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오뎅을 삶아 먹을 때 감자를 넣어도 맛있다. 감자가 입 안에서 포슬포슬 녹아 없어지는 느낌도 좋고, 오뎅탕의 달달한 국물을 빨아들인 맛을 감자가 가지고 있어서 좋다. 겨울에 가끔씩 해 먹던 오뎅탕을 먹다 보니 며칠 전 지역 축제에서 오뎅을 만원에 파는데 오천 원어치는 팔지 않는다는 기사가 떠올랐다.
그 유튜브가 유익병(유이뿅) 채널인데 한국에 공부하러 왔다가 한국에 눌러앉은? 한국에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일본인인데(다 알고 있으려나). 유익병은 어지간한 한국인보다 한국의 방방곡곡 다 돌아다녀본 일본인일 것이다.
요즘은 유익병 채널을 보지 않지만 한때는 재미있게 봤다. 유튜브를 가장 잘 활용하는 사람 축에 유익병도 속할 것이다. 전국의 시골이나 작은 도시 구석구석 다니니까 유튜브를 켜고 라이브로 다니다 보면 채팅하는 사람 중에 현지인이 있어서 느닷없이 만나서 길 안내를 받기도 하고, 민박을 하다가 주인 할머니에게 밥도 얻어먹고, 일본 아가씨 혼자 한국 여행한다고 고생이라며 시골에서 어르신들의 귀여움을 온통 받기도 했다.
하와이인가 베트남인가 갔을 때에도 사기당하지 않게 현지에 사는 한국 구독자가 나와서 길 안내부터 식당, 숙소까지 전부 안내를 해 주고 다음 날에도 나와서 안내를 해주기도 했다. 혼자 캠핑을 할 때에는 다음 날 비가 와서 씻지 못하고 그 전날 해 놓은 화장이 다 지워져 같은 사람이 맞아? 할 정도가 된 몰골로 라면을 끓여 먹는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재미를 줬다. 또 덕자(다 알죠?)와 합방을 했을 때에는 도대체 둘이서 하는 외계어 같은 한국말 때문에 큰 웃음을 주었다. 꾸준하게 한국을 다니며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더니 이번에 뉴스에서 지역축제 오뎅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지역축제가 잘 되어 있는 일본은 지역마다 특색 있는 먹거리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다니면 여기나 거기나 저기나 축제에서 파는 음식물이 다 거기서 거기다. 왜 그럴까 도대체. 축제에 가면 파전에 닭꼬치, 오뎅, 삶은 돼지고기 등 거의 비슷하다. 개선이 되지 않는다.
보통 지역축제가 열리고 먹거리가 들어서면 먹거리 코너를 지자체에서 관리를 못하고 업체에 위임한다. 그래서 자릿세가 있다. 보통 2, 3일에 백만 원에서 백오십만 원 정도 한다고 한다. 이삼일에 자릿세 본전과 이익을 뽑아야 하니 비싸게 팔아먹을 수밖에 없다. 지역 축제를 살리고 하는 의무나 마음 같은 건 없다. 그래서 축제 특성상 축제마다 다니며 먹거리를 파는 외부상인들이 많다. 그들에게 지역에 대한 애착이 없기 때문에 자릿세를 뽑아서 또 다른 축제에 가서 장사를 한다. 올해는 코로나도 끝나고 해서 일 년 동안 전국의 축제가 삼일에 한 번 꼴로 열린다고 한다.
지역축제는 정권에 따라 달라진다. 지자체는 중앙정부만큼 돈이 없기 때문에 지원을 덜 받게 되면 축제를 열어 활성화가 되면 그 돈으로 충당을 한다. 진보가 정권을 잡게 되면 지역 축제를 줄이고 지원금을 뿌리는 방법으로 지자체를 돌리고, 보수가 정권을 잡으면 지원금은 줄이고 축제를 많이 개최한다.
지역축제가 많이 열리면 풍성해지는 반면에 공무원들이 투입이 되어야 하는데 그만큼 인력이 없다. 공무원들이 축제의 먹거리를 관리해야 하지만 턱없이 일손이 부족하다. 그리하여 축제가 늘어나면 인력을 동원하는 비용이 든다. 기존의 공무원 인력만으로 축제를 전부 관리하다는 또 말단 공무원의 과로사가 뉴스에 날 것이다. 하지만 제한된 공무원으로 관리를 전부 하지 못하니 외주를 줄 수밖에 없다. 브로커가 끼게 되면 당연하지만 중간 마진이 올라간다. 그렇게 되면 외부상인들이 돌아다니며 먹거리 질은 떨어트리고 가격을 올려 지역 축제를 살리는 것과는 멀어지는 일이 반복된다.
내가 있는 바닷가에서도 주말마다 축제를 한다. 도시 인구가 150만 명이니까 도시 곳곳에서 축제가 열리는데 규모가 크다. 가수들도 많이 오고 불꽃놀이도 크게 쏘아 올리고, 맥주를 하루동안 그냥 준다. 영화제가 열리기도 하고, 67년도부터 공업축제가 시작했기에 역사가 깊어서 다운타운에는 매일 밤 먹거리 골목이 열리는데 이곳은 나름대로 관리가 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바닷가 쪽으로 오면 품바가 열리고 파전을 팔고 하는 그런 늘 같은 먹거리가 생긴다. 그곳이 한 번 열리는 여름 내내 그곳에서 먹거리 장사를 하고 여름 내내 밤마다 축제가 열린다. 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그곳에 앉아서 먹지 않는다. 사람들이 바닷가에 바글바글한데도 그곳에서 먹거리를 먹지 않는다. 비싸고 질도 좋지 않고 맛도 썩 없기 때문이다. 바로 옆에 치킨전문점, 샌드위치, 백다방 같은 곳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런 곳에서도 오뎅을 만원에 팔지는 않는다. 오천 원어치는 팔지 않는다니 이 무슨 해괴모니냐.
오뎅탕은 날이 쌀쌀해지면 생각이 나는 음식이다. 나는 어릴 때 아버지와 목욕을 하고 나오면 늘 오뎅을 하나씩 먹곤 했다. 요즘은 아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점찍어 놓은 포장마차에서 오뎅을 두 개씩 사 먹었다. 그렇게 매일 오뎅을 사 먹다 보면 주인하고 친해져서 오뎅탕 안에 들어있는 무를 먹을 수 있는 자격도 주어진다. 오뎅탕에 빠진 무가 정말 맛있다.
그렇게 몇 해를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들러서 오뎅을 사 먹었던 포장마차는 주인 할머니의 나이가 너무 들어서 그만 사라지고 말았다. 그 할마니 포장마차가 그 자리에서 몇십 년은 했는데 이제 휑하니 사라지고 난 후로는 나도 오뎅을 사 먹지 않게 되었다.
그 집이 내가 딱 좋아하는 오뎅의 맛이다. 국물이 짭조름하니 새우나 게, 땡초 같은 것들은 전혀 들어가지 않고 예전의 오뎅국물 같은 그 맛. 정말 보온병에 담아와서 국수를 말아서 후루룩 먹고 싶을 정도였는데, 한 번은 그렇게 국물을 받아와서 국수를 삶아서 먹었다. 꿀맛. 오뎅은 두부 같은 음식이다. 다른 음식에 비해 저렴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그래서 먹고 나면 기분 좋아지는 그런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