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나비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나비가 된다면 중력에 휘둘리지 않고 날갯짓을 하며 마음껏 하늘을 날아다닐 텐데 말입니다. 나비가 될 수 없다면 나비의 친구가 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비의 친구는 누구일까요. 그건 자연입니다.


제가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나비와 친구가 될 수 있으니까요. 저는 나비들이 자주 찾는 언덕에 올라 자연의 일부가 되려고 했습니다. 언덕으로 가서 꽃이 된 것처럼 그 자리에 서서 바람을 느끼고 자연의 일부이기를 바랐습니다.


저는 늘 궁금했습니다. 나비는 비가 오면 어디서 비를 피할까. 다른 곤충들은 죽고 나면 시체가 남는데 나비는 사체를 볼 수가 없습니다. 나비는 어디에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까. 제가 자연의 일부가 된다면 비가 안전하게 숨을 수 있게 나비에게 자리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나비의 친구니까요.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세상은 아름다움으로 번져갑니다. 나비의 날갯짓은 비규정적입니다. 새처럼 도식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람에 날개를 걸친다는 기분이 들 정도의 날갯짓입니다. 바람이 불면 한없이 나약한 나비라서 바람에 딸려 흘러가 버릴 텐데도 자연에 몸을 맡긴 채 날갯짓을 합니다. 그 모습은 저에게 황홀한 동시에 격정적이며 안타깝게 다가왔습니다. 나비는 자유함으로 무장한 채 날갯짓을 해서 가고자 하는 곳으로 어떻게든 도달합니다.


저는, 저는 그만 나비에게 사랑을 느꼈습니다. 나비와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어느 날 나비들 중에 유독 눈에 띄는 나비 한 마리가 보였습니다. 다른 나비들은 저와 거리를 두었지만 그 나비는 저의 주위에서 맴돌았습니다. 나비는 온통 푸른빛을 띠었고 날개에 금색의 띠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 나비는 몹시 신비로웠습니다. 그리고 저의 온 마음을 가져가 버릴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런 나비는 처음 보았습니다. 푸른빛 나비의 어릿어릿할 정도로 찬란하고,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한 모습에 그만 사랑하게 되었을 때 나비가 날아와 머리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사뿐히, 천천히, 조용하지만 도도하게 내려왔습니다. 저는 정말 자연의 일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는 푸른빛 나비가 앉았다 가고 난 후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온전히 자연으로 회귀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언덕을 디디고 있는 발밑이 조금 따끔거렸습니다. 그리곤 이내 폭신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눈을 감았습니다.


햇살이 눈꺼풀로 떨어졌습니다. 그 감촉이 오토록 행복할 줄은 몰랐습니다. 눈두덩을 마치 사랑스러운 손길로 문질러 주는 것 같았습니다. 양팔을 뻗었습니다. 저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팔 위로, 피부를 뚫고 꽃들이 피고 있었습니다. 살갗을 벌리고 나올 때 고통이 있었습니다. 아프고 그만하고픈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 마리의 나비가 되기 위해 징그러운 애벌레에서 탈피를 합니다. 온몸을 비틀고 힘을 주어 고치 속에서 빠져나옵니다. 그런 힘든 과정을 겪지 않으면 나비가 될 수 있으니까요.


발바닥이 대지에 박히고 나무뿌리의 수액을 빨아들이는 느낌이 왔습니다. 그리고 푸른빛 나비가 날아와 감은 눈두덩에 앉았습니다. 저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 몸이 비로소 꽃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자연의 일부가 되어간다는 것을요. 이제 저는 푸른빛 나비와 사랑을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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