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케는 어디서 팔든 – 시장이든 베이커리든 다 맛있다. 코로나 전에는 조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들러서 매일 고로케를 하나씩 사 먹었다. 지역 빵집으로 유명한 곳으로 저녁 8시가 되면 20% 세일을 하기 때문에 매일 들러서 하나 내지는 두 개 정도 고로케를 사 먹었다. 그러나 매일 고로케가 남아 있지는 않다. 그러면 다른 빵에 눈을 돌리고 쟁반에 담다 보면 만원 가까이 담게 된다.


전통시장에서 사 먹는 고로케도 맛있는데 이유는 5일장이 열리면 시장 여기저기 기웃기웃 어슬렁 둘러보면 허기가 지는데 그때 바로 만들어 놓은 고로케를 와암 먹으면 정말 맛있다. 그럴 때 사이다가 있으면 더 좋다. 사이다는 김밥과 삶은 계란과 고로케에 참 잘 어울리는 음료다. 그러고 보니 사이다를 마신 지도 언제인지 모르겠다. 오늘 한 번 사 먹어야겠다. 전통시장의 한 편에 앉아서 고로케를 먹을 때 사이다는 병 사이다였으면 좋겠다. 그러나 병 사이다는 좀체 찾아볼 수 없다. 긴 빨대를 꽂아서 먹는,,,,, 전통시장의 5일장에 가보면 고로케 보다 맛있는 것들이 훨씬 많다. 닭강정도 있고, 어묵 튀김도, 떡꼬치도, 교자 같은 만두 말고 중국 풍의 만두도 있고, 애기 김밥이나 조각 스테이크, 또,,,,


전통시장에 고로케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스테이크니 닭강정이니 하는 것들은 생긴 지 얼마 안 됐다. 고로케는 내가 어린이였을 때에도 시장에서 사 먹었으니까 꽤 오래되었다. 전통시장 안에는 시장표 제과점이 꼭 있다. 내가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도 걸어서 가는 전통시장이 있었다. 걸어서 한 30분 정도 가야 하지만 시장 가는 길은 언제나 재미있었다. 역전시장이라 불렸다. 시장 안에는 빵집이 있었다.


당시에 빵집 부부는 50대로 하루 종일 맛있는 빵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종류는 요즘만큼 다양하지 않았지만 단팥빵, 크림빵, 땅콩샌드빵, 그리고 이름이 생각나지 않지만 한 입에 쏙 들어가는 – 그 외 산타 고깔모자처럼 생긴 작은 그런 빵 과자 같은 것들을 매일매일 만들었다. 우리도 시장에 가면 거기서 고로케를 하나씩 사 먹곤 했다. 우리라는 건 어머니와 시장에 갈 때가 아니라 외할머니와 시장에 갈 때, 외할머니와 나를 말하는 것이다.


외할머니와 시장에 가면 꼭 순대를 같이 먹거나 고로케를 같이 먹었다. 외할머니는 타지에 살고 있었지만 우리 집에 왕왕 오셨고 오실 때마다 나를 데리고 전통시장에 가곤 했다. 그래서 빵집 부부와도 인사를 하는 사이가 되었고 빵집 부부에게서 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새벽에 나와서 오전 9시까지 빵을 구워서 판매를 하는데 언전가부터 새벽에 빵을 구워 매대에 올려놓고 빵을 구우러 들어갔다가 나오면 구워 놓은 빵 여러 개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아직 오픈을 하지 않아서 문을 닫은 채였고 아내는 아침밥을 먹여 아이들 학교에 보내느라 오픈 시간이 되어야 도착한다. 만약 길고양이가 혹시라도 그랬다면 그런 흔적이 남았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즉 아무도 들어온 흔적이 없는데 매일 구워 놓은 빵이 몇 개씩 사라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알아채지 못했지만 경력이 오래되다 보니 이틀 만에 구운 빵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렸던 나는 옆에서 고로케를 먹고 있었고 그 이야기를 기만 듣고 있던 외할머니가 그건 사람이 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어린 시절에 외할머니와 시장에 가면 할머니와 사이좋게 고로케를 하나씩 사 먹었는데 겨울에 주로 사 먹었다. 두꺼운 옷을 입고 고로케를 하나씩 먹고 나와서 어묵에 국물을 마셨다. 그게 우리의 코스였다. 외할머니에게는 손주들이 우르르 있는데 나는 꽤 귀여움을 받았던 것 같다. 이상하지만 여름에는 고로케를 먹은 기억이 없다.


애니메이션 속에서는 주로 여름에 고로케를 먹는다. 애니메이션이라 함은 ‘허니와 클로버’와 ‘고쿠리코 언덕에서’다. 허니와 클로버는 시리즈로 미대생들의 이야기다. 정말 재미있게 봤고 지금도 보고 또 보고 있다. 거기서 타케모토 녀석이 여름에 고로케를 먹는 장면이 나온다. 기름에 절어 유통기한이 다 된 고로케를 전설의 모리타 선배가 엄청 사들고 와서 자취촌의 아이들이 모여서 고로케를 먹고 또 먹고 계속 먹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먹는 일본의 고로케는 우리가 자주 먹는 고로케와는 좀 다르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어떤 소스에 반드시 찍어 먹어야 하는, 그런 고로케다. 이 시리즈는 드라마가 되었는데 딱 거기까지가 좋았다. 영화로도 나왔는데 이렇게 긴 이야기를 두 시간 안에 욱여넣으려니 뭔가 이상해졌다.


고쿠리코 언덕에서는 주인공 우미가 선배인 슌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내려서 시장에서 고로케를 하나씩 사 먹는다. 이 두 주인공이 사 먹는 고로케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 먹는 그런 고로케의 형태다. 이 영화, 이 애니메이션의 시대는 1960대 초 쯤이다. ‘코쿠리코 언덕에서’의 이야기는 애틋하고 안타깝고 슬프면서 아름다웠다. 엄마에게 안겨 울 때 보이는 그 작은 발이 이 애니에서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 애니에서는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들이 부딪힌다. 전통과 변혁의 중심에서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모습이 나온다. 지브리의 세계관은 전쟁은 전쟁을 일으킨 자나 전쟁을 당하는 자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모든 영화 속에서 진보개혁을 일으키는 쪽은 대체로 악당이다. 악당, 즉 빌런은 현재의 시스템에 불만이 있어 지금의 시스템을 바꾸려고 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빌런을 응원하고 따라가게 되고 기대고 싶어 한다. 그에 비해 슈퍼히어로들은 현 시스템을 지키려고 빌런과 대치를 한다. 그래서 대중은 매력적인 빌런에게 매료된다. 요컨대 영화 조커 같은 캐릭터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천조국 인간들이 코스프레를 하면 제다이 보다 다스베이더의 코스프레를 더 한다. 바로 그런 이유다. 영화 조커에서는 초반 조커의 웃음이 듣기 싫지만 영화 말미에 조커의 그 웃음이 듣기 좋아진다.


고로케 이야기하다가 쫄쫄이 메리야스 입은 슈퍼파워를 쓰는 맨들의 이야기까지 와버렸다. 맨 중에 맨은 부시맨이 아닌가. 부시맨 요즘도 살아 있으려나. 콜라병 하나도 전 세계를 휘어잡았었는데.




오늘의 선곡은 검정치마의 젊은 우리 사랑 https://youtu.be/loysypSfVN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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