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조식을 먹을 때 스탠더드는 베이컨에 계란 프라이 서니 사이드 업으로 먹는 것이다. 맛도 좋고, 맛이 좋고, 음 그냥 맛있다. 호텔에서 잠을 자면 조식 먹는 맛이 있다. 특별히 그 전날 대단한 일을 치르고 너무 피곤하여 폭력적인 잠에 휘둘리지 않는 이상, 아니 그렇다고 해도 호텔에서 다음 날을 맞이하면 조식을 먹어야 한다. 요즘은 호텔식 모텔에서도 맛있는 조식을 제공한다.
이미 십 년 훨씬 전에도 대구의 한 모텔은 조식이 맛있기로 유명해서 아침에 커플들이 식당에서 부스스하게 앉아서 조식을 맛있게 야금야금 먹는다고 했다. 조식을 먹다가 서로 눈이 마주치면 머쓱해지기도 했다고 한다.
집에서도 가끔 프라이에 베이컨을 구워 먹는데, 베이컨이 있으면 좋겠지만 베이컨은 잘 구비해두지 않는다. 베이컨대신 두부를 대신해도 좋다. 두부도 종류가 많다. 뜨거울 때는 맛있는데 식으면 맛이 떨어지는 두부가 있다. 그런 두부는 피하게 된다. 그런 두부를 어떻게 아느냐 하면 자주 먹다 보면 알게 된다. 맛있게 구운 두부와 계란 프라이가 베이컨과 계란 프라이의 조합보다 맛도 좋고 훨씬 나을 때가 있다.
어린 시절에 전통시장에서 들기름에 지글지글 구운 두부는 정말 맛있었다. 나는 그때 어렸지만 그걸 알 수 있었다. 맛있는 두부를 먹을 수 있는 삶, 그건 정말 축복받은 인생이다. 지금은 대부분 공장두부를 먹고 있지만. 공장두부도 나는 좋다. 공장두부도 공장에서 나오는 즉시 받아서 먹으면 아주 맛이 좋다고 한다. 언젠가 그렇게 먹어 볼 수 있을까.
엄마는 종종 계란프라이에 두부를 한 접시에 같이 주었다. 그러면 별반 다를 게 없는 식탁도 특별해 보였다. 어린 시절에는 그 한 접시가 티브이에서 보던 미드 속 식탁 같았다. 어떤 날은 콩자반도 같이 곁들였다. 특히 밥 대신 햄버거 빵이 대신하는 날이면 더더욱 식탁이 있어 보였다. 어릴 때 가끔 동생이랑 사이다를 와인 잔 같은 잔에 받아서 마셨던 적이 있었다. 그러면 그 시간이 특별해졌다. 금방 마셔버릴 사이다도 꽤나 공을 들여서 마셨다.
특별함은 언제나 평범함에서 나온다. 실력은 실수에서 나오고, 나는 울 엄마에게서 ㅋㅋㅋ 나왔고.
귀한 음식도 흘러넘치면 맛도 그렇고, 오히려 많아서 덜 찾아 먹게 된다. 바나나가 그렇다. 바나나, 얼마나 맛있는 과일인가. 내 어릴 때 바나나가 귀해서 자주 먹을 수도 없었다. 병원에서 주사 맞고 엉엉 울고 있으면 바나나 하나 얻어먹을 수 있었다. 열대과일이라 비싸고 맛도 귤이나 자두와 달라서 한 번 먹을 때에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바나나 하나에 행복했던 어린 날이었다. 어른이 되면 돈 많이 벌어 이 맛있는 바나나 실컷 사 먹어야지. 어른이 된 지금 바나나는 이제 원숭이도 잘 먹지 않는다. 너무 많고 아주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열대과일 대부분이 당도가 너무 높아서 과일이 건강에 최고야,라는 말이 무색하게 되었다.
특별했던 바나나는 시간이 흘러 너무 평범하게 변했다. 그런 존재가 있다. 스파게티가 그렇다. 스파게티가 예전에는 고급음식에 속해서 가격이 아주 비쌌다. 구라파에서는 서민음식인 스파게티나 파스타가 한국에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스파게티를 파는 식당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카페 같은 곳에서 음악이 나오고 테이블과 조명이 예쁜 곳에서 포크로 돌돌 말아먹으니 커플이나 여자들이 친구끼리 가게 되면서 가격이 비싸도 카페의 분위기가 좋으면 지갑 열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스파게티보다 짜장면이 훨씬 맛있었는데 가격이 저렴했고 곱빼기도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다운타운에 나가야만 있는 스파게티 전문점에 반해 중국집은 동네마다 다 있었다. 음악대신 티브이 소리가 들리고 예쁜 조명과 예쁜 테이블 대신 짜장의 냄새가 홀 안에 가득한 편안한 분위기가 있었다. 운동회를 하거나 소풍 다녀온 날에 짜장면을 먹기도 했다. 가끔 먹는 짜장면은 마음을 다 빼앗길 정도로 맛있었다. 하지만 작금의 시대, 스파게티와 짜장면은 가격도 비슷해졌다. 평준화가 된 것이다. 오히려 짜장면이 더 비싼 곳이 많다. 파스타의 일반화와 짜장면의 고급화가 공존하는 시대다.
스파게티도 짜장면도 옛날에 비해 지금은 많이 변했다. 형태도 가격도 그 외의 것들도.
예전에 거들떠도 보지 않던 것들이 지금은 왕대접을 받는 것도 있다. 그 대표적으로 하나를 꼽자면 피규어다. 한낱 어린이 장난감으로 치부되던 것들이 지금은 돈 없는 어른들은 접근도 할 수 없는 고가의 취미가 되었다. 게다가 코로나 시기, 모두가 수입이 막혔을 때 피규어 유튜브는 승승장구했다. 마블의 피규어만 모으는 사람, 드레곤볼만 모으는 사람, 오래된 프리미어가 붙은 국산 조립식 피규어만 모으는 사람, 여성 캐릭터만, 동물캐릭터만, 스타워즈만, 잡다한 모든 피규어를 모으는 사람까지. 피규어의 세계는 지금 넓고 깊어졌다. 한 마디로 엄청나졌다.
많은 것이 바뀌었다. 모든 것이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바나나 하나에 행복하고 기뻐할 수는 없게 되었다. 행복의 총량을 채우는 것이 예전의 작은 것에서 오는 행복이 아니라 덜 불행한 것들이 이어지는 것에서 행복을 대신하고 있는 요즘이다. 그렇기에 계란프라이에 두부정도면 괜찮은 것이다. 이 정도를 먹을 수 있는 것이 행복은 아니라 할지라도 덜 불행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