통제를 유통시키고 있었다. 합성 약물은 가격이 저렴하여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무적소녀가 혼자서 여러 조직을 상대할 수 있었던 것은 무적소녀가 어둠과 육지에 적응한 세이렌이었다는 것이다. 원래는 인간이었던 무적소녀는 12살에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매일 폭행을 당하다가 겨우 빠져나가 바닷가에서 쓰러져 죽음으로 가고 있을 때 세이렌의 능력을 이어받은 것이었다. 무적소녀는 낮에는 평범한 18세 소녀였지만 밤이 도래하면 무적소녀의 모습으로 어둠을 타고 자경단이 되어 범죄를 일삼는 곳으로 가서 그들을 처단한다. 자비라는 것이 없다. 세이렌에게 자비는 쓸모없는 관념이기 때문이다. 무적소녀는 달빛을 받아 노래를 부르면 입술 밖으로 흘러나오는 선율은 범죄자들의 귀로 들어가 뇌의 여러 부분을 건드리고 도파민을 평소보다 몇 배나 쏟아지게 만들었다. 이리 오세요, 내가 안아 줄게요. 그리고 무적소녀는 어둠에 몸을 숨긴 채 사지를 전부 종이처럼 분질러 버린다. 무적소녀는 노래를 자주 부를 수 없다. 노래를 부르고 나면 몸이 갈라지는 것처럼 아프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래를 들은 인간은 그 노래가 생각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노래를 계속 듣고 싶어 한다. 노래를 원하고, 노래를 듣지 않으면 점점 미쳐간다. 주위 사람들에게 공격적이 되고 조금씩 이성을 잃고 사랑하는 가족에게도 공격을 하게 된다. 결국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서 자기 자신을 공격하여 몸을 전부 뜯어 버리며 생명을 잃는다. - 세이렌을 소설화한다면 이렇게 만들고 싶다.
나에게는 스벅 1호점의 텀블러도 있다. 스벅 1호점의 텀블러의 세이렌은 정말 세이렌 같은 모습이다.
아름다운 여성은 위험하다. 존 콜리어의 그림 속 여인들을 보면 드러난다. 아름다운 여성에게 빠지면 속수무책이다. 헤어 나올 수 없다. 빠져나오는 것이 죽기보다 더 힘든 것이다. 여인의 아름다운 성질 속에는 호러블 한 관념이 가득하다. 나의 아내가 너무 아름다우면 불안한 기분이 드는 것과 비슷하다. 제임스 건의 코믹호러 슬리더를 보면 그랜트를 보면 절대 그럴 수 없지만 너무나 예쁜 아내 스타라를 가지고 있다. 결국 엄청나게 징그러운 개불이 되었을 때 그랜트는 자신의 불안했던 마음을 드러낸다. 너무나 아름다운 아내인 스타라를 죽이려 든다. 아름다운 여성은 동전의 양면에 전부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존 콜리어는 여성만 그린 건 아니다. 저 기사를 따라가면 찰스 다윈이나 아우구스투스 이글필드 같은 사람의 초상화도 그렸다. 아 평생 진화를 연구한 다윈이 이렇게 생겼구나 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의 선곡은 로드 맥퀸의 유 https://youtu.be/MamL9CI-gHo?si=ZMpSRT51xiWG-Uk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