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것은 가끔 나를 슬프게 하거나 몹쓸 상태로 만든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봄날, 이상하게도 콧물이 줄줄 나왔다.
나는 그것이 알레르기라는 걸 최근에 알았다.
어제오늘 콧물이 줄줄 흐르는 걸 보고 미세먼지가 대기에 침잠해 있다는 걸 알았다.
미세먼지는 바다에 내려앉고 백사장에 내려앉고 팜트리에도 내려앉는다.
사람들의 입으로 코로 대책 없이 들어가서 몸속 깊이 침투하고 만다.
내 속으로 들어온 미세먼지는 분해되지 않고 악착같이 살아서
피를 타고 떠돌아다니다가 존재를 확인시켜 준다.
오늘처럼 대기가 미세먼지로 덮이면 몸속에서 나와
미세먼지 세계 속으로 가려고 발버둥을 친다.
콧물을 동반해 가면서.
미세먼지는 꼭 당신을 닮았다.
당신의 마음도 그렇다.
한 번 내 심장에 들어와 버린 당신의 마음은
미세먼지처럼 사라지지 않아서,
어딘가 웅크리고 앉아서,
매복하고 있어서,
그리움의 배를 타고 나오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투명해져 참 몹쓸 상태가 된다.
확인받고 싶어 하는 일이 나에겐 삶의 이유가 되어 버린다.
기억을 하는 것은,
영혼이 예민하게 잘게 잘게 부서지더라도
살아있기에 할 수 있는 유일한 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