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ios 정식버전 업그레이드가 있었다. 나는 대부분의 글을 컴퓨터가 아닌 아이패드로 작성을 하기 때문에(한 대는 워드한글문서로, 한 대는 메모장으로) 이번 업데이트로 맞춤법 자동맞춤 기능이 기대가 되었다. 나는 늘 오타 투성이고, 오타를 실시간으로 바로 잡아 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밑의 밑의 사진 처럼, 한글워드로 글을 작성할 때에는 무용지물이고 메모장으로 글을 작성할 때에도 별로였다. 그래서 그 기능을 다 꺼버렸다. 그 외에 무슨 기능이 업데이트되었는지는 크게 궁금하지도 않다.

늘 메모를 해야 하는 강박 때문인지 아이폰4s도 아직까지 늘 들고 다니며 메모를 한다. 나는 이상하게도 키보드로 컴퓨터에 글을 치는 것보다, 아이패드보다, 그리고 다른 아이폰보다 아이폰4가 가장 메모하기가 좋다. 지금 아이폰4로 할 수 있는 건 인스타그램(이 돌아간다는 게 신기하다)과 메모장이 전부인데 메모하기가 나에게는 정말 딱이다. 아이폰4에도 이렇게 오타를 실시간으로 체크해 준다. 뭐 물론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마음에 들지 않게 오타를 지적해 주는 이유는 ios 9.3.6에서 끝이 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빠릿빠릿하게 글자가 입력되고 나에게는 제일 잘 맞는 것 같다. 아이폰 속의 내용은 하루키의 에세이 중에 한 부분이다.

내가 늘 아이패드 두 대를 들고 뭔가를 하고 있으니 아이패드를 구매할 결심한 어떤 이가 아이패드프로를 산다며 나에게 조언을 구했다. 사실 조언을 구하고 자시고 할 필요가 없다. 디지털기기는 사고 싶으면, 설령 며칠 만에 후회할지라도 사면된다. 나는 아이패드 두 대를 매일 사용하고 있다. 한 대는 아이패드 6인가? 2017년에 구입을 한 것이고, 한 대는 비교적 최근의 기기로 아이패드 미니 6이다. 아이패드 6으로는 이렇게 한글문서로 글을 작성하고 있고, 아이패드 미니 6은 메모장으로 글을 작성하며, 사진을 찍고, 간단한 편집을 한다. 유튜브에 올리는 간단한 동영상 편집도 미니 6으로 하고 있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아이패드 화면에 보호필름은 없다.


두 대를 번갈아가면서 사용을 하면서 좀 이상한 건, 이상하다기 보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 내가 앉은자리에서는 최근에 나온 아이패드 미니 6보다 오래전에 구입한 아이패드 6이 와이파이를 더 빠르게 잡고 있다. 또 소리도 훨씬 크다. 물론 아이패드 미니 6이 모든 면에서 그냥 아이패드 6보다 기능이 좋지만 키보드 없이 화면에 바로 타이핑을 할 때에도 이상하지만 아이패드 미니 6보다 9.7인치 아이패드가 훨씬 타이핑이 잘 된다. 이상한 일이지만 나는 그렇다.


그동안 업데이트가 되면서 모든 기능이 좋아진 건 아니다. 메모장을 매일 사용하는 나로서는 그 변화를 제대로 감지할 수 있는데 손가락으로 여러 개의 글을 선택하는 기능도 사라졌다. 무엇보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화면에 대고 터치를 해서 글을 입력할 때 오타가 예전에 비해서 훨씬 심해졌다. 이렇게 말을 하면 그건 너의 착각이야,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업데이트 이후 자판 입력으로 오타가 더 잘나고 있다. 이유를 악착같이 찾으면 자판으로 누르는 터치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여러 번 실험?을 해봐서 그렇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메모장으로 하루에 워드 몇 페이지에 달하는 글을 적는 사람이 드물어서 잘 모르겠지만 분명 그렇다고 생각한다. 또, 아이폰4이전에 아이폰3지에스를 사용할 때부터 메모장에 매일 어떤 글이든 입력을 해놨는데 검색을 하면 코로나 이전에 입력한 글을 검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처음에는 폰이나 아이패드가 오래되어서 그런 줄 알고 아이패드미니 6을 산 것이었는데 마찬가지였다. 업데이트의 문제인 것만 같이 느껴진다.


어떻든 아이패드미니 6만 가지고 있어도 어지간한 건 다 할 수가 있다. 물론 아마추어에게 그렇다는 말이다. 글을 작성하고, 사진을 찍고, 여러 개의 창을 띄워 볼 수 있고, 간단하게 사진을 편집하고, 동영상도 그렇고,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시청하며 유튜브에 동영상을 업로드도 빠르게 할 수 있다. 화상채팅을 할 때에는 내가 이리저리 움직여도 아이패드미니 6의 카메라가 나를 따라다니며 채팅에 몰입하게 해 준다.


