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깅을 하다가 운이 좋으면 얄읏한 공을 발견한다. 얄읏한 공은 노순택 사진작가의 연작 사진 다큐 시리즈다. 나는 오래전에 얄읏한 공 사진전을 보러 가는 것을 좋아했었다. 내가 평소에 가끔 만나는 얄읏한 공은 사진다큐에 나오는 공은 아니지만 자연이 만들어 놓은 얄읏한 공이다. 노순택 작가의 얄읏한 공은 미군이 만들어 놓은 공으로, 미국의 눈으로 마치 대추리에 살아가는 사람들, 즉 한국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사진 하나하나가 전부 감시자의 눈처럼 보인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585#comment

하지만 내가 조깅을 하면서 만나는 얄읏한 공은 사람들을 감시한다는 느낌보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으려는 듯한 모습처럼 보인다. 나 오늘 하루 고생했으니 이제 곧 사라져, 나에게 인사를 해줘. 곧 사라진단 말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신은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인간에게 보여주는구나.라고 누가 말했다. 신? 신이 정말 있나? 하느님? 과연 있기나 한 걸까? 얼마 전에 러셀 크로우가 나오는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을 봤다.

이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신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악마는 진짜로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악마는 존재한다-이다.


악마는 정말로, 실제로 있다. 신천지 정명석이 악마가 아닌가.


크리스천에게 신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물으면 존재한다고 한다. 악마 역시 존재한다고 한다. 그럼 내가 묻는다. 신은 어째서 악마를 가만 내버려 두는가. 하느님 왜 정명석을 가만 내버려 두지? 전광훈 같은 사람은 하느님을 욕보이고 마치 자신의 아래에 있는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도 신은? 하느님은? 그 잘난 가드는 어디에 있나?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왜 이런 악마를 가만 내버려 두는가.


주위의 크리스천에게 이런 질문을 해서 얻은 해답이라고는 그들도 사실 모른다,라는 결론을 얻었다. 어쩌면 진실하게, 진정 미칠 정도로 하느님은 믿지 않는지도 모른다. 대부분 하느님의 소리를 들었다고 하지만 그 하느님이 실존하는 악마들을 그냥 왜 내버려 두는지, 하느님의 이름을 빌려 악마짓을 하는 목사들은 왜 그냥 두는지 물으면 대답들이 뻔했다.


만약 정말 뼛속까지 신을 믿고 있다면 광적인 크리스천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유사종교의 교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적당히 또는 적당히보다 조금 더 하느님을 믿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하느님이 기분 나빠서 악마들에게 응징을 하지 않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로 신은 세상에 없지만 악마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목사들도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기보다 자신의 말을 많이 하고 믿음보다는 교회의 이익을 위해 십일조 하기를 바라는 목사들이 많다.


매달 월급에서 70만 원씩 십일조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르겠다. 이 정도면 교회에서 막아야 하지만 그러지 않고 오히려 얼씨구 한다. 목사가 악마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에서 넌지시 돌려 그걸 말하고 있다.


만약 믿음으로 인해 신과 악마가 나타나는 것이라면, 그리하여 나타난 그것들이 믿는 이들의 믿음으로 힘이 강해지는 것이라면, 그래서 이 세상에는 악마는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이라면 사람들은 신 보다 악마를 더 믿는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불행을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유명인들이 하는 말 중에 가장 이상한 말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자,라고 하는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까. 절대 모두가 행복할 수 없고 모두가 행복하다면 모두가 불행하기도 한 것이다. 소수의 행복한 자들이 다수의 불행한 자들을 보며 즐거워하는 것이 이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광신교도들을 보며 저들은 미쳤다고 말하지만 저들의 입장에서는 신을 덜 믿는 신도들과 그 외의 사람들이 미친 것이다. 만약 광신교도들이 잘못된 교리를 받아들여서 생활하고 있다면 신에게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신은 그들에게 벌을 내리지 않는다.


그러니


만약 진짜 신이 있다면 그래서 신이 나타난다면 - 신을 믿는다는 목사들, 또 신을 열렬히 믿는 크리스천 앞에 진짜 신이 나타난다면 그들은 신 앞에서 불안해하고 큰 두려움에 떨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믿는다는 신에게 거짓말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신이 어느 날 나타나서 악마들을 없애기 시작했다면 신을 믿었던 목사들, 크리스천들 역시 매일 밤 내일 내 차례가 아닌가 하며 벌벌 떨며 지낼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악마는 앞으로 더 늘어나지만 신은 세상에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신이라는 건 없기 때문이다.

얄읏한 공처럼 아름다운 광경은 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 지구와 구름, 대기와 태양의 거리와 우주 속 먼지 같은 것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신은 무슨 얼어 죽을. 전쟁하나 막지 못하는 신을 무슨 개똥 같은 신이라고 할 수 있나.


