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을 다 먹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설에 먹고 남은 마지막 나물이다


설에 우리는 음식을 하지 않는다. 원래부터 그런 건 아니고 몇 해 전부터 점점 줄여서 이젠 음식을 아예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래서 그런지, 왜 그런지 나물은 산더미처럼 한다. 동생 가족도 나물을 먹지 않고, 나물을 산더미처럼 한 모친도 먹지 않는다. 그래서 그걸 해치워야 하는 사람은 나뿐이다.


너 나물 좋아하잖아.


나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있으니까 먹는 것뿐이고, 나는 음식에 있어서 이렇다 저렇다 같은 말을 하지 않을 뿐이다. 못 먹는 거 빼고는 그냥저냥 다 맛있게 먹는다. 못 먹는 음식은 매운 음식이다.


설에 해 놓은 산더미 같은 나물을 이제 끝을 보려는데 정월대보름이다. 또다시 나물과의 전쟁이다. 나도 나물이 싫다. 맛을 떠나 설이 지나고 매일 나물을 먹었는데, 맛있는 음식도, 좋은 음식도 매일 먹다 보면 그게 맛이 있을 수 없다.


내가 이런 얘기를 누군가에게 했더니 그 누군가는 자신의 냉장고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냉장고 안에 먹지 않고 있는 나물이 있고, 그걸 다 먹기를 바라는 그 누군가의 모친께서 매일 연락해서 어서 나물 통을 비워라, 또 가져다줄게.라고 한단다.


티브이 여기저기서 명절이 끝난 후에 나물을 맛있게 먹는 법 같은 영상이 나오는데, 나물을 맛있게 먹는 법 같은 건 없다. 그냥 적당히 해서 먹자. 나물이 먹고 싶다면 가끔 나물 비빔밥을 사 먹거나, 김밥을 사 먹자. 본인은 먹지 않으면서 도대체 누구 먹으라고 나물을 이렇게나 몇 날 며칠을 먹어도 남을 만큼 하는지. 나 지금 되게 신나. 하하하.


오늘은 정월대보름. 나물이 기다리고 있다. 어제까지 설에 남은 나물을 먹어치웠다. 오늘부터 새로운 나물의 무한 굴레 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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