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전작(해수의 아이)이 너무 철학적이고 과학적이고 해양학적에 초현실적이라 망설였다가 니쿠코짱의 캐릭터를 보고 보게 된 니쿠코짱 이야기. 애니메이션인데 눈물이 와르르 흘러서 놀랐다.

니쿠코짱은 만나는 남자에게 속아서 빚더미까지 떠안게 되어서 살던 곳을 버리고 이사를 가지만 자신의 어린 딸 키쿠코를 데리고 씩씩하고 아무 고민 없이 살아간다.

남자에게 혹 해서 넘어가고, 그럴 때마다 이사를 다니고, 돈은 없어서 허드렛일만 하지만 니쿠코짱에게는 딸 키쿠코와 누워 잘 수 있는 곳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헤헤 실실 좋기만 하다. 그런 엄마와 얼굴부터 성격까지 전혀 닮지 않은 키쿠코는 엄마가 부끄럽다.

온 마을 사람들과 다 친하게 지내고 기분 나쁜 일에도 헤헤 실실.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보통날이 최고라는 엄마 니쿠코짱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 키쿠코. 그녀는 반에서 무표정의 얼굴에 앞머리로 눈을 가리고 다니는 니노미야와 대화를 하게 된다. 키쿠코 앞에서만 얼굴을 이상하게 변형하는 틱장애 같은 걸 보이는 니노미야. 왜 인지 모를 막연한 불안감이 들 때 니노미야처럼 얼굴을 찡그리고 일그러트리면 기분이 나아진다. 아이같은 엄마 니쿠코짱 대신 이제 십 대 학생인 키쿠코는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사춘기. 반에서 친구들도 분파로 나뉘려고 하고 뒤에서 누군가를 헐뜯는데 혈안이 된 모습을 보며 치를 떠는 키쿠코는 자신도 별반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러다가 배탈이 났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주인아저씨가 어렵게 마련해 준 이 바다 위의 작은 배가 우리 집인데 내가 아프면 여기서 나가야 하는데, 어어? 왜 이러지. 아 너무 아프다.

급성 맹장염으로 쓰러진 키쿠코는 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눈을 뜨니 니쿠코짱이 벌벌 떨며 괜찮냐고 울면서 묻는다. 그러면서 전혀 닮지 않았던 니쿠코짱과 키쿠코는 엄마와 딸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다. 니쿠코짱의 헤헤 실실 속에는 어떻게든 키쿠코를 예쁘게 잘 키워야겠다는 오직 그 하나의 결심이 있었다.

니쿠코짱이 주인공이지만 키쿠코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전행된다. 만화인데 대단히 감동적인 이유를 생각해 보면 니쿠코짱의 목소리를 연기한 오타케 시노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검은 집의 원작에서 정말 이 여자는 정신이 나가버린 사이코패스가 아닌가 할 정도의 연기를 보여줬다. 오타케 시노부는 애니메이션을 많이 했다. 니쿠코짱의 오버스러우면서 정말 만화 같은 캐릭터인데 그 속에서 묘하지만 키쿠코를 지키려는 엄마를 표현했다.

반드시 가족이 아니라도 괜찮다. 밥을 같이 먹을 수 있는 식구가 된다는 건 행복한 일이니까.

낳아준 사랑은 못됐지만 길러준 사랑은 나쁘지 않았던 기분 좋은 영화 ‘항구의 니쿠코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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