아이패드미니 6 하고 아이패드 6, 두 대의 아이패드를 합친 거보다 훨씬 비싼 기기가 아이패드프로다. 엄청난 기기다. 소리며, 기능이며, 정말 프로들마저도 기능을 전부 활용할 수 없을 정도로 현존최고의 기기가 아이패드프로다. 최상급 기기인 것이다. 모든 것들을 다 할 수 있지만 그 모든 것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그리 많지 않다. 무거운 아이패드프로를 들고 나오면 사람들의 반응도 한두 번은 와아 하며 달려들지만 그다음부터는 사용하는 사람이 아마추어처럼 사용을 해서인지 썩 흥미를 갖지 않는다. 그저 큰 화면으로 넷플릭스를 보니 좋구나, 정도밖에 안 된다.


아이패드프로는 그림 그리는 전문 예술가들에게 최적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림을 그리는데 가장 좋은 기기이며 프로 예술가들이 사용하기에 너무나 좋은 기기다. 무겁지만 노트북처럼 들고 다니면서 프로적인 그림이나 애니메이션 작업을 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우리가 다니면서 카페에서 아이패드프로를 들고 멋지게 창작 예술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어쩌다 목격했다고 해도 말 그대로 어쩌다, 이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도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볼뿐이다.


캔버스를 사용하던, 아이패드프로를 사용하든 예술가들은 창작을 하는 자기만의 공간에서 대부분 작업을 한다. 그리고 아이패드프로가 생각만큼 배터리가 오래가지 않는다. 당연하지만 고성능일수록 배터리는 빨리 닳는다. 그래서 카페나 야외에서 프로급 작업을 하려면 충전기와 펜슬, 키보드가 필요하다. 찾아보면 알겠지만 이렇게 구색을 갖추면 맥북보다 더 비싸다. 와우.


심지어 프로들에게도 아이패드프로는 크게 쓸모가 없을지도 모른다. 아이패드프로는 너무나 많고 다양하고 거대한 작업을 할 수 있는데 프로들이라고 해도 다양한 기능을 전부 사용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사용하는 폰을 보면 알 수 있다. 현존하는 휴대전화는 컴퓨터와 비슷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보통 카톡을 하고 사진을 찍고 공유하고 유튜브를 볼 뿐이다. 프로들도 자신의 영역 속 작업이나 게임을 하기 때문에 일반인인 우리에게 너무나 비싼 아이패드프로, 특히 12인치는 딱히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나에게 와서 아이패드프로를 구입하려는데 어때? 같은 말을 한 어떤 이는 왜 프로를 구매하려고 했을까. 유튜브에 들어가면 테크튜브나 유튜버들이 이런 제목으로 영상을 만든 것들을 볼 수 있다.


아이패드미니 5를 지금 사면 과연 사용이 가능할까?

아이패드 10을 지금 구매하면 괜찮을까?

아이패드미니 6이 나온 지 몇 달이 되었는데 정말 지금 사도 될까?

아이패드 9는 라미네이팅이 안 되어있고 너무 오래전인데 구매해서 사용해도 될까?


같은 제목으로 만든 영상들이 많다. 전부 개소리다. 지금이 옴니아 시절도 아니고 어떤 기기를 구입해도 사용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다. 라미네이팅이 안 되어서 거슬려서 사용이 어렵다는 말은 너무나 잡소리다. 도대체 그게 왜 거슬리는지, 거슬려서 뭐가 안 된다는 건지 영상을 봐도 잡소리만 할 뿐이다.


스피커가 두 군데여서, 스피커가 네 군데지만 들고 있으면 손으로 스피커를 막아서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래서 나오던 소리가 안 나온단 말인가. 엄청난 귀를 가져서 굉장한 음역대의 소리를 듣고 싶으면 컴퓨터로 좋은 출력기의 스피커를 통해 들으면 된다. 주위의 온갖 소음이 가득한 곳에서 아이패드에서 나오는 소리로 뭘 어쩌겠다는 건지. 이어폰을 꽂고 들으라고.


지금은 유튜브에 아이패드프로가 필요 없는 영상이 또 많다. 아마 대부분 위의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가지고 다니면서 뭐 이것저것 할 거라고 고가의 아이패드프로를 구입했지만 딱히 할 것이 없다. 주로 폰으로 다 해버린다. 누워서 들고 영상을 시청하지도 못한다. 화면크기, 주사율, 스피커, 지문 인식 따위 같은 것들은 이런 걸로 조회수를 올리는 인간들이나 따지는 것뿐이다.


그래서 당신은 아이패드프로가 전혀 필요가 없다. 나에게 온 어떤 이는 게임도 하지 않는다. 당연하지만 나처럼 메모장이나 한글 워드로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멀리 떨어진 어떤 사람들과 화상 회의를 하는 것도 아니며, 돌리기 어려운 건축 3D 캐드 작업을 하는 것도 아니다. 호기롭게 나에게 와서 아이패드프로에 대해서 구매의사를 밝혔던 어떤 이는 결국 아이패드프로를 구입했다.


그리고 2달 정도가 지났다. 결국 비싼 넷플릭스 용도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무거워서 들고 다니지도 않는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집에서 아이패드프로를 사용하는 일도 드물다. 그래서 당신은 아이패드프로가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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