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오아물 루의 그림을 따라그려 봄





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내리는 걸 좋아합니까 어떻습니까. 비가 오는 날이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반면에 싫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비가 와서 싫다, 좋다를 명확하게 나눌 수가 없습니다. 비가 오면 비가 내리는 모습을 보는 건 정말 좋아합니다.


그러나 비에 젖는 건 싫습니다. 비가 내려 나뭇잎에, 지붕에, 양동이에 떨어지는 소리가 듣기 좋습니다. 그건 마치 예전의 케니지가 부르는 색소폰 소리와도 잘 어울리는 자연의 소리입니다. 비가 우산에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우산 한 부분의 뾰족한 부분이 찌그러져있었습니다. 그 부분만 우산이 쫙 펴지지 않았습니다.


우산을 쓰는 것에 문제는 없지만 그 부분 때문에 꼭 보지 않아도 되는 부분, 보기 싫은 부분까지 보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한 부분의 찌그러진 우산이 꼭 저의 마음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마음의 한 부분이 이상하게 찌그러져 있어서 그 부분을 통해서 기억하기 싫은 부분이 자꾸 들어옵니다. 그래서 목적지까지 걷지 못하고 우산을 쓴 채 우산의 찌그러진 부분만 오랫동안 쳐다봤습니다.


뒤로 돌려 그 부분을 안 볼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면 또 그 찌그러진 부분을 통해 비가 들어와서 저는 젖겠지요. 저는 비에 젖는 건 또 싫어하니까 찌그러진 저의 마음을 원망하겠지요. 저는 어째서 그럴까요. 저 같은 사람은 비가 오는 날에는 비를 아름답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비는 생명입니다. 비가 와야 만물이 살아납니다. 그건 진리이며 불변입니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모든 생명체가 죽습니다. 그래서 비는 아름다운 것입니다. 저는 아름다운 것을 외면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름다운 것은 저와는 무관하니까요.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찌그러진 우산의 그 부분이 싫으면 새 우산을 쓰고 다니면 되는데 저는 계속 찌그러진 우산을 고집합니다.


찌그러진 부분을 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크라잉넛의 노래가 나옵니다. 신나고 흥겨운 ‘퀵 서비스맨’입니다. 혹시 이 노래 들어보셨습니까. 그런데 이 흥겨운 노래를 듣는데 그만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퀵 서비스맨은 다 배달해줍니다. 원자폭탄도 배달해주지요. 그리고 잃어버린 사랑도 배달해 줍니다. 저의 저 찌그러진 부분으로 빠져나가 버린 저의 사랑을 퀵서비스맨이 배달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퀵서비스맨은 언제든지 전화를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잃어버린 사랑을 꼭 배달해주겠노라고. 그러면,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의 눈물은 비와 함께 떨어집니다. 약은 아픈 곳을 치료하고 퀵서비스맨은 저를 치료합니다. 손을 내밀어 찌그러진 부분을 펴 봅니다. 비가 오면 찌그러진 우산을 쓸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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