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찾아서 보게 되는 폴라 익스프레스. 폴라 익스프레스를 극장에서 처음 본 것이 아니라 디지털영화관에서 봤다. 그러니까 시설이 좋은 비디오방 같은 곳에서 봤다. 요즘은 롯데시네마도 비디오방만큼의 규모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대략 스무 명 정도가 앉아서 보는 상영관인데 티켓 팅 하는 곳도 로컬 카페의 카운터처럼 되어 있다.


처음 폴라 익스프레스를 봤을 때 너무 좋아서 한 번도 보고 나오니 새벽이었다. 생각해보면 시설이 좋았다고 해도 비디오방 같은 곳의 입구는 좁고 구불구불 미로 같은 복도에 전부 밀실 구조라 불이 나면 사망이다. 요즘 일본의 좋은 인터넷룸 같을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어떤 인터넷 룸은 시설이 아주 좋다. 침대도 있고 컵라면도 끓여 먹을 수 있다. 기존의 인터넷 룸은 천장이 뚫려 있고 파티션이 칸막이로 되어 있고 한 사람이 겨우 앉거나 누울 수 있는 구조인데 요즘은 그런 시설에서 벗어난 곳들이 있다. 에어컨도 달려 있고 무엇보다 하룻밤에 한국 돈으로 이만 원 정도 하기 때문에 여행객들이 즐기기에도 좋다. 하지만 역시 불이 난다면 꼼짝 마라다.


소방훈련을 받으면서 몸으로 느끼게 된 사실은 음식점에서 식사를 할 때 출입구와 가까이 있는 자리가 좋다는 것이다. 괜히 분위기 탄다고 구불구불 저 안쪽 깊은 자리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소방대원들은 훈련을 할 때마다 말을 하고 있다.


어쨌거나 겨울이다. 공기가 달라졌다. 가을의 그 느낌에서 벗어났다. 겨울에는 폴라 익스프레스를 봐야 한다. 폴라 익스프레스 같은 기차를 한 번 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어린 시절에는 늘 했었다. 그때에는 폴라 익스프레스가 없으니 만화 속 기차나 말괄량이 삐빠가 모는 그 희한하고 요사스러운 자동차를 타고 싶었다. 삐삐가 아무거나 연로 통에 집어넣으면 막 달렸고 슈펑크를 찾았던 삐삐와 토미, 아니카가 접착제 아저씨에게 받은 접착제를 자동차에 넣으니 자동차가 슈퍼카가 되어 속도가 엄청났다. 야호.


이는 후에 백 투 더 퓨처에서도 맥플라이를 드로리안에 태우고 브라운 박사가 연로 통에 아무거나 집어넣는다. 그리고 하늘로 슝 가버린다. 삐삐도 양손으로 날갯짓을 하니 차가 공중으로 붕 떠서 날아간다. 차는 오픈카지만 차 안에 있으면 무서운 외부와 단절이 될 것만 같은 그 기분이 폴라 익스프레스에도 있다.


조카가 어릴 때 집 거실에 텐트 같은 것을 치고 그 안으로 깊게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심리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미드 ‘이블’에서도 주인공 크리스틴의 네 명의 꼬꼬마 아이들이 있는데 무서운 영화를 볼 때 꼭 이렇게 텐트처럼 이불을 치고 그 속에 네 명이 욱여 들어가서 꼼지락꼼지락 영화를 본다. 그런 기분을 어른이 되어서도 폴라 익스프레스를 보면서 느낄 수 있다. 밖에는 몹시 추운 겨울의 눈이 펑펑 내리고 있지만 폴라 익스프레스 안은 너무나 따뜻하고 아늑하다. 게다가 아주 맛있는 핫코코아까지 제공된다. 안과 밖, 추위와 따뜻함, 무서움과 아늑함이 기차의 창을 사이에 두고 공존한다.


