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밖에는 찬바람이 부는 소리가 맹렬하다. 베란다의 창문이 흔들거릴 정도로 겨울의 차가움이 느껴지는 소리다. 어릴 때 살던 집에서는 외풍이 심해서 겨울이 오면 아버지가 창문에 전부 바람을 막는 문풍지 작업을 했다.


 아버지는 맥가이버였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연장을 가지고 일요일에 겨울을 대비한다. 그 모습을 우리는 바라보며 신났다. 신날 일도 아닌데 그저 신났다.


 일요일이었고 일요일에는 아버지가 집에 있었고 깜순이 집에도 겨울을 대비하는 비닐을 덮고 담요로 이불을 바꾸었다.


 아버지는 하루 종일 집안 곳곳, 구석구석 정비가 끝나면 이제 겨울이 와도 춥지 않을 거야.라고 했다. 야호! 그 말에 우리는 또 신났다. 우리만 신난 줄 알았는데 마당의 현관문 옆의 깜순이도 집이 겨울의 단장을 마쳐서인지 신나서 꼬리를 한껏 흔들며 마당을 열심히 뛰어다녔다.


본격적인 겨울이 오면 이불을 등에 덮고 앉아서 귤을 까먹고 찹쌀 도넛을 먹으며 루더 밴드로스의 노래를 들었다. 중학생이 되어 음악 감상실에 들락거리며 루더 밴드로스의 노래를 많이 신청해서 들었다.


겨울 겨울 느낌이 가득한 루더 밴드로스의 목소리. 루더 밴드로스의 유명한 노래로는 ‘dance with my father’이다. 아버지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산 같았던 등이 어느 날 그렇게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지난 앨범 속 사진에서의 아버지는 동생을 어깨에 올리거나 한 팔로 꼭 안고 있었다. 동생은 아버지의 발등에 발을 올려 같이 춤을 추는 걸 좋아했다. 아빠의 냄새를 한껏 맡을 거야. 어린 동생이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지만 마치 놓치기 싫은 듯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올려다보며 신나는 모습이다.


아버지와 춤을 출 수 있다면, 모든 아버지가 춤을 추는 그날은 아마 세상은 행복한 날이 된다.


불한당을 만나더라도 루더 밴드로스의 노래를 들려주면 같이 앉아서 듣게 되지 않을까 싶은 노래다. 겨울에는 루더 밴드로스의 캐럴을 듣는다.


하얗게 표백된 색을 띤 마당을 본다. 귤을 까먹고 찹쌀 도넛을 먹으며, 그리고 따뜻한 우유를 마시며 이불을 등에 덮고 마당을 본다. 마당의 여기저기에 겨울이 내려앉았다. 차갑게 변한 마당은 나에게 나오라 손짓을 하지만 나는 루더 밴드로스의 노래를 들으며 따뜻한 이불을 덮고 앉아 있다.


여기와 거기는 문 하나를 두고 갈라진 세계. 아버지의 좋은 솜씨 덕분에 겨울의 칼바람이 집 안으로, 이쪽 세계로 들어오지 않는다. 완벽한 겨울이다. 우리는 완전한 겨울은 아니지만 완벽한 겨울을 보냈다. 찹쌀도넛을 오물오물 씹어 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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