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귀가를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을 눌렀다. 새벽 한 시의 엘리베이터는 배고픈 고래의 뱃속 같은 느낌이다. 텅 빈 공허한 공간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든다. 그것이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제대로 설명은 할 수 없다.


문이 서서히 닫히려고 하는데 밖에서 누군가 다시 버튼을 눌러서 문을 열었다. 보통 이 시간엔 누군가 타는 일은 거의 없지만 누군가가 탔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이다. 한 소에는 닭꼬치를 들고 있다. 입 주위에는 이미 몇 번의 물어뜯음을 했는지 소스가 입가에 초췌하게 묻어있다.


닭꼬치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고추장과 간장이 숯불 위에서 춤을 추며 맛있게 익어서 닭의 안심에 배어들어간 향과 겨자의 냄새가 어우러져 배고픈 고래의 배를 몰캉하게 만들어 버렸다. 공간이 팽창하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오목렌즈에 비치는 모습처럼 바뀌어 보였다. 남학생은 7층을 눌렀다.


문이 닫히려고 하는데 다시 열리며 치킨 배달원이 탔다.


하느님 맙소사.


닭 신이 있다면 고개를 숙여 마음 깊이 기도를 하고 싶었다. 기름에서 바삭하게 튀겨져 수줍게 갓 나온 후라이드의 냄새와 물엿과 소스가 버무려진 양념이 후라이드 위에 덧 입혀진 양념치킨의 냄새가 앙상블을 만들어 쪼그라든 내 위장에 싸닥션을 날리고 쪼글쪼글한 뇌를 대 환장 파티로 만들었다. 배달원은 스티그 같은 헬멧을 쓰고 10층을 눌렀다.


나는 배에 힘을 주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길 기다리고 있는 또다시 문이 열린다. 5층에 사는 아저씨다. 이 아저씨의 한 손에는 비닐봉지가 들려있고 그 속에는 둥그런 일회용기가 있는데 그 안에서 풍기는 냄새는 조려진 냄새다. 간장 베이스에 당근이 들어있고 굵게 썰은 감자가, 그리고 당면이 들어간 찜닭 냄새였다.


보글보글 끓여서 조리는 수준으로 간장 국물이 혈관 속에 퍼지는 모르핀처럼 닭고기에 스며 들어간다. 닭은 부드럽고 쫄깃해지며 당면을 같이 말아먹으면 행복해지는 순간이 온다. 찜닭을 더 건져먹고 나면 그 국물을 뜨거운 밥에 올려서 후후 불어 먹으면, 까지 생각하는데 나는 그만 엘리베이터에 벽에 기대고 말았다.


새벽의 엘리베이터는 그야말로 22장까지 펼쳐지는 신포니에타였고 제목은 닭을 위한 변주곡.


결국 기도를 하며 닭을 영접하고 말았다는, 뭐 그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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