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소리


이 무더운 여름날, 잘 보내고 있습니까.

오늘 진정으로 여름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세상이 멎은 듯한 고요함 속에서 여름을 알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매미들이 울부짖은 소리입니다.

매미소리는 여름에만 들을 수 있습니다.

여름에 보름 동안 세상에 잠깐 나와 신나게 울다가 가버리기 때문입니다.

매미소리가 소거된 여름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저는 매미소리가 없는 여름은 여름이 아니라 그저 혹독하게 뜨거운 날들의 연속이라 생각합니다.

매미들이 합창을 하고 나뭇잎이 흔들리는 바람이 부는 여름이 이상적인 여름입니다.

사람들은 매미소리가 시끄럽다고 하는데 들어 보세요.

시끄러운 소리가 아닙니다.

이만큼 여름에 듣기 좋은 소리가 있을까요.

여름의 영혼을 일깨우는 음률입니다.

매미소리가 시끄럽게 들리는 선 주위의 온갖 것들의 소음 때문입니다.

오토바이 소리, 자동차 소리, 초인종 소리, 전화 소리, 물건 끄는 소리, 에어컨 실외기 소리 같은 소음이 혼재하기에 우리 귀는 매미소리가 시끄럽다고 느낍니다.

소음은 대체로 인공적인 소리들입니다.

그런 생명력이 결여된 소리 대부분이 소음입니다.

몹시 듣기 싫고 신경을 긁습니다.

그에 비해 매미소리는 청아하고 맑고 기분이 좋습니다.

저는 어릴 때에도 매미소리가 가득한 여름이 좋아서 외가에 가면 작은 초등학교 벤치에 누워 매미소리를 듣곤 했습니다.

벤치에 누워 있다가 실눈을 뜨면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바삭바삭거렸습니다.

왜 이렇게 저는 매미소릴 좋아할까요.

매미 소리를 좋아하는 건 매미소리는 소년 시절의 나로 돌아가 버린 기분이 들어서 입니다.

기시감, 기분 좋은 데자뷔가 느껴집니다.

개울에 발등만 담그고 놀던 그 시원함이 듭니다.

매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당신은 즐거운가?

라는 질문을 받으면 당장은 확실하게 대답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신과 같이 듣고 싶기 때문입니다.

혼자서 매미소리를 들을 때에는 어떤 것으로부터도 방해받고 싶지 않습니다.

진정 여름의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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