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갈 데가 없어서 나는 기형도라는 정거장에 간다
고립의 끝에는 기형도라는 정거장이 있다
정거장은 늘 배경이 된다
정거장은 내 몸이 된다
사람들은 나를 지나쳐갈 뿐 누구도 머무르지 않는
쓸쓸하고 황망한 정거장에서
나는 기형도를 노래한다
여기에서 나는 고립을 먹고
희망을 노래하련다
모두가 빠져나간 기형도라는 정거장에는
추억이 덜 깬 개와
어떤 구름과
불안의 짐짝들이 있다
그들과 함께 기형도를 노래하며
어디에도 갈 데가 없는 이들에게 고한다
닳고 허물어져 가는 내 육체에서 머물다 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