붉게 이글이글거리며 주위를 온통 오렌지빛으로 물들이는 얄읏한 공은 어떻든 아름답다. 조깅을 하러 나오지 않으면 볼 수 없기에 얄읏한 공을 보기 위해서라도 조깅을 하러 나와야 한다,라는 말은 조금 거짓말이지만 어떻든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오뉴월은 금계국의 계절이다. 작년 이맘때에도 강변을 수놓은 금계국의 예쁜 모습에 사진을 팡팡 찍었던 기억이 있다. 금계국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바람에게 전하는 말을 하는 것처럼 금계국들이 춤을 춘다. 이렇게 예쁜 색을 가진 금계국을 보니 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며 칠 동안 몸에 근육통이 온 것처럼 몸이 뻣뻣하고 경직되어 있고 너무 피곤했다. 일을 하다가 시시때때로 졸다가 상사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상사는 이해해 주었다.


이봐, 신혼이라 이거지. 좋을 때지.


결혼한 지 4주 정도가 지났다. 결혼하기 2주 전부터 같이 생활을 했으니 6주 정도를 같이 잔 샘이다. 혼자 잠을 잘 때에는 몰랐지만 둘이 같이 잠을 자고 나면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몸을 부스럭거리며 움직이기도 힘들고 섹스 후 품에 파고든 아내를 살짝 밀어내고 편안한 자세로 잠이 드는 것 또한 힘들었다. 어떻게든 잠이 들면 해결되겠지 생각했지만 잠은 새벽이나 되어서 피곤에 의해 잠시 잠들었다가 출근 시간에 일어났다. 일어나면 목이 뻣뻣하고 팔을 드는 게 버거웠다.


아주 큰 침대를 넣을 수는 없고 작은 침대 두 개를 넣어서 잠이 들 때에만 따로 자면 좋은데 아내에게 꺼내기 힘든 말이었다. 그런 말을 했다가는 아내가 마음이 다칠까 겁이 난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나의 몸은 점점 힘들어져 갔다. 아내도 그런 나를 눈치챘는지 언젠가부터 노란 차를 끓여서 잠들기 전에 나에게 주었다. 차는 따뜻했고 몸은 편안해졌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보낸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일어나는데 몸이 너무 무거워 겨우 일어나 앉았는데 침대에 앉아 있다는 느낌이 이상했다. 거울을 보니 몸이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점점, 나는.

이 사진에는 얄읏한 공이 보이지 않지만 오렌지 빛으로 물들어가는 풍경은 역시 신비롭다. 비만 오지 않으면 어머님들이 저 자리에 늘 모여서 하나 둘 큰 소리를 내면서 으쌰으쌰 하며 운동을 한다. 리더가 소리를 크게 내야 한다고 해서 어머님들이 정말 큰 소리를 낸다. 꼭 군대에서 조교가 소리 안 내냐! 하면 구보를 하면서 하기 싫어 죽겠는데 모르겠지 하고 나 혼자 소리를 안 냈는데 귀신 같이 알고 소리 질러! 하는 것과 비슷하다. 리더 어머님은 마치 조교처럼 단상 위에서 어머님들을 향해 소리를 내면서 몸을 흔들어야 한다고 외친다.

하늘은 매일 다르다. 매일 다르다는 걸 보려면 매일 나와서 달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걸 알 수 없다. 지금 이 맘 때에만 딱 볼 수 있는 노을의 색감과 구름의 흐름이다. 곧 6월이 흘러가고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지구를 덮치면 아주 뜨겁게 타오르는 붉은 노을이 저녁 시간의 하늘을 장식할 것이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달려서 봄이 되었건만 봄에는 짙은 황사 때문에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헉헉 거리며 달리다가 황사가 물러가니 질 나쁜 초미세먼지와 최악의 미세먼지가 괴롭혔다. 먼지의 습격을 피해 5월에 이르렀는데 이제는 강변에 나타나는 엄청난 하루살이 때문에 마스크를 또 벗지 못한다. 날파리는 여지만 보이면 입으로 들어온다. 몸을 풀고 있으면 바로 옆에서 날파리떼가 부우우우 우웅 하며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비행을 하고 있다. 이제 하루살이 떼가 사라지면 본격적인 무더위를 견디며 달려야 한다. 인생 쉬운 게 없구만.

주머니에 폰이 있어 좋은 세상이다. 쓱 꺼내서 쓱 찍으면 된다. 그러면 이렇게 예쁜 모습을 담을 수 있다. 좀 더 괜찮은 폰이었으면, 신형 폰이었으면 더 멋지게 담을 수 있는데 하는 욕심은 사라지지 않지만 곧바로 뭐 어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의 날씨는 아주 변덕이 심한 시어머니 같다. 낮에는 맑은 거 같은데 저녁에는 너무 할 만큼 싸늘하다. 이젠 감기가 걸리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주위의 반응도 그리고 감기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도. 어제는 감기가 걸린 한 대학생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기침이 너무 심하게 나고 가래가 끊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가래가 낀 기침이 심하게 나면 폐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아무튼 요즘은 감기를 조심해야 한다. 마스크도 하지 않고 아가리를 온통 개방해서 실내의 공공장소에서 기침을 하는 인간이 있다면 그 입에 말벌을 집어던지고 싶다. 나 왜 이렇게 못돼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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