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을 모르는 지구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마이클 잭슨이 죽은 지가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전 세계의 라디오, 유튜브 등 어딘가의 영상이나 채널에서는 매 시간, 매 분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을 것이다.
나는 마이클 잭슨의 광적인 팬은 아니다. 그러고 보면 광적으로 좋아하는 가수는 없는 것 같다. 광적 보다 한 단계 밑? 정도로 좋아하는 가수들은 꽤 있다. 뭐 본조비라든가, 서태지라든가, 히데라든가. 앨범이 많고 무슨 내용인지는 몰라도 거의 따라 부르며, 뮤직비디오를 좀 많이 보고.
그에 비해 마이클 잭슨은 그 정도까지도 좋아하지도 않고 듣지 않은 것 같은데 집을 뒤져 보니 마이클 잭슨의 앨범이 4장이나 있었다. 원래는 시디로도 더 있는데 시디 앨범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다. 어떤 물품은 가만 두면 내 품을 떠나가기도 한다. 세상에는 그런 물품이 꼭 존재한다.
아무튼 나에게 마이클 잭슨의 데인저러스 앨범이 있다는 건 너무나 행운인 것만 같다. 앨범을 잘 보면 마이클 잭슨의 얼굴이 저 뒤에 있는 것처럼 입체적으로 보인다. 이 앨범 속 노래들은 아마도 가장 유명하고, 뮤직비디오 역시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제작이 되어 있어서 그런지 노래를 듣고 있으면 앨범의 표지 속 마이클 잭슨처럼 입체적이다.
[데인저러스 투어는 그야말로 엄청난 반응을 이끌어 냈다. 남미의 주요 국가들과 이스라엘, 러시아와 루마니아를 비롯한 구 공산권 국가들이 투어에 포함되었다. 1993년 진행된 2차 투어 도중에 거짓 성추행 사건과 관련하여 미국 경찰의 미심쩍은 수사가 시작되면서 탕수증세로 공연을 취소하기도 했고, 투어 막바지에는 진통제 중독으로 예정된 일정을 진행하지 못한 채 멕시코에서 투어를 종료했다. -나무위키]
마이클 잭슨을 무척이나 안타깝게 이야기한 사람 중에는 김혜자도 있다. 한 방송에 나와서 그렇게 순수하게 노래를 하는 사람에게 언론과 방송은 왜 그렇게 가만두지 못하는지, 같은 이야기를 했다. 너무나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장국영을 장난감으로 취급한 홍콩의 언론들도 그랬다. 장국영의 처참한 죽음마저도 미화시켰다.
마이클잭슨은 늘 하느님에게 기도를 했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마이클 잭슨은 신을 믿지 않고서는, 신에게 기대지 않고서는 그 험한 할리우드에서 계속 노래를 부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데인저러스의 가사 중에는 I have to pray to god, cause i know how lust can blind라는 가사가 있다.
데인저러스 이 앨범의 모든 곡의 뮤직비디오가 혼을 빼놓을 정도로 재미있다.
첫 노래 ‘잼’에는 마이클 조던, 크리스 크로스가 뮤직비디오에 등장해서 마이클 잭슨과 함께 뮤직비디오를 충만하게 해 준다. 마이클 잭슨은 조던에게 춤을 가르쳐 주고, 조던은 마이클 잭슨에게 농구를 가르쳐 주는 모습이 나온다. 음, 그냥 너무 좋다. 당시 최고의 래퍼 아기아기한 크리스 크로스도 나온다. 얘네들 엄청났지. 오죽하면 박진영이 보고 량현량하를 제작해 버리기. 크리스 크로스 중 한 살 많은 크리스 켈리는 10년 전에 죽었다. 잼의 뮤직비디오는 노래가 끝나도 마지막까지 보는 게 좋다. 조던이 마이클 잭슨에게 춤을 배우는 모습이 나오기 때문이다. https://youtu.be/JbHI1yI1Ndk
두 번째 노래 '와이 유 와나 트립 온 미'의 뮤직비디오는 우리의 캐빈, 맥컬리 컬킨의 기타 연주로 시작한다. 실루엣으로 보이는 마이클의 멋진 모습이 나오면서 데인저러스 앨범 속 많은 뮤직비디오 영상이 교차되어서 나온다. 주로 블랙 오어 화이트, 잼의 뮤직비디오의 모습을 교차편집해서 ‘와이 유 워나 트립 온 미’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https://youtu.be/iSyvCrnYiuA
