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 베른의 소설은 딱 내 수준에 맞다. 지금의 수준이 어릴 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는데 그때 읽었던 쥘 베른의 소설이나 지금 읽는 쥘 베른의 소설이나 별반 다름없이 흥미롭고 재미있다.
쥘 베른은 바다 밑이나 지구의 중간으로 막 들어간다. 그러다 보면 지구 속 또 다른 세상, 또 다른 존재들이 나타난다. 재미있다. 지구 속을 과학적, 지구과학적으로는 지표와 멘틀과 핵 같은 거, 거친 땅과 땅과 땅 또 땅으로 이루어져 있겠지만 쥘 베른의 소설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지구의 중앙으로 가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미국의 할리우드 공포영화가 8, 90년대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둔 것처럼 바닷속 SF영화는 쥘 베른의 해저 2만 리 소설을 원작으로 하거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캐릭터와 잠수정을 갖다 썼다. 쥘 베른은 1800년대 초기의 사람인데 정말 상상력 그 하나로 지구의 속과 겉, 하늘, 바다를 전부 표현했다.
2008년에 나온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도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을 각색해서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줄거리가 딱 내 수준에 맞는 이야기다. 형의 아들과 함께 오래된 책자를 들고 아이슬란드로 가서 한나를 만나 책의 비밀을 풀기 위해 모험의 세계, 즉 지구 중심으로 가게 되고 수많은 위기를 피해 형이 있었던 공간을 발견하면서 모험이 시작된다.
당시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는데, 지구 속을 탐험하는 SF 판타지 영화가 현실과 비슷하면 더 이상한 것 아닌가. 게다가 쥘 베른의 소설을 토대로 하고 있어서 상상력을 발휘해서 보면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다. https://youtu.be/iJkspWwwZLM
이 영화의 주인공은 미이라 1, 2로 세계적인 배우로 떠버린 브렌든 프레이저다. 190이 넘는 키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로 할리우드 영화계에 등장해서 인기가 좋았다. 무엇보다 태도,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좋았다. 그래서 영화 판에 등장한 지 1년 만에 코믹 액션 영화 원시 틴에이저의 주연을 하게 된다.
그때 나이 서른 살인데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한다. 그녀는 조지 오브 정글이라는 영화에 같이 출연한 배우로 한 살 연상이었다. 그리고 브랜든 프레이저를 세계적인 배우로 오르게 만든 미이라를 찍게 된다. 대성공이었다. 엄청난 인기였다.
영화 미이라는 판타지 영화치고는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재미를 주었다. 007의 그녀 레이첼 와이즈의 미모도 찬란했고 모험과 공포, 그리고 미지의 존재가 전부 잘 어울렸다.
그렇게 승승장구만 할 것 같았던 브렌든에게는 벼락 맞는 소리를 듣게 된다. 첫 아이를 얻었는데 아들이 자폐증이라는 것이다. 병원에서 자폐 판정을 받는다. 그런데 아내마저 엄청난 위자료를 요구하며 이혼을 통보한다. 그 돈이 매달 1억씩 줘야 했다.
브랜든은 미아라를 촬영하면서 몸이 성한 곳이 없었다. 그간 영화를 촬영하며 액션을 하다가 다치고 골절되는 일들이 다반사였다.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감독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했다. 한 영화에서는 8번이나 내동댕이쳐져야 컷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결과 몸과 마음에 제동이 걸렸다. 우울증은 더욱 깊어졌고 전처는 자신을 사기꾼이라 몰아세웠다.
각종부상으로 수술과 재활로 7년을, 2000년대 초 권력과 부를 가진 제작자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매달 1억씩 10년을 양육비로 주면서 견뎌온 브랜든은 더 이상 의욕이라고는 1도 남아있지 않았다.
받아주는 영화사는 더 이상 없고 집 안에서 나오지 않는 그의 몸은 미이라를 찍을 때의 멋진 사람이 더 이상 아니었다. 몸은 점점 비대해졌고 머리카락은 거의 다 빠져나갔다. 자포자기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브랜든에게 손을 내민 사람이 블랙스완의 감독이었다.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맞는 배우가 없다고 해서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10년이 넘게 방치해 두고 있었는데 그 주인공에게 어울리는 배우가 바로 브랜든이었다.
이 시나리오는 말이야 삶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의욕이라는 곤 전혀 없는 한 남자의 이야기야. 한 번 해볼래?
그렇게 해서 브랜든은 죽음을 앞둔 인간을, 인간에 대한 인간의 구원과 사랑을 다룬 영화 더 웨일을 찍게 된다. 더 웨일에서 270킬로그램이나 나가는 브랜든이 소리를 지르고 딸과 삶을 대하는 연기에 빠져 들 수밖에 없었던 건 그의 삶을 그대로 연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아마 그 장면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 시상식에서 그의 수상소감을 들으며 또 한 번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중학생 때인가, 아무튼 그때 즈음 쥘 베른의 소설을 옆구리에 끼고 읽으며 우와우와 했다. 이게 막 눈앞에 미지의 세계, 지구 속 또 다른 세계가 화악 펼쳐졌다. 유치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잃어버린 세계는 재미있다. 브랜든 프레이저의 모습을 보는 것도 꽤 좋다.
브랜든이 수상식에서 말했다. 캄캄한 어둠 속에 있다고 느끼신다면 이 말을 기억하세요. 여러분도 저처럼 다시 도전하세요. 빛을 향해 가세요.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https://youtu.be/wRz-UrBoI2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