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짙어지면 아침에 온 세상을 비추던 햇빛이 늦은 오후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오후의 어느 시간, 하루가 꺾이는 시점, 한 4시 정도부터 날은 흐려지기 시작한다. 하늘에 마땅히 떠 있어야 할 태양은 구름과 구름 사이로 숨어버리고 날은 급작스럽게 흐리고 어두컴컴해진다. 창에 붙은 바에서 하던 작업을 멈추고 노트북을 닫고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조금 졸다가 밖을 바라보았을 때 날은 이미 흐리고 어둠이 대지에 내려오고 있었다.



이제 오후 5시 30분 정도인데 말이다. 여기서 바라보는 풍경은 언제나 비슷하다. 맹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위태롭고 메마른 풍경이 보일 뿐이다. 메마른 풍경 속에는 누군가 기분이 나쁘다며 성냥불을 그으면 온 세상이 그대로 불이 붙을 것처럼 메말라 보였다.


매년 이맘때 이런 풍경을 바라보며 추억에 젖었다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푸석푸석 누르면 그대로 바스러질 것 같은 푸석함이 풍경 곳곳에 가득하다. 곧 볼기짝을 맞은 것처럼 날은 차가워지고 두꺼운 외투가 어울리는 계절이 올 것이다. 작년에도 이맘때 이런 기분으로 이런 비슷한 글을 적었다. 재작년에도.


촌스럽지만 The Doors의 Moonlight Drive를 틀어 놓는다. 이상하지만 Moonlight Drive는 따뜻한 기분이다. 이렇게 흐린 날 그럴 리 없지만 마음이 추워지는 날 짐 모리슨의 목소리는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날이 메마르고 추울수록 Moonlight Drive를 찾아 듣게 된다.


창으로 풍경을 바라보다가 실내에서 풍경 속으로 나와본다. 창 안에서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풍경 속에서는 일정하지 않은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공기는 거리의 사람들에 따라 이동을 하며 농도를 다르게 만들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앉아 있을 때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직접 피부로 닿으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시간조차 뜯어먹다 버린 빵처럼 일정하지 않다.


The Doors - Moonlight Drive https://youtu.be/uCX8VJIYgM8?si=_NthlcWbZidxVA0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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