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반건조 가자미를 잘 말리면? 아니 조금 삭히면 홍어처럼 킁 하고 비릿한 맛이 나면서 아주 풍미가 오른 맛있는 가자미가 된다. 기름을 두르고 프라이팬에서 잘 구워주면 기존의 부드럽기만 한 가자미에서 맛볼 수 없는 풍부한 아미노산의 맛이 확 난다.


사실 아미노산의 맛이 뭔지는 모르지만 보통 우리가 먹는 부들부들한 가자미 구이 맛보다는 훨씬 맛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다. 그 속에 느껴지는 또 다른 맛이 아미노산의 맛이라고 하자.


구을 때 방울토마토도 같이 구우면 좋다. 토마토는 한 15개 정도를 같이 굽는다. 토마토에 가자미의 쿰쿰한 비릿함이 기름과 잘 버무려져서 토마토 역시 풍미가 확 난다.


이 정도의 비릿한 맛이 나는 생선구이가 나는 좋다. 예전에 비해서는 비린맛을 덜 찾아 먹게 되었는데, 예전에는 친구들이 으 할 정도로 비린맛을 좋아했었다. 대학교 자취를 할 때 왕왕 사 먹었던 음식이 꽁치통조림이었다. 자취생이 간단하게 먹기에 제일 좋은 식품이었다. 너무 좋아. 나는 꽁치통조림으로 요리를 해 먹지 않았다.


그냥 뚜껑을 따서 그대로 밥에 비벼 먹었다. 꽁치통조림은 그대로가 제일 맛있다. 찌개에 넣고, 국에 넣고 하면 꽁치의 그 맛있는 비린맛이 사라져서 별로였다. 그래서 자취방에서 술을 먹다가 만취에 가까워져 아이들이 안주를 찾을 때면 꽁치통조림을 통조림 그대로 버너에 살살 보글보글 데워서 그걸 안주삼아 먹었다.


그다음 날 아침 눈을 뜬 녀석들이 우웩 우웩 하면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방 안에 온통 꽁치 비린내 때문에 미치겠다는 것이다. 그 뒤로 일주일 동안 녀석들은 자취방에 놀러 오지 않았다.


홍어를 삭히면 어째서 그런 킁 한 맛이 다른 생선에 비해 많이 나느냐 한다면 홍어는 온몸으로 소변을 배출하기 때문에 항아리 같은데 넣고 하루만 지나도 톡 쏘는, 킁 한 맛이 난다는 말이 있었다. 홍어를 라면에 넣어서 먹어보면 라면에 홍어의 맛이 배이는데 라면을 먹을 때마다 입안이 팡팡 터져서 또 홍어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족을 못쓴다.


하지만 정확하게 홍어의 맛, 이건 비린내가 아니다. 꽁치 비린내, 고등어 비린내가 비린맛이라고 생각한다. 고래고기에서 비린내가 많이 난다. 포유류이기 때문이다. 고래는 차가운 바다에서 살아가려니 기름이 온몸을 덮고 있어서 전문가가 잘 삶아내지 않으면 비린내가 한 달 넘게 갈지도 모른다. 내가 사는 곳이 고래의 도시라서 예전에는 전통시장에서 고래고기를 삶아서 수육으로 팔았다.


전문점에서 먹으면 고래고기는 엄청 비싸다. 마음대로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트에서도 가끔 돌고래 수육을 팔기도 했는데 돌고래 수육을 권장하지 않는다. 돌고래는 하루에 몇 천 킬로미터를 이동을 해야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동물인데 그러다 보니 오염된 바다에도 들어가고, 그래서 돌고래의 몸속에는 수은 성분이 아주 많다. 결론적으로 요즘에는 고래고기 자체를 웬만하면 먹지 말기를 바란다. 고래고기 아니라도 먹을 거 많잖아.


어떻든 홍어의 톡 쏘는 맛과 생선의 비린맛은 조금 다른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요즘은 손질된 고등어구이가 잘 나오는데 구워서 이틀 정도 지나서 먹으면 내가 딱 좋아하는 맛이 난다. 비린맛이 많이 나는 것이다. 그래서 회도 활어회보다 숙성회가 훨씬 맛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게 비린맛을 찾아서 먹지는 않는다. 입맛이 어린이 입맛으로 바뀌었다. 너무 비린맛이 나면 어? 하게 되었다. 그래도 사진에서처럼 반건조 꾸덕한 가자미 구이의 살짝 킁 한 맛이 나는 비린맛은 좋다.


오늘 라디오에 아이들의 방학으로 자유는 물러갔다는 사연이 엄청 많이 올라오는데, 여름 방학에 밖에서 새까맣게 될 때까지 놓다가 집에 들어오면 씻고 저녁을 먹을 때 물에 밥을 말아서 숟가락으로 밥을 뜨면 엄마가 반건조 가자미 구이를 젓가락으로 뜯어서 올려주었다. 그때는 그게 비린맛인지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맛있게만 먹었다.


잘 말리면, 그냥 베란다에 걸어두면-해가 들지 않는 부분에- 꾸덕해지는데 가자미를 구우면 냄새에서는 비릿한 냄새가 나지 않고 맛에서만 그걸 맛볼 수 있는 스킬이 생긴다. 그래서 결론은 조금 짭조름하니 물에 밥을 말아서 같이 먹으면 너무 맛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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