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비슷한 곳을 조깅을 하면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면서 든 생각은 같은 날이 단 하루도 없다는 것이다. 자연은 이렇게 매일 다른 그림을 그려 놓는다. 색감도 매일 다르다, 때론 강렬하게 때론 부드럽게 하늘과 강에 수놓는다.


나는 인성이 그렇게 썩 좋지 못하다. 그런 소리를 간혹 듣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 반론하지도 않는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인성이 좋은 사람, 두루두루 모든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는 인성이 좋은 사람 중에 그 관계를 깊이 있게 이어가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인성이 좋다. 나쁘다를 누가 구분을 할 수 있을까.


조깅을 하면 그룹으로 조깅을 하는 사람들을 본다. 지난번 겨울에도 한 번 이야기를 했지만 그들은 주로 아주머니들로 이 힘든 조깅을 하면서 헤헤 호호하며 즐겁게 이야기까지 한다. 대단하다 정녕. 리스펙이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고독하게 홀로 조깅을 하는 것이 좋다. 무릇 조깅이란 혼자서 숨을 헐떡거리며 땀을 있는 대로 쏟으며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혼자서 조깅을 하면 평소에 듣지 못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평소에 하지 못한 상상을 할 수 있어서이다.


김갑수 평론가도 그랬지만 아마도 개인적으로 무엇인가 남기고 싶은 욕망이 강한 사람들이 있는데, 요컨대 문학을 한다든지, 미술을 한다든지- 소설을 쓰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설치 미술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인성이 좋으면 꽝이다. 인성이 좋아서 사람들하고 두루두루 잘 지내면 무엇인가 남기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서 못하게 된다. 한 인간이 만들어내는 작품은 고립의 산물이다. 친구도 없고, 선후배도 없고, 부모 하고도 사이가 좋지 못하고, 여자 하고도 맨날 틀어지는 그 고립된 자아가 쌓이고 쌓이고 쌓여서 괴로움이 응축되어서 그 응축된 덩어리가 뭐가 됐든 간에 어떤 형태로 탄생하게 된다. 그게 문학작품이 되었든 간에, 그림이 되었든 간에, 노래가 되었든 간에.


니체가 성격이 운명이라고 했다. 니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성격에 의해서 어떤 사람이 살아지는지가 주어진다. 이 성격이라는 것을 다른 말로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이 스타일은 혼자일 때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 누군가가 앞에 있으면 이 스타일은 나타난다. 가령 너는 왜 걔만 나오면 꼭 그렇게 말을 하더라, 같이 된다. 그래서 넓게 보면 성격은 조금씩 바뀔 수 있지만 그 속의 스타일은 잘 바뀌지 않는다.


영화 컨텍트를 보면 지구 밖 이종의 언어를 지구의 언어학자가 해석을 한다. 영화가 너무 느린데 너무 심오하고 무엇보다 너무 빠져든다. 지구 밖의 이종, 외계인들은 그들의 언어를 통해 시간의 개념이 우리, 인류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인간에게 시간이란 흐름을 말한다. 1살의 시간이 있고, 25살의 시간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1살이나 25살이나 89살이나 같은 시간대를 살아간다. '거의 없다' 말을 빌리면, 그러니까 1살이 되면 89살의 시간까지 알 수 있는 것이다. 89살의 시간대에 놓인 자신에 대해서 알 수 있다. 그 미래의 시간에 내가 잘못된다 할지라도 그 시간을 지키는 이유는 아마도,,, 이 영화는 테드 창의 소설이 원작이다. 테드 창의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를 읽으며 든 생각은 테드 창은 홀로 외롭게 고립된 세계를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고립되지 않으면 이런 소설을 쓸 수 없다. 그리고 컨텍트의 원작인 ‘네 인생의 이야기’ 역시 외롭지 않으면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예민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에 약하고 인성이 좋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조깅을 하면서 보는 달과 나무는 늘 외롭게 보인다. 전 우주의 고독을 잔뜩 지니고 있다. 나무는 외롭지만 뿌리를 통해 서로 사랑을 확인한다. 그렇지만 저 달은 잠깐 발광함으로 자신의 존재를 잊지 말아 달라고 말한다. 어쩌면 세상이 온통 형형색색의 컬러라서 더 외로울지도 모른다. 흑백이라면 덜 외로울지 몰라. 만약 그렇게 된다면 사람들은 전부 거리로 나와 흑백이 된 몸으로 춤을 출지도 모른다. 영화 ‘오버 더 펜스’에서 사토시가 새가 되어 몸짓을 하듯 춤을 출지도 모른다. 이상하지만 아름다운 춤. 그게 우리 인간의 모습이다.


그나저나 극한직업에서 창식이는 왜 테드 창이었을까. 잘 보면 실제 테드 창의 모습과 조금 닮으려고 안경이나 표정이나,,,, 창식이가 정말 테드 창이 아닌 테드 창이 되려고 했을까. 이병헌은 정녕 천재라는 말일까.  아무튼 채널 돌리다가 극한직업 나오면 그냥 멈춤 해서 보게 되는 이상한 영화.

이 미묘한 색감을 어찌하리


이 경계의 컬ㄹ러를 보라


고요한 색감과 컬러와 또


달은 분명 하나지만 사람들을 다 따라다니는 능력이 있다


노랑노랑노랑노랑노랑붉


아휴 다정해라


나무는 아무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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