자동차를 처음 장만하고 겨울에 집 앞 바닷가를 돌면서 밤바다의 사진을 꽤 찍었다. 여자 친구에게 카메라 작동 법을 알려주고 차에서 내리지는 않고 창문을 조금 열어서 조수석 쪽에 난 바다를 야금야금 사진으로 담는다. 조리개 값이라든가 셔터 스피드 같은 수치를 조절해서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고 어두운 밤바다에서 빛을 찾아 빨아 당길 때까지 기다리는 맛이 있었다. 겨울의 밤바다에는 칼바람이 불고 날이 너무 춥지만 우리는 무릎에 담요를 덮고 차 안에는 히터가 나오기 때문에 패딩 같은 외투는 벗어서 뒷자리에 있었다. 차 안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밤바다를 카메라에 담고 다 찍었다 싶으면 또 조금 바다를 타고 장소를 이동한다. 그런 느낌이 좋았다.


폴라 익스프레스를 타는 순간 외부와 단절된 세계로의 모험이 시작된다. 신나지만 주인공은 폴라 익스프레스 안에서 자신의 믿음에 대해서 의심을 한다. 나 또한 초등 2학년 때 교실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맡아서 했는데 나는 그만 장식 중에 주머니에 들어가는 작은 산타 인형을 한 마리 들고 와버렸다. 훔친 것이다. 나는 이제 큰일 났다. 나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혼이 날 것이다. 나는 초등 2학년 때까지 산타를 믿고 있었던 것이다. 맙소사다.


믿음이라는 건 인간사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요즘에 많이 든다. 믿음이 없인 하루도 지낼 수 없는 시대에 와 있는 것 같다. 내가 속한 회사, 상사, 동료, 친구,  종교, 권력자 그리고 가족에 대한 믿음이 깨진다면, 특히 나에 대한 믿음이 없어지면 이 세상은 지옥 그 자체일 것이다.


폴라 익스프레스에는 눈을 뗄 수 없는 장면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압권은 마지막에 스티브 타일러가 나와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다. 스티브 타일러는 에어로스미스의 보컬이다. 입큰 로커로 치면 믹 재거도 있고, 배철수도 있지만 스티브 타일러가 제일 뭐랄까 비주얼 적으로 멋있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싸이가 미국 진출에 성공하며 여러 할리우드 셀럽들과 사진을 같이 찍었는데 나는 스티브 타일러와 함께 사진을 찍은 게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티브 타일러는 현재 74살이지만 너무 멋있다. 그 정통 미국적인 록 사운드를 하는 밴드의 보컬에, 주렁주렁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스타일과 헤어, 평생 살도 안 찌고 그런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니. 놀라움을 만끽하려면 스티브 타일러를 보면 된다.

스티브 타일러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리브 타일러다. 리브 타일러의 아버지니까. 에어로 스미스의 명반이라 꼽히는 11집 ‘겟 어 그립’의 노래의 뮤직 비디오에 리브 타일러가 나오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다. 당시 가장 핫 한 배우 알라시아 실버스톤과 함께 ‘크레이지’ 뮤직 비디오에 등장하는데 말 그대로 크레이지 한 영상과 미모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당돌하고 섹시한 여고생 둘이 일상을 벗어나 일탈하는 이야기다. 모든 노래들이 스토리 형식으로 이어지는데 에이로 스미스의 뮤비는 곤센 로즈의 뮤비와 더불어 인기가 어마어마했다. 리브 타일러와 스티브 타일러의 이야기가 기가 막힌데 하려니 귀찮다. 지금은 폴라 익스프레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 이 부녀간의 이야기는 검색하면 여러 곳에서 상세하게 해 놔서 찾아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스티브 타일러가 폴라 익스프레스에서 엘프로 나와서 하드 록을 불러서 개인적으로는 핫 한 장면이다. 그러더니 훗날 리브 타일러는 반지의 제왕에서 진짜 엘프가 되어 버린다. 자꾸 이야기가 샛길로 빠지기 때문에 여기서 그만하고 겨울이니 폴라 익스프레스를 보자, 뭐 그런 이야기.


그래서 오늘의 선곡은 폴라 익스프레스의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를 올리고 싶었으나 내적 갈등으로 인해 결국 에어로 스미스의 크레이지를 ㅋㅋ https://youtu.be/NMNgbISmF4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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