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슌지는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냈을까. 감탄하며 봤던 기억이 있다. 봤던 영화를 또 보고, 읽었던 책을 또 읽는데 그중에 가장 여러 번 반복적으로 본 영화가 하나와 엘리스가 아닐까 싶다.

이 영화 속에는 초콜릿 키켓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광고 관련 사람들이 아리스를 보며 저렇게 맛이 없게 먹을 수 있지?라고 한다.

이 영화는 원래 티브이 판 키켓 광고를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 공모를 하게 되었고, 거기서 발전이 되어서 장편 영화가 되었다. 그러니까 이와이 슌지는 일반 사람들과 교류 같은 걸 주고받으며 ‘하나와 엘리스’에 이르렀다.

아리스가 영화 속 키켓 광고에서 초콜릿을 맛없게 먹는 건 혼자라서 그렇다. 아리스는 혼자서 밥을 먹을 때 참 맛없게 먹는다. 오디션 후 혼자서 먹는 길거리 음식은 세상 맛없게도 먹는다.

그러나 마크와 같이 조각 케이크를 먹을 때, 아빠와 초밥을 먹을 때, 하나와 마크와 함께 우유 맛과 된장 맛이 동시에 나는 삼각 김밥을 먹을 때에는 한없이 밝아진다. 그렇게 아리스는 성장해간다.

하나와 엘리스 영화는 한국의 마니아를 형성했고, 이 영화의 마니아들은 영화가 나온 배경을 따라 일본 여행을 가며 기차역, 2층의 그 카페, 벚꽃이 흩날리던 거리를 돌며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그 마니아 수가 대단했다.

이 영화는 아리스를 통해 보는 성장 영화지만 영화를 여러 번 보다 보면 마크의 배경도 메타포로 짐작할 수 있고, 시간이 훌쩍 지나 하나 버전의 – 하나의 집이 꽃으로 왜 둘러싸여 있는지, 하나의 성장을 알 수 있는 ‘하나와 엘리스: 살인사건’이 애니메이션으로 나왔다. 역시 재미있음.

이 영화는 만년필 같은 영화다. 영화 속에서 떨어져 살고 있는 아버지에게 고등학교 입학 선물로 만년필을 선물받는다. 만년필이라는 거 받아도 쓸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서랍 속에 넣어 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서랍을 열었을 때 아 이런 게 있었지 하게 된다. 부적 같은 것이다. 사용할 수 있지만 사용할수록 잉크를 넣어 줘야 한다. 그러나 잉크를 사러 가는 일이 귀찮아진다. 그래서 잘 사용하지 않게 된다. 그래도 선물이니 쉽게 버리지는 못한다.

오랜만에 다시 본 ‘하나와 엘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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