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의 '걷고 싶다' 가사가 참 좋아서 열 번을 넘게 듣다 보니 또 지겨워졌다 변덕이 간에 붙었다 위장에 붙었다 참 다양한 포지션을 취한다 그러다 오 분 정도 지나면 또 듣고 싶다 어떻든 가사가 참 좋다 이렇게 지겹다 하면서도 자꾸 듣게 되는 것은 마치 고통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 고통 덕분에 살아있다고 느끼는 것과 흡사하다 가사를 계속 곱씹게 되는 것은 추억 때문일지도 모른다 보드라운 네 손을 품에 넣고 걸었던 그 기억이 추억 속에서 내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잊지 못하는 추억은 뒤의 또 다른 추억으로 덮으면 되는데 추억과 추억이 마주치면 일어나는 설명 하지 못하는 현상은 죽을 때까지 알지 못할 것이다 알 수 없는 양가감정은 야들한 내면을 면도날로 가르고 간다 동시에 차가워진 한 부분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우연이 우연을 만나고 우연이 우연과 교차하면 그것은 과연 우연일까 하는 생각들이 조용필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벌처럼 머릿속에서 윙윙거린다 모든 것이 바뀌는 애매한 계절이다 시리지만 냉정한 계절이고, 춥지만 뜨거운 해가 살아있는 계절이다 이런 애매한 계절에는 뭔가가 앞뒤가 바뀐다 무색이던 것들이 먼지를 털듯 무색을 털어내고 피로 물드는 붉은색으로 바뀌고 그렇게 미친 듯이 울어대던 바람의 아름다운 소리를 신이 몽땅 가져가 버렸다 사람들은 계절에 맞게 옷을 꺼내 입고 미처 계절에 부흥하지 못한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은 부흥한 이들의 눈총을 받거나 애처로운 눈빛을 받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을 품고 눈을 살며시 감게 해주는 '걷고 싶다'를 듣고 있다
걷고 싶다 https://youtu.be/kumMqZaEZ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