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내내 무더운 날이 지속되다가 6월에 접어들어 오늘까지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이 많아졌다. 오늘도 흐린 가운데 그 사이의 틈을 벌리고 해가 바닥으로 내려오고 싶어 했다. 어제는 오랜만에 놀랄 정도로 큰 천둥소리에 차렷 자세로 가만히 있기도 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천둥이 콰쾅하고 치면 놀라고 무섭다. 특히 고립된 지역에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무지막지하게 쏟아지면 그야말로 나라고 하는 존재가 어이없을 정도로 초라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5월부터 강변의 조깅코스에는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별거 아니지만 매년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겨울 내내 집 안에서 꽁꽁 들어앉아있던 사람들이 날이 풀리면 야외로 쏟아져 나온다. 또 3개월 정도면? 하던 코로나가 3년이나 지속되었다. 그러니 사람들이 야외로 흘러나왔다. 이번 5월은 얼마나 찬란할까. 그러나 달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뭐랄까, 코로나가 덮친 지구는 인간은 활동량이 줄어들었지만 그 외의 존재들, 동물들이나 곤충이나 날벌레들은 엄청나게 많아졌다. 강변의 수풀이 있는 곳을 지나치려다 놀라게 되는데 그건 정말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날벌레떼가 부우웅하며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서로 누가 누가 빨리 가나 식으로 달리다가 그 수풀 쪽으로 갔는데 전부 욕이란 욕을 다 하면서 으악 이게 뭐야! 팔을 휘젓고, 자전거가 넘어지고, 방망이 같은 것으로 마구 휘두르지만 대략 10만 마리의 벌레 떼가 윙윙 붕붕 하며 코웃음을 칠 뿐이다. 정말 전기 벌레 퇴치기 하나 구입해서 등에 울러 매고 여기까지 달려와서 타다다닥 타 다다다 다다다닥 하며 휘두르고 싶다. 그러면 속이 정말 뻥 뚫릴 것 같다. 10만 마리의 벌레를 죽이는 재미를 알게 되면 다음부터 그 재미를 보기 위해 매일 여기까지 영차영차 달려오는 것이다.


그렇게 일주일 가량 타다다닥 타 다다다 다닥하며 벌레들을 죽이다가 어느 날 벌레 퇴치기 사이사이에 벌레들이 가득 끼면서 틱 하며 꺼지는 것이다. 그때 벌레들이 부우 우우 우웅 하며 하늘을 검게 만들어서 나에게 확 덮친다. 나의 온몸에 벌레들이 가득 붙어서 나는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숨을 쉬려고 입을 벌리는 순간 벌레들이 날개를 펴 들고 입 안으로 가득 들어와서,,,


이렇게 달리다 보면, 강변을 따라 조깅을 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 시청이나 구청에서 나와서 강변에 많이 자란 풀을 벤다. 마치 브라질리언 왁싱을 해 놓은 것처럼 싹 베어 버린다. 이렇게 때가 되면 매년 풀을 싹 잘라 버리면 굉장히 많은 벌레도 덜 일고. 풀을 베고 난 다음 바로 지나가면 풀냄새가 확 나는데 이 냄새가 아주 좋다. 꼭 녹차밭에서 맡았던 냄새와 비슷하다. 바람이 없고 낮동안 해가 쨍쨍한 날이라면 냄새가 머물러서 서서 냄새를 한동안 맡았을 텐데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풀냄새가 바람에 따라다닌다.


야외에서 조깅을 하면 좋은 점 중에 하나라면 이런 것이다. 평소에 잘 맡지 못하는 자연의 냄새를 확 맡을 수 있다는 것. 생활 속에서 자연의 냄새는 썩 맡지 못한다. 만약 아직 오래된 골목길이 있는 동네에 산다면 하천을 따라 흐르는 하천의 냄새를 맡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냄새는 인상을 쓰게 만든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맡을 수 있는 좋은 냄새는 죄다 인공적인 냄새다. 샴푸 향, 비누향, 방향제, 조리하는 음식 냄새 그리고 향수 냄새 등이다.


그 와중에 이렇게 풀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건 행운이다. 엄마를 따라 나온 아이들이 와아 이거 무슨 냄새야?라고 엄마에게 묻고 엄마는 풀냄새라고 말을 해준다. 그러한 정경은 어떻게든 보기 좋다. 주말에는 아이들이 엄마나 아빠를 따라 강변으로 나온다. 아이들은 주위에 엄마나 아빠가 있기만 해도 마냥 신나고 좋다. 나도 그런 어릴 때가 가끔 생각이 난다. 아버지를 따라 나와서 아버지는 볼일 본다고 어딘가 상점 안으로 나를 데리고 가서 사장님과 이야기를 하고 나는 상점 안에 가만히 있기가 따분해서 상점 밖 로비에서 혼자 놀아도 그냥 재미있었다.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이고 아버지를 따라 나왔기 때문에 친구도 없지만 혼자서 팔만 벌리고 빙글빙글 돌아도 아빠가 저기 상점 안에 있다는 그것 하나만으로 그저 신나고 재미있었다. 강변에 아빠를 따라 나온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훌라후프를 돌리는 배 나온 아빠를 보면서 얼마나 재미있고 좋을까.


그런 아이들이 엄마에게 이거 무슨 냄새야?라고 묻는다. 그 아이들이 커서 언젠가 모든 냄새가 인공적으로 바뀌었을 때 이 풀냄새를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아빠와 엄마의 희미한 냄새도 기억한다. 엄마 아빠의 냄새는 그 기억 속에서 좋은 냄새로 남을 것이다.

저 구름 너머에는 맑은 하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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