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깅을 하다가 건널목에서

잠시 멈추어서 하늘을 보니

하늘은 보이지 않고

전깃줄이 눈에 들어왔다

뭘 많이도 먹었던지

뚱뚱해진 전깃줄이

지 몸의 무게를 겨우 이겨내고 있었다

전깃줄은 원래 일직선이었겠지

사람이 늘어날수록

전깃줄도 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눈물이 늘어갈수록

전깃줄도 새롭게 생겨났고

웃음이 많아질수록

전깃줄의 굵기도 굵어졌다

여기서 저 멀리 연결해주기 위해

전깃줄은 통화량을 먹고

점점 배가 부르고 살이 찌기 시작했다

이러다 과부하로 끊어지겠어요

조금만 먹어 주세요

전깃줄은 사람들에게 말했지만

내 이야기만 할게

나의 말만 전달해줘

숟가락 하나 더 얹는 게 어려운 일인가

사람들은 전깃줄이 뚱뚱해지는 것은

자신의 탓이 아니라 했다

한 사람의 생을 여러 번 먹다 보니

많은 사람의 여러 번의 생은

세상의 전깃줄을 전부 뚱뚱하게 만들었다

전깃줄은 사람들의 통화량을 먹으며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날 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깃줄은 기실 뚱뚱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포기를 받아들이고

무거워지는 자신의 몸에

익숙해지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그것이 전깃줄로서 생을 소리 없이

지속할 수 있는

단 한 가지의 선택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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