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깅을 하다 마주하는 크리스마스트리의 불빛은 사람을 멈추게 한다. 매년 보게 되는 이 빛들은 어쩐지 반갑지 만은 않다. 꼭 만나기 싫은 사람을 만나서 밥을 먹어야 하는 껄끄러움이 있다.

 

그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형형색색의 빛을 보고 있으면 여지없이 그 빛들은 나를 향해 지금 만족하느냐, 지금 행복하느냐, 그 정도면 괜찮은 거냐,라고 조금은 강압적으로 말을 한다.



빛나는 크리스마스 불빛들은 어느새 괴물이 되어 모든 건 너 때문이야,라고 말을 한다. 나는 아니라고 대답할 수 없어서 도망치고 싶지만 다리가 땅에 박혀 움직이지 않는다. 불빛은 좀 더 무서운 얼굴을 한 채 나에게 소리를 지른다.


백 년도 못 살면서 천년의 걱정으로 사는 인간아, 같은 말을 나는 왕왕 듣는다. 하지만 그래서 인간이 아닌가 생각한다. 백 년 정도 살지만 천년만큼의 걱정과 고민으로 살아가기에 내 감정의 변이와 감정의 결락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중요하다.


우주의 점보다 못한 존재로 넓은 하늘을 노래하고 모든 이들의 행복을 바라며 노력하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지질하고 소심하게 내 감정의 변이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인간을 일으키고 숨을 불어넣고 살아가게 하는 건 다른 아닌 사람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를 사랑해주는 그 한 사람이 있다면 지구가 불바다가 된다 한들 무슨 걱정일까.


박준의 시에 보면 끌어안고 죽고 싶을 문장이 있는데 그 문장은 곧 사람이라 생각한다.


언젠가 무서운 얼굴을 한 불빛에게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큰 소리로 대답할 날이 올까. 그런 날이 온다면 나의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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