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하고 통쾌한 문동은의 복수가 끝났다. 더 글로리 시즌 2가 저세상의 인기를 끌면서 예전에 올렸던 문동은에 관한 나의 글도 검색이 많이 되었다. 그때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이런저런 추측을 하기도 했는데 다 틀려 버렸다. 어떤 사람은 주여정이 박연진의 얼굴 피부를 벗겨내서 문동은의 얼굴로 만들어서 내내 살게 한다는 복수극을 말하기도 했다. 정말 사람들의 상상력은 너무 멋진 것 같다.
현실 학폭은 영화나 드라마의 수위를 넘는다는 건 누구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이 되었다. 중학생들은, 이제 어린이를 벗어난 애들이 학폭을 저지를 때 카카오 비번을 빼앗는다. 그래서 가해자 아이들이 보이지 않아도,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피해자는 피가 마르고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얻는다. 물론 부모에게 말하지 못하고 선생님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도 학폭이 있었을 텐데 우리는 잘 몰랐다. 하지만 나는 1학년 때 한 번 일진무리에게 학폭을 당한 일이 있었다. 그날은 집으로 가는데 우리 학교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일진 아이들이 나를 운동장 뒤편으로 불러냈다. 5명에게 빙 둘러싸여 제일 잘 치는 일진에게 폭행을 당했는데 그 녀석은 악대부였다. 우리 학교에서는 가장 무시무시한 일진애들이 있는 곳이 악대부였다.
일진무리는 원래 같은 학교 애들은 잘 건드리지 않았다. 우리 옆 학교에 축구부가 있었는데 학교 일진무리는 그 학교 축구부애들과 배틀을 붙었다. 그럴 때는 정말 무서웠다. 각목 같은 것도 사용하고 얼굴이 터지기도 했다. 우리 학교에는 양궁부가 있었는데 학교 대 학교로 주로 결투를 했다. 패싸움인거지. 그래서 학교 샘들과 경찰들이 골치를 앓은 적이 있었다.
같은 학교 애들을 건드리는 애들은 일진이 아니라 그 밑의 애들. 한 단계 밑의 애들이 같은 학교 애들을 건드리거나 브랜드 신발이나 점퍼 같은 것을 빼앗았다. 그런데 내가 일진무리에게 폭행을 당한 것이다. 일진애들이 일 학년 애들이 들어오면 그중에서 일진에게 위협적으로 보이는 애들을 초반에 잡는데 기묘하게도 내가 거기에 들어간 것이다.
내가?
나는 중학교에서 정말 먼지처럼 지냈고 지금까지 사람을 한 번 때려본 적이 없다. 그런데 내가 일진 애들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일학년으로 찍혔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이유가 붙은 것은 나의 머리가 길어서였다. 대부분 그때 머리가 짧았다. 우리 학교는 재단 이사장의 파워가 막강했는데 이사장이 남자 고등학교에 다니는 애들은 머리가 길면 안 된다는 거였다. 나는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머리가 길었는데 동네 친구의 큰 누나가 미용실에 일을 하게 되어서 나의 머리를 만져 주었는데 그게 뭔가 아이들과 너무 달랐던 것이다. 나 혼자 튀었다. 그 때문에 내가 일진무리를 위협하는 그런 인간으로 찍혀서 한 번 폭행을 당했다.
게다가 나는 학교에 들어오자마자 사진부에 들어갔는데, 학교 내에서는 악대부, 양궁부, 사진부의 클럽 활동을 하는 애들은 좀 그랬던 것이다. 나는 이제 1학년이라 그런 세세한 것에 대해서는 몰랐지만 선배들이 무시무시했던 것이다. 내가 사진부에 들어간 것은 사진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클럽활동 홍보를 하러 선배들이 교실에 들어왔을 때 내 옆 짝꿍이 손을 번쩍 들어서 나를 가리키며 얘가 사진부에 들어가고 싶다는데요?라고 해버려서 들어가게 되었다. 거참.
나는 그 뒤로 다른 아이들처럼 머리를 짧게 깎았다. 그랬더니 기가 막히게도 너무나 평면적인 인간이 되었다. 도저히 내가 뭔가를 할만한 아이가 아닌 것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다 알 수 있었다. 정보력이 똥망이었던 일진무리는 그 뒤로 나에게 사과를 했다.
그 후로 졸업할 때까지 일진애들이 우리를 건드리거나 그런 일은 없었다. 내 짝꿍은 울릉도에서 와서 우리 집에서도 잠을 자고 울 엄마가 해주는 밥 달라고 하는 등 우리와 친하게 지냈는데 이 녀석이 일진이라서 이 녀석의 하숙방에 가면 매일 밤 일진애들이 와서 담배를 피우며 모종의 모임을 가졌기 때문에 학폭과는 거리가 먼 고딩생활을 하며 보냈다.
현실에서 학폭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고, 전 세계의 모든 나라의 학교 내 따돌림과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그래서 솔직히 이런 복수가 좋다. 근절될 수 없으니 서늘하게 복수를 하는 것, 법으로는 처벌이 거의 가능하지 않기에 이런 복수극이 나온다. 우리는 우리와 다르면 무서울 정도로 그 사람을 비난하고 배척하고 따돌린다. 학교 내에서나 이렇지 실은 회사에서는 더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