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에서 모모 녀석이 라딘과 라몽에게 자신의 이야기, 로자 아줌마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 낼 때 모모 녀석에게 빨려 들어가 버렸다. 습자지에 물이 스며들 듯 그렇게 모모 녀석 감정에 속절없이 빠져 버렸다. 모모 녀석이 집으로 돌아와 똥오줌 냄새가 진동하는 로자 아줌마를 안아 줄 때 그 장면이, 그 모습이, 그 풍경이 꿈처럼 피어오르고 모든 세상이 흐려졌다.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똥오줌을 싸긴 했지만 아줌만 아직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잖아요. 살아 있는 사람들만 똥오줌을 싸잖아요”


세상의 많은 소설 속 미문이 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이 또 있을까. 무라카미 류의 ‘69’에서 똥에는 사상이 없다고 했다. 적어도 로자 아줌마가 싼 똥을 모모는 더러워하지 않았다. 생명의 흔적이라 느꼈다. 모모는 그렇게 자연의 냄새에 익숙해져 갔다. 마치 엄마가 아기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는 것처럼. 그들은 소외된 자들이지만 사랑을 알아갔다.


유투는 세상에서 소외된 자들을 위해서 노래를 불렀다. 유투는 이제 슈퍼스타 그 위에 있는 록스타로 돈으로만 움직이는 밴드가 아니게 되었다. 명분, 명분이 있어야 움직였다. 기근과 전쟁이 있는 곳이면 유투는 그곳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노래의 힘이 총과 칼보다 강하다는 걸 알렸다. 소외된 자들은 그 끝이 한없이 허무하고 결락의 형태를 띠고 있어서 그 누구도 기억하려 들지 않는다. 그들을 위해 보노는 노래를 불렀다.


그건 어쩌면 유투가 아일랜드 출신 밴드라 그럴지도 모른다. 아일랜드 출신 밴드로는 크렌베리스가 있고 중심에서 노래를 불렀던 돌로레스가 좀비를 부른 이유와 흡사할지도 모른다. 돌로레스는 2018년에 갑작스레 사망 소식이 전 세계적으로 퍼졌다.


그렇게 세계에서 기근과 전쟁으로 소외된 자들을 위해 노래를 불렀던 유투가 19년에 한국에서 공연을 했다. 유투를 좋아하는 어떤 이는 이를 두고 역사적인 날이라고 했다. 유투가 왔어! 한국에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유투가 말이야! 하며 좋아했다. 유투를 움직인 건 안타깝지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라는 명분 때문일지도 모른다. 벌써 10년 전? 아마도 그만큼 오래전부터 유투를 한국의 비무장지대에서 공연을 하자고 접촉이 있었다.


유투가 올해 새 앨범 Songs of surrender를 발표했다. 40곡이나 곡을 넣었고 기존에 발표된 곡을 다시 어쿠스틱버전으로 리마스터했다. 예전처럼 강력하게 부르는 것이 아니라 보노의 보컬에 원숙미, 완숙미, 이런 노련함으로 엣지의 반주에 의해서 40곡이 다시 작업이 되었다.

유투의 노래는 학창 시절에 음악감상실에서 단골 신청 음악이었다. 많이도 들었다. 유튜의 엄청난 노래들이 많은데 왜 그런지 기억에 많이 남는 노래는 뮤비 내내 엣지가 나오는 Numb가 생각난다. 엣지의 얼굴이 나오고 여성들이 엣지의 얼굴을 핥고 훑고, 입던 러닝셔츠를 자르고, 얼굴에 줄을 묶고, 담배연기를 뱉고 하는 멤버들이 나온다. 보노는 이때 너무 잘 생겼다. https://youtu.be/N4jR1RNypG0


보노는 눈에 문제가 있어서 해가 비치는 공연장에서는 항상 색이 진한 안경을 쓰고 노래를 부른다. 모든 노래들이 좋지만 총을 들이밀고 딱 한 곡을 말하라고 하면 ‘원’이다. 이번 새 앨범 속의 ‘원’에서도 역시 보노의 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돋보인다. 피아노 연주만으로 원을 부른다. https://youtu.be/b02QSIHuW0Y


유투의 원을 재해석하게 만든 버전은 메리 제이 블라이즈와 함께 부른 ‘원’이다. 메리는 그동안 보노가 불렀던 원에 새로운 생명을 입혔다. 메리는 혼신을 다해 노래를 부른다. 보노도 질세라 침을 튀겨가며 부른다. 메리는 단 하나의 사랑만이 소외된 자들, 그들이 우리 모두가 되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노래를 부른다. 메리 제이 블라이즈는 그저 인기 많은 여가수가 아닌 것이다. https://youtu.be/ZpDQJnI4OhU


현재 유투는 하나의 현상이다. 유투가 움직이면 빛처럼 굴절된 공기를 만날 수 있고 그저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뭔지 알 수 없는 계시 같은 것을 받는 기분도 든다. 이런 기분은 지금은 좀 덜하지만 그래도 학창 시절에 들었던 그런 기묘한 기분을 가지게 만든다. 당장 눈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괜찮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게 한다. 다리가 아픈 내 아이가 발을 디디면 어디든 달려갈 거라는 희망 같은 것들. 지금은 희망금지 시대가 되어서 투기나 투자가 아니면 돈을 벌 수 없는 이상한 세상에 와 있어서 유투의 메시지가 담긴 노래들이 세상의 구석진 곳으로 퍼졌으면, 그러면 뷰티풀 데이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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