세 번째 노래 ‘인 더 클로셋’의 뮤직비디오에는 최고의 모델이었던 나오미 캠벨이 등장한다. 둘 다 하얀 탑 셔츠를 입고 있고 피부는 까맣다. 그게 묘한 대비의 미를 이룬다. 앞의 두 노래의 뮤직비디오가 장난기 가득하고 한 없이 순수한 노래를 표현했지만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그야말로 섹슈얼리티다. 데인저러스 이 앨범의 노래 세 곡이 빌보다 탑 텐에 오르는데 이 노래도 세 번째로 오르게 된다. 이 노래에서 마이클 잭슨은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호텔 풀 사이드의 수면처럼 높낮이가 크게 오고 가지 않게 노래를 부른다. 그래서 섹시함을 더한다. https://youtu.be/4qLY0vbrT8Q
네 번째 노래 ‘쉬 드라이버스 미 와일드’에서의 목소리를 잘 들어보면 알겠지만 앞의 노래처럼 부드럽게 부르는 게 아니라 목을 긁어서 내는 소리처럼 강하고 탁하게 부른다. 이게 마이클 잭슨의 매력이다. 서태지도 20대, 30대 초에는 이렇게 목을 긁어서 미친 록을 했다. 매력적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엑스제팬의 히데도 그렇게 노래를 불렀다. 당연하지만 듣고 있으면 빠져든다. 지드래곤도 ‘삐딱하게'를 부를 때 그렇게 부른다. 하지만 이렇게 목을 긁어서 노래를 부르면 너무 멋지지만 그렇게 부를 수 있는 나이대가 있다. 나이가 들면 그렇게 부를 수 없는데 마이클 잭슨은 부드러움과 강함을 오고 가며 노래를 계속 부른다. 이게 듣는 사람을 미치게 한다. https://youtu.be/7Dz7yB9h984
다섯 번째 노래 ‘리멤버 더 타임’은 그야말로 영화 한 편이다. 보면 무슨 내용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지금 봐도 어색하지 않다. 이 뮤직비디오에는 제일 잘 나갔던 배우 에디 머피와 농구스타 매직 존스, 데이비드 보위의 아내이자 세상에서 제일 예쁜 모델 이만이 왕비로 등장한다. 이만은 마치 에이아이처럼, 컴퓨터가 만들어 놓은 인간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이클 잭슨의 등장에 바로 눈길을 주는 왕비 이만과 그녀를 질투하는 왕 에디 머피의 연기를 볼 수 있는 뮤직비디오다. https://youtu.be/LeiFF0gvqcc
이 앨범의 노래를 전부 소개하고 싶지만 14곡이나 되기 때문에 두 곡만 더 하자. 일곱 번째의 노래가 바로 지금도 라디오에서 계속 흘러나오는 노래 ‘히얼 더 월드’다. 이 노래는 뮤직비디오도 좋지만 93년 슈퍼볼 경기 하프 타임 때 영상을 보는 게 더 감격이다. 그 영상 속에는 한복을 입은 우리나라의 꼬마도 나온다. 그 꼬마는 지금 어른이 되어 있겠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자신이 마이클 잭슨의 영상에 나왔다는 걸 알 텐데. 같은 생각을 하면 재미있다. 이 하프타임의 첫 등장은 정말 30년 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다. 늘 같이 다니던 여자 기타리스트의 모습도 마이클 잭슨과 함께 볼거리다. 기타가 스타트를 끊으면 동료들과 칼군무로 빌리진을 선보인다. 정말 죽인다,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내가 미워지는 순간.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계속 듣게 되는 건 멋진 록이라서 그렇다. https://youtu.be/PI3dptwgIdU
여덟 번째 노래가 ‘블랙 오어 화이트’인데 하프 타임에도 부르고, 이 뮤직비디오에는 우리의 캐빈이 나온다. 아버지로 나오는 존 굿맨을 저 아프리카 대륙까지 기타 연주로 날려버린다. 이 노래는 그저 신나게 불러서 그렇지 내용이 너무 좋다. 흑인과 백인으로 단정 지었지만 실은 너와 나 사이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노래는 말하고 있다. 인종의 갈등은 총과 칼로써는 해결이 안 되지만 노래를 통해서 서로 안아 줄 수 있는 관계가 된다는 것을 마이클 잭슨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래서 노래가 좋고, 마이클 잭슨의 노래가 아직도 너무 좋은 것이다. https://youtu.be/F2AitTPI5U0
유튜브 때문에 짜증 나기도 하지만 이렇게 마이클 잭슨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이 행성에서 많은 사람들의 손을 잡게 만들고 하늘로 가버린 마이클 잭슨은 분명 거기서도 노래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